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스텔에서 커피와 토스트로 이루어진 유러피안 조식을 처묵처묵 한 후, 길을 나섰다. 첫 날과는 달리 동행이 없는 외로운 여행이지만, 이제 제법 시내 지리도 익숙해졌고 머릿 속에 가볼 장소들이 대충 입력이 된 상태라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오늘 여행의 시작은 해리포터의 배경이 되었던 렐루 서점, 전날 씨티투어에서는 건물 외관을 한 번 쓰윽 둘러본 정도였는데, 사실 별 다른 감흥은 없었다. 아마, 해리포터 이야기가 없었다면 신경도 안 쓰고 지나쳐 버리지 않았을까?
포르투 시내는 그야말로 코딱지만하다. 한 10~20분 정도 거리에 웬만한 볼거리는 다 몰려 있다. 렐루 서점 역시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서둘러 걸으면 5분 만에도 도착할 만한 거리다.) 구글 맵을 따라 터덜터덜 걷던 중, 트램을 발견했다. 유럽을 여행하는 도중에 만나는 트램은 언제 봐도 신기하고 반가운 존재다.
여기가 바로 해리포터의 배경이 되었던 렐루 서점이다. 이름만 봐서는 비데의 모티브였을 것 같지만... ㅡ.ㅡ;; 건물 모습이 왠지 모르게 고급스러운 제과점 느낌을 풍기는 것도 같다. 가이브 북에는 항상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던데, 뭐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줄을 설 필요도 없었고, 그냥 바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서점이 대단해 봐야 뭐 얼... 엄뫄야 이게 뭐야?' 렐루 서점 안으로 들어서던 당시 속으로 읊조리던 대사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휘황찬란함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기대치가 낮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처음 그 느낌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 베르사유 궁전에 비견할 만한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그냥 뭐, '흔한 유럽 서점의 위엄.jpg'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케이블 TV에서 채널을 돌리다 잠깐씩 본 게 전부였을 뿐, 제대로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영화에 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해리포터' 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 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 정돈데 해리포터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좋아서 까무러쳤을 듯,
똑같은 책이 여러 권씩 꽂혀 있는 일반적인 서점과는 달리, 렐루 서점의 책장에는 여러 종류의 책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점이라기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귀족의 서재 같은 느낌도 들었다. 특히, 화려한 표지를 가진 여러 권의 책들이 모여 알록달록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렐루 서점의 모습. 렐루 서점의 유명세에 비하면 제법 한산한 모습이다.
흔히, 렐루 서점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누구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들, 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고... 사진촬영 금지에 대한 이야기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와전된 걸까?
그래도 손님들 중 일부, 정말 책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저 옆에서 책을 뒤적여봤지만, 역시 나는 책이랑 잘 맞지 않다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
한 1~2분 정도 책을 훑어보는 척 하다가, 옆에 있는 아저씨한테 사진이나 한 장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책 읽는 모습을 찍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연출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저 멀리 구름다리(?)로 뛰어가 포즈를 취했다. 구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나를 찍어준 아저씨도 저 자리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한 장 찍고 난 후에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졌다.
사진을 찍고 내려가는 아저씨의 뒷, 아니 옆모습을 찍어봤다. 아저씨라고 해야 할지, 할아버지라 해야 할지 조금은 애매한 중년의 신사였는데, 렐루 서점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으셨다. 영화배우라 해도 수긍이 갈만한 기럭지와 입이 떡 벌어지는 패션센스까지... 나도 나중에 저렇게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아마 안될꺼야, 이번 생에는...'
쓸데없는 생각에 이은 자괴감을 잔뜩 안고 렐루 서점을 뛰쳐 나왔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할까?
◈ <광고> 2015년 7월 28일부터 8월 25일까지 약 한 달간 남미지역을 여행할 계획입니다.
남미 여행기는 페이스북 및 브런치를 통해 (가급적) 실시간으로 포스팅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페이스북 구독은 우측 배너창을 이용하시거나, https://www.facebook.com/j2rrystory를 방문하시면 됩니다.
브런치 구독은 https://brunch.co.kr/@mixcoffee 또는 https://brunch.co.kr/magazine/travelnote 를 이용해 주세요.
여러분들의 댓글과 추천(좋아요)은 언제나 제게 큰 힘이 됩니다.
19. 동화 속 상상이 현실로 - 해리포터의 배경, 렐루 서점에 가다.
* 여행준비 5. 배낭여행 짐을 싸며, 유럽 여행 준비의 마침표를 찍다. * 꽃보다 유럽 :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기 04. 짜릿했던 스페인에서의 첫날밤, 프리메라리가 직관 후기 05. IE 비즈니스 스쿨과 함께 한, 마드리드 생활 2일차 06. 마드리드 씨티투어 - 알무데나 성당, 마드리드 궁전 등 07. 유럽 3대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을 공짜로 즐겨보자!(feat. 레티로 공원) 08. 작지만 아름다운 동화 속의 마을, 세고비아 - 악마의 다리, 세고비아 대성당 10. 꽃할배도 반한 세고비아 전통요리를 즐겨보자! - 코치니요 전문점 메종 데 깐디도 11. 도시의 진정한 매력은 광장에서 나온다. - 마드리드 3대 광장 집중 탐구 12. 세련미 넘치는 마드리드 전통시장, 산 미구엘 시장을 가다.(feat. 산 기네스 a.k.a. 대왕 츄러스 가게) 13. 마드리드에서의 시작과 끝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14. 작지만 아름다운 포르투, 그리고 타트바(Tattva) 호스텔 15. 포르투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무료 워킹투어 체험기 16. 포르투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 프랑세지냐 맛집 피코타(Picota) 17. 와인에 대한 당신의 상식을 넓히는 순간,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 18. 포르투 최고의 핫 플레이스 (1편) - 밤에 더 아름다운 동 루이스 다리 19. 동화 속 상상이 현실로 - 해리포터의 배경, 렐루 서점에 가다. 20.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포르투, 클레리고스 종탑에 오르다 22. 포르투 최고의 핫플레이스(2편) - 도루 강의 물줄기를 따라서 23. 야간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부제 - 새벽녘의 멘붕) 24. 대서양과 맞닿은 절벽마을,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에 가다. 25. 7세기 이슬람 세력의 위엄이 그대로, 신트라 무어인의 성 26. 신트라 숲 속에서 찾은 아름다운 보석, 페나 성에 가다. 28. 리스본 여행의 단 하나의 이유 - 에그타르트 맛집, Pasteis de Belem(파스테이스 데 벨렘) 29. 리스본을 떠나기 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다. 30. 드디어 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에 첫 발을 내딛다. 관련글 -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포스팅으로 이동합니다.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면, 아래 공감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 > 꽃보다 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를 찾아서 (8) | 2015.08.05 |
---|---|
20.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포르투, 클레리고스 종탑에 오르다 (6) | 2015.07.31 |
18. 포르투 최고의 핫 플레이스 (1편) - 밤에 더 아름다운 동 루이스 다리 (7) | 2015.07.13 |
17. 와인에 대한 당신의 상식을 넓히는 순간,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 (4) | 2015.07.06 |
16. 포르투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 프랑세지냐 맛집 피코타(Picota) (0) | 2015.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