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18

29. 리스본을 떠나기 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다.

매번 잠자리가 바뀌어서일까? 아침 잠이 많은 나지만, 여행 중에는 매일같이 아침 이른 시간에 눈이 절로 떠진다. 덕분에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즐기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내 평생에 포르투갈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일지도 모르는 그날도 역시 그랬다. 아침 일찍 일어나 리빙라운지 호스텔의 자랑, 꿀맛같은 팬케이크를 대여섯장 해치우고 난 후,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나니 어느 덧 시계가 8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캐리어에 빠뜨린 것은 없는지 짐을 꼼꼼히 챙기고 숙소에서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과 모로코 행 비행기가 떠나는 시각(오후 1시 반)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호스텔을 나설 수 있었다. 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 '12시 전까지 숙소로 돌..

28. 리스본 여행의 단 하나의 이유 - 에그타르트 맛집, ​Pasteis de Belem(파스테이스 데 벨렘)

호카 곶을 끝으로 알차고 길었던 신트라 근교여행이 모두 끝이 났다. 이제 유럽을 떠나 아프리카로 넘어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쯤이면, 숙소로 일찍 돌아가 그간의 포르투갈 여행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될 모로코 여행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아직 리스본을 하나도 구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로코로 떠나는 비행기 시각이 오후 3시 정도였기 때문에, 다음날 오전, 리스본 시내를 대충 둘러볼 시간은 있었지만, 포르투갈 여행이 이렇게 끝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래서 신트라에서 돌아오자마자 숙소에 짐을 던져두고 밖으로 나와 트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대항해시대의 영광을 간직한 벨렘지구! 호시우 광장 근처에 위치한 숙소에서 트램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비록 '..

26. 신트라 숲 속에서 찾은 아름다운 보석, 페나 성에 가다.

영국의 천재 시인, 바이런이 '위대한 에덴'이라 칭했던 곳, 대서양에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 바람 덕에 여름철에도 시원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예로부터 포르투갈뿐 아니라 스페인, 영국의 귀족들은 이 곳 신트라에 별장을 짓고 자연을 음미하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신트라의 수 많은 건물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대부분 '페나 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포르투갈 특유의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 건물은 마치 놀이동산에나 있을법한 화려한 건물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페나 성은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의 모티브가 되었고, 그 노이이슈반슈타인 성을 본따 만든 것이 디즈니 성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디즈니랜드의 할아버지 앞에 와 있는 셈이다. 434번 버스를 타고 페나 성 앞에 내린 후, ..

25. 7세기 이슬람 세력의 위엄이 그대로, 신트라 무어인의 성

포르투갈의 산토리니, 아제나스 두 마르에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신트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음 목적지는 '무어인의 성'. 441번 버스의 종착역인 '포테라 드 신트라'에서도 무어인의 성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런데, 아침을 부실히 먹어서인지, 배가 점점 고프기 시작했다. 잠깐은 참을 수 있겠지만, 무어인의 성이든 페냐 성이든 일단 관광지로 이동하면 밥을 먹기가 애매해질 것 같았기에 일단 기차를 타고 신트라 역으로 이동했다. 무어인의 성, 페냐 성 등 아름다운 성들로 유명한 이 곳, 신트라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호날두의 고향이기도 하다. 진작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마드리드에서 산 호날두 유니폼을 입고 갔을텐데... 그나저나 하루에도 수백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의 기차역치고는 신트라 역..

24. 대서양과 맞닿은 절벽마을,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에 가다.

리스본에서 기차로 40여분 거리에 위치한 신트라는 그야말로 포르투갈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옛 왕궁, 신트라 성과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슬람 세력이 건설한 무어인의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모티브로 알려진 페냐 성 등 도시 곳곳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엄청난 건축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도시, 신트라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호시우 역에서 신트라 행 기차를 타기 전, 신트라 패스를 구입했다. 단돈 15.5유로에 리스본-신트라 간 열차는 물론, 신트라 내에서 열차나 버스를 하룻 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매표소에서 신트라 데일리 패스를 달라고 하면 되는데..

23. 야간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부제 - 새벽녘의 멘붕)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은 바로 포르투갈에서의 일정 배분이었다. 당초 예정에 없었던, MBA 교류 프로그램(GNAM)에 참여하게 되면서 25일 짜리 일정이 20일로 짧아졌고, 그로 인해 포르투갈에서는 머무르는 일정도 3박 4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리스본과 포르투, 두 개의 도시 중 어디에 그나마 오래(2박) 머무를 것인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블로그 후기를 찬찬히 살펴보니, 수도인 리스본보다 오히려 포르투에서의 여행이 더 좋았다는 의견이 많길래, 리스본 일정을 과감하게 줄이고, 포르투에서 이틀을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막상 포르투에 도착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전 조사 당시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리스본 근교에 있는 신..

22. 포르투 최고의 핫플레이스(2편) - 도루 강의 물줄기를 따라서

인류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던가? 나일강을 비롯한 고대 4대 문명의 발상지를 언급하기 위해 네이버를 뒤적거려 볼 필요도 없이, 파리, 런던, 그리고 서울 등 웬만한 도시를 떠올려 보면, 그 중심에는 항상 강이 흐르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도시와 강의 조합 중에서도 포르투를 관통하는 도루 강변의 풍경과 분위기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럼 지금부터 도루 강의 분위기를 함께 느껴보자! 히베리아 지구에는 도루 강을 따라 수많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 곳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하다 보면 낮에도 맥주 병을 손에 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페인은 씨에스타 시간(오후 2시 정도)에는 펍이 그나마 한산한..

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를 찾아서

여행, 특히 배낭여행 중에는 현지인들의 생활을 최대한 많이 체험하고 즐기는 것이 좋다. 어쩌면 그것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되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하는 도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현지 스타일' 보다는 '익숙한'것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가령 고추장과 참기름을 싸가서 밥을 비벼 먹는다든지, '당최 감이 안 오는' 현지 식당 대신에, '대충 사이즈가 그려지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를 찾는 등, 여행 중에는 가급적 맥도날드는 멀리 하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포르투에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포르투의 맥도날드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것과 조금, 아니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눈에 봐도 아름다운 그녀의 뒷 모습, 아니 맥도날드 매장 입구의 모습이다. 왕가의 문양을..

20.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포르투, 클레리고스 종탑에 오르다

포르투의 중심가, 리베르다데 광장은 언제나 평화롭다. 포르투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곳이지만, 왁자지껄 하다거나 번잡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선 높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마저 든다. 리베르다데 광장 옆에 있는 이름 모를 건물의 시계탑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깃발을 들고 오른손을 불끈 쥔 저 사람의 눈에는 포르투가 어떻게 보일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클레리고스 탑으로 향했다. 클레리고스 종탑은 포르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높이가 76미터에 이른다. 총 6개 층으로 이뤄진 종탑 꼭대기에 오르려면 총 24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종탑 자체가 하나의 건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19. 동화 속 상상이 현실로 - 해리포터의 배경, 렐루 서점에 가다.

포르투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스텔에서 커피와 토스트로 이루어진 유러피안 조식을 처묵처묵 한 후, 길을 나섰다. 첫 날과는 달리 동행이 없는 외로운 여행이지만, 이제 제법 시내 지리도 익숙해졌고 머릿 속에 가볼 장소들이 대충 입력이 된 상태라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오늘 여행의 시작은 해리포터의 배경이 되었던 렐루 서점, 전날 씨티투어에서는 건물 외관을 한 번 쓰윽 둘러본 정도였는데, 사실 별 다른 감흥은 없었다. 아마, 해리포터 이야기가 없었다면 신경도 안 쓰고 지나쳐 버리지 않았을까? 포르투 시내는 그야말로 코딱지만하다. 한 10~20분 정도 거리에 웬만한 볼거리는 다 몰려 있다. 렐루 서점 역시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서둘러 걸으면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