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65. 곡선이 만들어낸 건축의 미학, 까사바트요 & 까사밀라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5. 1. 08:30

 

사그라라 파밀리아의 진한 감동을 가슴에 품은 채 지하철을 타고 '그라시아 거리'로 향했다. 서울로 치면 청담동 갤러리아 명품관 주변에 해당하는 그라시아 거리는 전 세계적인 명품 매장이 많아 여자 관광객들이 주로 선호하는 장소다. 명품 매장이 많다고 했지, 싸게 판다고는 안했으니, 각자 판단은 알아서 하시고, 

 

 

평일이라 그런지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익숙한 명품 매장이 나타났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직진했다. 내가 그라시아 거리에 온 이유는 쇼핑이 아니라 가우디의 또 다른 역작, 까사바트요와 까사밀라였기 때문이다.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난 까사바트요. 1900년대 초반, 이 곳 그라시아 거리는 당시 내노라하는 건축가들이 각축을 벌이던 전쟁터였다. 저마다 화려한 디자인을 앞세워 건축미를 뽐내던 춘추전국시대였다고나 할까?

 

 

그래서였을까? 까사바트요 바로 옆에 있는 '까사 아마트예르' 또한 밤상치 않은 위용을 자랑한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을 연상케 하는 계단식 지붕과 기품있는 창문 디자인 등으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건축물이다. 까사 아마트예르를 본 '조셉 바트요'는 가우디를 찾아가 까사 아마트예르 못지 않은 저택을 건축해달라고 부탁했고, 가우디는 그라시아 거리에서 벌어지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가우디는 지중해의 파도에서 영감을 받아 건물의 지붕을 곡선으로 디자인했다. 거기에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바닷물을 표현하기 위해 벽면에 특유의 형형색색의 타일 모자이크로 포인트를 준다.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12시에서 2시 사이에는 타일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이 난다고 하는데, 하필이면 내가 갔던 때에는 날씨가 흐려 그 찬란함을 감상하지는 못했다.

 

 

또한 발코니와 기둥은 해골과 시체의 뼈를 연상케 하는데, 이는 바르셀로나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용을 무찌르는 기사의 전설'에서 모티브를 받았다고 한다. 건축물 하나에 이 많은 스토리를 담아내는걸 보면 역시 천재라 불리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까사바트요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까사밀라'가 자리하고 있다. 까사바트요를 보고 감동을 받은 밀라라는 사업가가 가우디에게 까사바트요와 비슷한 집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의뢰해 만들어진 건물이다.

 

 

그래서일까? 곡선의 디자인과 창문, 그리고 기둥까지... 까사밀라는 벽면의 모자이크를 생략한 것 말고는 까사바트요와 꽤 많이 닮은 모습이다. 그런데 그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시덥찮았다. 까사밀라는 바르셀로나의 건물 중 최초로 지하 주차장을 가진 역사적인 건물이었지만 회백색의 외관 별다른 포인트가 없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외면받았고 급기야 괴기한 형상에 침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이유로 거리의 흉물로 전락하게 된다.

 

 

까사밀라는 완공 후, 대량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고, 건물주인 밀라가 파산하면서 가우디는 공사 대금까지 떼일 위기에 놓였다. 소송까지 간 끝에 결국 공사대금을 받아내긴 했지만,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가우디는 이 일을 계기로 개인으로부터 설계, 건축 의뢰를 받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에 집중하게 된다.

 

 

참고로 밀라의 파산으로 이 건물을 인수한 은행은 이후 까사밀라가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돈방석에 올라않게 된다. 지금도 실제로 주민들이 까사밀라에 거주하고 있으며, 월세가 매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중이라고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꼴'이다.

 

 

'천재', 가우디는 지붕의 굴뚝 하나에도 미적 요소를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다. 마치 투구를 쓴 용사의 형상을 한 저 굴뚝에서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라시아 거리에서 그 존재감을 한껏 뽐내고 있는 '까사바트요'와 '까사밀라'. 가우디의 손길로 인해 그라시아 거리는 명품 샵이 즐비한 여느 도시의 번화가와 달리 그 자체로 명품의 향기를 풍길 수 있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도 100여년이 지났지만,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해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 바르셀로나를 찾는다. 그리고 이제 가우디 작품의 하이라이트, '구엘공원'이 남았다. 과연 구엘공원은 또 어떤 충격과 감동을 내게 선사할지, 앞으로 천천히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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