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64.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천상의 아름다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속살을 파헤치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4. 26. 11:12

 

천재(天才), 하늘이 내린 그의 재주는 시대를 넘어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준다. 가우디의 재능은 신이 그에게, 그리고 바르셀로나에 내린 커다란 축복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우디가 평생을 바친 역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건축이 진행 중인 대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평생동안 직접 보는 것은 물론 단 한번도 상상치도 못했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의 다리뼈를 닮은 듯한 기둥과 스테인글라스를 통해 내리쬐는 빛,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는데, 그냥 할 말을 잃었다. 포스팅을 하는 지금 이 순간도 도대체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 지, 눈 앞이 막막하다. 경이롭다는 생각은 드는데, 딱히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산수유를 앞에 두고 '남자한테 참 좋은데'만 연신 반복했던 천호식품 회장님의 심정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기둥도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사람의 무릎 관절 같기도 하고, 울창한 숲의 나무 같기도 하다. 그동안 유럽을 여행하면서 성당은 질리도록 보고 또 봤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만큼은 다른 그 어떤 성당보다도 독특하고 특별했다.

 

 

스테인글라스를 타고 들어오는 저 빛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 역시 뭐라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딱 보는 순간, '아! 저건 주님의 은총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 중앙에는 누군가가 마치 뮤지컬 공연을 하는 여배우처럼 단아한 포즈를 취한 채 매달려 있었다. '아니 성당에 왜 마를린 먼로가 매달려 있을까?'라고 의아해하며, 문제의 조형물로 다가가 살펴보았다.

 

 

아니 왠 걸, 여배우가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이었다. 마치 성당에서 부처님을 본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불경스러운 이야기일지 모르나, 십자가에 못 박힌 그 모습마저 어찌나 아름다운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또 다른 한 쪽에서는 패닉에 빠진 나의 모습을 성모 마리아께서 가여운 눈길로 지켜보고 계셨다. 성모 마리아는 물론 발 아래의 받침대(?) 그리고 그 앞의 난간까지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가운데 있는 저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위인 중 한명일 것 같다. 웅장한 저택의 주인 같기도 하고, 복식호흡으로 노래를 내뱉으면 실내를 공기 반 소리 반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훌륭한 가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성경에 등장하는 성인임이 분명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그 모양이 범상치 않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른손을 살포시 들며 서서히 내려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성당 지하에는 작지만 알찬 박물관도 조성되어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형부터 실내 인테리어나 외장 건축에 사용된 장식물 등이 실물 크기 또는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역광이라 사진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 전체를 압축해 만든 모형의 모습니다. 비록 모형이지만 복잡 미묘한 디테일이 잘 묘사되어 있었다.

 

 

우리에게 수 많은 건축물은 선물해주고 세상을 떠난 천재, 가우디의 두상이다. 머릿 속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만을 생각하며 살다가 트램에 치여 어이없이 세상을 떠난 그의 운명을 떠올리며, '어쩌면 신 조차도 본인이 그에게 준 재능을 시기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오글오글한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절대 술먹고 올리는 포스팅이 아니라는 점, 이 자리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가우디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쎄가 빠지게 고민하고 있는 인부들의 모습도 스케치 되어 있다. 우리야 좋다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지만, 어쩌면 당시 인부들에게 가우디는 악마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생전 듣도보도 못한 것을 자꾸 하라고 했을테니 말이다. 갑자기 매일 아침 회사에서 마주치는 우리 팀장님이 생각났다. 내일은 팀장님께 당신은 어쩌면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꼭 해줘야겠다. 그럼 아마도 본인이 천재인걸 감추기 위해 헤벌쭉대며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겠지...

 

 

아까 실내에서 본 것과 똑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모형이다. 모형을 먼저 만들고 그걸 보고 내부 공사를 한 걸까? 성당을 짓고 그걸 모형으로 재현해낸 것일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의문이 들었다. 딱히 물어볼 사람도 없어 내 평생의 미제 사건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박물관 천장에 매달려 있던 조명이다. 아마 성당 내부 어딘가에도 이런 조명이 있었겠지? 보면 볼 수록 눈길이 가는 디자인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내 집을 지을 기회가 생긴다면 꼭 이런 조명을 설치해봐야겠다.

 

 

박물관 구경까지 마친 후, 밖으로 나왔다. 아까는 멀리서만 바라봤던 성당 외부를 가까이서보니 더욱 디테일한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위의 사진은 예수님의 모습을 음각으로 조각한 석판인데, 어느 자리에서 석판을 바라보든 예수님이 나를 처다보는 느낌을 받도록 만들어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더욱 감탄할 수 밖에 없는 훌륭한 작품이다.

 

 

약 두어시간 동안 사그리아 파밀리아 성당을 둘러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유럽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성당이라는 공간을 그동안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파격으로 채워나갔던 가우디의 발상에 감탄했고, 그의 천재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현실이 아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젠가 이 곳이 완성되는 그 날 이후, 꼭 한번 다시 바르셀로나를 찾아 가우디가 꿈꿨던 완성물이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해봐야겠다는 기대감이 마구 샘솟았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 나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대한 멋들어진 후기를 써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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