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7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 산파우 병원 방문기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9. 25. 08:00

 

한 달여간의 배낭여행을 시작하며 집을 나서던 순간이 떠오른다. 몇 번이고 확인한 후 꾸린 배낭을 들쳐메고서 그래도 혹시 빠진 것은 없는지 괜스레 방안을 수차례 돌면서 이것저것 훑어보고 현관문을 나서면서도 몇 번씩이나 뒤를 돌아보았던 그 순간 말이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에서의 일정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한 달여간의 배낭여행의 종착지, 바르셀로나에서도 이제 왠만큼 볼만한 것들은 다 본 것 같다. 그래도 혹시라도 빠뜨린 것은 없는지 괜히 블로그와 여행 책자를 뒤적여본다. 마치 여행을 시작하며 집을 나서던 그 때처럼,

 

 

그렇게 한참을 검색하다 찾아낸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으로 알려진 산파우 병원, 이번 여행의 사실상 마지막 날 아침, 호스텔을 나서 산파우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1930년, '파우 길'이라는 카탈루냐 지방의 은행가의 후원으로 건축된 산파우 병원은 병원 내부에 병동 뿐 아니라 교회, 도서관은 물론 박물관까지 마련되어 있는 초호화 복합 의료시설이다. 약 4만여평의 부지에 무려 27채의 건물로 이뤄져있어 가히 그 위용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구글맵을 따라가니 어렵지 않게 산파우 병원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산파우 병원의 첫인상은 뭐랄까 병원보다는 성당이나 교회 건물에 더욱 가까웠다. 흐린 날씨 탓이었는지 조금은 스산한 기운이 감돌기도 했지만, 정문에서부터 이 병원이 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이라 극찬을 받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병원 내부를 둘러보려면 사진에 보이는 건물 오른편에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면 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8유로이고, 나이에 따라 약간의 할인도 받을 수 있다. (16세~29세, 또는 65세 이상 30% 할인, 16세 미만 무료 입장)

 

 

병원 내부로 들어가는 길, 복도 벽면에서는 이 곳이 온전히 병원으로 사용되었을 때의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휠체어를 끄는 환자, 서로 대화하는 의사와 간호사들, 수술실로 들어가는 듯한 중환자 등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가상현실을 구현한 의학 드라마를 시청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비록 영상의 퀄리티는 아쉬웠지만,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 주는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오자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과 잘 정돈된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름다움으로 환자에게 행복을 주고 병을 치유한다'는 건축가 도메네크의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도메네크는 주님의 은총으로 환자들이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물마다 성경에 나오는 성자와 천사상을 일일히 조각해 넣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치료는 의사와 간호사가 하는 것이지만, 도메네크는 병원을 짓는 건축가로서 본인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산파우 병원은 여느 관광지와 달리 무척이나 한산했다. 비록 하늘은 잔뜩 흐렸고, 간간히 보슬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모처럼만에 여유를 느끼며 병원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산책을 즐겼다. 빨간 벽돌과 회색빛 탑과 조형물이 유난히도 흐린 날씨와 잘 어울려 나름의 운치를 뽐내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유치원생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있었다. 대충 보아하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것 같다. 이역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우리의 전통 놀이를 보게될 줄이야! 한류가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지도를 따라 건물 내부로도 들어가 보았다. 'Sant Rafael Pavilion', 과거에는 정신적 외상을 입은 환자들을 치료하던 병실이었다고 한다. 넓은 방 정면에는 과거 병실로 쓰이던 시절의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창백해 보이는 사람들이 나란히 누워 한 곳을 바라보는 흑백 사진이 조금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 이 병실은 라파엘 라벨이라는 사람이 남긴 유산을 재원으로 건축되었다고 하며,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병실의 창문 위에 'R'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었다는 설명도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

 

 

산파우 병원의 건설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전시관을 끝으로 산파우 병원 관람을 마쳤다. 다른 관광지에 비해 유명세가 덜해서인지 비교적 조용하게 아름다운 건물을 감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으니, 바르셀로나 여행 중,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쯤 들러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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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에필로그]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일상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