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63. 아직도 진행 중인 가우디의 원대한 계획,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4. 22. 16:20

 

천재라 불리우는 한 남자가 있었다. 당대에도 그랬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건축가였던 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성당을 짓고 싶었다. 어마어마한 크기는 물론 내, 외부에 디테일한 디자인을 새겨 넣기 위해 그는 평생을 그 성당에 매달려왔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고 오로지 성당 건축에만 신경을 쓰던 그는 길을 건너다 달려오는 전차를 보지 못하고 그만 전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당대 최고의 건축가답지 않은 허름한 옷차림 탓에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은 그는 그렇게 쓸쓸히 숨을 거둔다.

 

 

바르셀로나, 아니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가였던 가우디는 그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쓸쓸히 숨을 거두었지만, 그의 숙원사업이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은 내노라하는 후배 건축가들에 의해 오늘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맞는 두번째 하루는 아침부터 일정이 삐그덕거렸다. 첫째날에 야경투어까지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던지 늦잠을 자버렸기 때문이다. 씻는 둥 마는 둥 아침식사도 거른 채,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워낙 인기있는 관광지인지라 서두르지 않으면 입장하는데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와 몇 발자국 걸음을 옮기자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성당 건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쩍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그 모습을 감상하다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러봤지만, 그 거대한 모습을 담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당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뒤에서야 그나마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2년, 가우디의 스승으로 알려진 비야르가 설계를 맡아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의뢰인과의 마찰로 1년만에 설계자가 가우디로 교체되었다. 약 9,000㎡의 면적에 메인 돔의 높이가 170m에 이르는 이 거대한 성당의 공사를 맡게 된 가우디는 공사기간을 약 200년 정도로 잡았다고 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성경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예수의 일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파사드 벽면에 성경의 주요한 장면을 조각으로 새겨놓았기 때문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예수의 탄생, 수난, 영광을 각각 상징하는 3개의 파사드로 이루어져 있다. 참고로 가우디는 그 중 탄생의 파사드만 완성시킨 후, 세상을 떠났다. 수난의 파사드는 수비라치라는 건축가에 의해 1976년에 완성되었고, 영광의 파사드는 아직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3개의 파사드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가우디의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탄생의 파사드가 아닐까?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과 동방박사의 경배, 천사들의 합창, 대천사 가브리엘에게 성령의 아이가 잉태되었음을 전해듣는 처녀 마리아의 모습 등 예수 탄생과 관련된 성경의 주요 장면들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가운데 예수 탄생의 장면을 클로즈업 해 보니, 요셉과 마리아, 아기예수의 모습과 함께 당나귀를 닮은 말 2마리가 보인다. 예수님께서 태어난 곳이 마굿간임을 표현한 가우디의 예술적 위트가 인상적이다. 참고로 여기에 조각된 인물상은 실제로 당시 가우디가 살던 동네 사람들의 얼굴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저기 보이는 요셉의 얼굴이 1890년대 바르셀로나에 살던 목수 누군가의 얼굴이라는 이야기다. 동네 아저씨 잘 만난 덕에 본인의 얼굴을 대대손손 남긴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갑자기 부러워졌다.

 

 

그 외에도 이집트로 피난가는 예수 가족,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이 태어났다는 말에 영아를 무자비하게 죽이는 로마 병사 등 성경 속 장면장면이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많은 이야기를 그림도 아니고 돌로, 그것도 건물 외벽에 조각할 생각을 하다니, 가우디가 '천재'로 불리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수많은 성경의 이야기와 인물상을 조각하는 것만 해도 작업량이 어마어마했을텐데, 가우디는 그 배경에 담쟁이 넝쿨 같은 나뭇잎을 정교하게 새겨 놓었다. 보는 우리야 '와아, 멋있다.'하고 감탄하면 그만이지만, 저걸 새기는 사람들은 죽을 맛이었으리라. 저것만 생략했어도 건축기간이 십수년은 단축되었을텐데...

 

 

성당 내부로 들어가는 줄을 서기 위해 '수난의 파사드' 쪽으로 이동했다. 한눈에 봐도 '탄생의 파사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단 울퉁불퉁 복잡한 배경 조각이 없고 장면 장면이 추상적인 조각기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탄생의 파사드'가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스타일이라면, 수비라츠의 '수난의 파사드'는 모던한 느낌을 준다. 특히, 수비라츠는 '수난의 파사드'에 등장하는 인물상의 얼굴에 음각기법을 사용했는데, 그 덕에 관람객들은 작품을 어느 곳에서 바라보든 조각상이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수난의 파사드의 메인 테마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다. 파사드 중앙 위, 아래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와 골고다에 오르는 예수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런데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를 힘겹게 올라가는 예수님의 맞은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인물과는 뭔가 달라보이는 이 남자의 정체는 바로 '가우디', 수난의 파사드를 건축한 수비라치의 가우디에 대한 존경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부분이다. 왼쪽 벽면에는 예수님의 옷을 가져가기 위해 주사위를 굴리는 로마 병사들과 예수님을 찌른 롱기누스의 창과 기마병의 모습도 보인다.

 

 

수난의 파사드에는 JESUS NAZARENU,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뜻을 가진 문구도 조각되어 있다.

 

 

파사드 위로 세워진 첨탑 윗부분은 교황이 쓰는 모자를 형상화했다. 아, 그리고 파사드마다 4개씩, 총 12개의 첨탑이 올라가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12사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2개의 거대한 파사드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내부로 들어가는 순서가 되었다. 이미 그 위용에 감탄하며, '굳이 안에 들어가서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내부에 발을 내딛는 순간 또 한번 큰 충격과 함께 입에서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치명적인 속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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