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7

43.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 모든 것이 맘 같지는 않더라! - 메트로폴 파라솔과 스페인 광장에서의 허탈함

여행을 그리 많이 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여행했던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나라를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스페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낙천적이고 정열적인 사람들, 깨끗한 환경, 맛있는 음식 등 여행지로서 스페인이 가지는 장점은 무수히 많다. 수많은 장점 중 가장 의외였던 것은 바로 '치안', 스페인에서는 낯선 도시에서조차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늦은 시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골목골목마다 펍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맥주를 마시고 있어서 일 수도 있고, 첫 번째 여행지인 마드리드에서부터 친구들과 늦게까지 몰려다니면서 내성이 생긴 것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이후로도 늦은 시각에 혼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곤 했지만, 별 탈이 없었고 그 덕에 여행은 더욱 풍성해졌다. ..

40. 그 곳은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아름답다 - 밤에 더 밝게 빛나는 제마 엘프나 광장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마조렐 정원을 뒤로하고 마라케시 메디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택시를 탈까 잠깐 고민을 했지만, 일단은 좀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모로코에 머무르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햇살이 조금은 무뎌지고, 그림자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마라케시의 색깔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길가의 야자수 나무 뒤로 보이는 것은 이슬람 3대 사원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다. 쿠투비아 모스크의 높이는 67m로 마라케시 시내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랜드마크다. 기왕 지나가는 김에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숙소에 도착해 간단히 샤워를 하고 제마 엘프냐 광장으로 나왔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지만, 광장은 노점..

39. 입생로랑이 사랑한 코발트 블루의 세상,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모로코 삐끼와 한바탕 설전을 치르다 보니, 만사가 귀찮아졌다. 내가 뭔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아둥바둥대야하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고 기분이 크게 상해버려서 다 때려치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문제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멀다는 것!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구글맵을 켜고 위치를 확인해보니 숙소로 돌아가는 것보다 다음 목적지가 그나마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혹시라도 또 방향을 잊을까 두려운 마음에 큰길을 따라 다시금 터덜터덜 걸음을 옮긴다. 생전 처음보는 건물과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정신마저 혼미해진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저 당시에는 당나귀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를 붙잡고 히치하이킹이라도 하고 싶은 ..

38. 다시 찾은 마라케시, 모로코의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길을 잃다.

에싸우이라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마라케시, 벌써 세번째 방문이다. 처음에는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탔고, 사하라 사막 투어를 마친 뒤에는 봉고차로, 그리고 이제는 에싸우이라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터미널을 거쳐 메디나로 들어왔다.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했던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제법 적응이 되었는지 받걸음에 여유가 묻어났다. 터미널 인근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 후, 숙소로 돌아와 모처럼만에 꿀맛같은 휴식을 취했다. 오전의 제마 엘프냐 광장은 마치 예전 여의도 광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텅텅 비어있었다. 지난 밤에 보았던 화려하고 북적이는 모습과는 천양지차! 문득 '낮져밤이'라는 단어가 머리 속을 스쳐간다. 광장에서 갈라져 나오는 수많은 골목길마다 모로코 사람들의 일상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

37. 여행의 묘미, 예정에 없던 곳에서 뜻밖의 추억을 건지는 것 - 모로코 항구도시, 에사우이라

여행을 시작하기 전, 모로코하면 '사하라 사막'이 먼저 떠올랐는데, 여행이 끝나고도 1년도 더 지난 지금은 모로코하면 '에사우이라의 바다'가 떠오른다. 여행이라는게 그렇다. 낯선 곳으로 떠나기 전에는 괜한 불안감에 여기저기서 정보를 모아 계획을 짜곤 하지만,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여행지에 대한 느낌은 각자 다르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족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여행은 100% 계획된대로 움직이기보다는 70%의 계획과 30%의 우연을 버무리는 것이 좋다. 물론 사람마다 계획과 우연의 최적비율은 저마다 다르리다. 예정에 없던 도시, 에사우이라의 숨겨진 모습을 찾으러 가볼까? 메디나를 벗어나 서쪽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짠내 가득한 바람이 코끝을 간질인다. 작은 건물들과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항구..

31.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까지, 모로코 사막투어의 긴 여정을 시작하다.

새벽 6시 30분, 귓가에 울리는 우렁찬 알람소리와 발가락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까끌한 이불의 감촉이 조금은 낯설었다. 여기가 어디지...? 하는 의아함과 함께, '아! 모로코에서의 하루가 꿈이 아니었구나'하는 깨달음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래, 지금은 모로코를 여행 중이다. 그리고 재빨리 일어나 사막투어를 출발해야 한다. 시간이 넉넉치 않음을 느끼고 서둘러 샤워를 한 후, 짐을 챙겨 리아드를 나섰다.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온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어딘지 모를 공터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사막으로 떠나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그들을 실어나를 자동차들로 제법 북적이고 있었다. 간단하게 이름을 확인한 후, 한 무리의 사내들의 안내에 따라 벤에 몸을 실었다. 투어라기..

포르투갈-모로코-스페인, 도시별 체류 일정

남유럽 배낭여행 :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 2. 도시별 체류일정 : 마드리드(1)-포르투(1)-리스본(1)-마라케시(6)-세비야(1)-론다,그라나다(2)-바르셀로나(4)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방문도시와 체류기간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원래 25일간의 여유로운 여행을 계획했었지만, 중간에 GNW라는 MBA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일정이 19일로 짧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일정이 짧아진 만큼 방문 도시의 수도 줄어들어야 하겠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애초 계획했던 곳은 다 찍고 와야겠다는 욕심이 앞서기 마련이다. 일단, 이번 여행은 GNW가 열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작한다. 5일간의 공식 일정때문에, 낮에는 관광이 어렵겠지만, 최대한 저녁시간을 활용해 마드리드 곳곳을 다녀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