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던가? 나일강을 비롯한 고대 4대 문명의 발상지를 언급하기 위해 네이버를 뒤적거려 볼 필요도 없이, 파리, 런던, 그리고 서울 등 웬만한 도시를 떠올려 보면, 그 중심에는 항상 강이 흐르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도시와 강의 조합 중에서도 포르투를 관통하는 도루 강변의 풍경과 분위기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럼 지금부터 도루 강의 분위기를 함께 느껴보자!
히베리아 지구에는 도루 강을 따라 수많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 곳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하다 보면 낮에도 맥주 병을 손에 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페인은 씨에스타 시간(오후 2시 정도)에는 펍이 그나마 한산한 편이지만, 포르투갈은 그런 것도 없다. 해가 중천에 떠 있건 말건 여유롭게 맥주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테라스에 모여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는 활기찬 사람들과 노랑, 빨강, 파랑의 독특한 색채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 포르투의 분위기를 이만큼 잘 보여주는 사진이 있을까? 당시에는 1박 2일이라는 일정 탓에 저 틈을 비집고 들어가 현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만한 여유가 없었다. 지나고 보니,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다. 1박 2일도 이처럼 빠듯한 일정인데, 당일치기를 생각했었다니... 혹시라도 지금 포르투갈 여행 일정을 짜고 있다면, 포르투에서는 무조건 1박 2일 혹은 그 이상을 투자시길 추천드린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동 루이스 다리는 밤에 봐야 예쁘다. 하지만 인증샷을 찍는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밤에는 강가를 환히 밝히는 조명들 때문에 오히려 인물 사진을 제대로 찍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뭐, 낮에 찍는다고 해서 못난 얼굴이 연예인처럼 나온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강 한쪽으로 유람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크기도 저마다 제각각이라 맘에 드는 놈을 골라 강을 한바퀴 쓰~윽 돌아볼 수도 있다. 사진으로 보면 이렇게 멋진데, 아직 유람선을 즐길 나이가 되지 않아서인지 직접 유람선을 타 봤던 기억은 거의 없다. 포르투에서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사진만 몇 장 찍어두었다.
도루 강을 떠다니는 유람선을 보면서, 문득 유람선 안에서 바라보는 포르투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을 뒤져봐도 강 위를 떠다니는 배의 모습을 찍은 사진은 많은데, 배 안에서 바깥 풍경을 찍은 사진은 찾기 힘들었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유람선을 별로 즐기지 않거나, 아니면 배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 그리 대단하지 않아서거나, 아마 이유는 둘 중 하나가 아닐까?
히베이라 지구 쪽에는 유람선이 많다면, 이 곳 가이아 지구 쪽에 정박해 있는 배의 대부분은 와인 수송선이다. 배 앞쪽으로 쾌걸 조로 마냥 망토를 걸치고 있는 인물의 모습은 절대 심령사진 같은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길, 마스코트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샌드만'이라는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문양인데, 아마 저 배가 '샌드만' 것이었나 보다. 그나저나 강가에 앉아 가만히 배를 보고 있으니, 문득 어린 시절 즐겨하던 대항해시대2 에 등장하던 작은 배들이 떠올랐다.
동 루이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도루 강변, 가이아 지구 쪽 강가에 와인 수송선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에는 케이블카도 지나다니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10년 전, 아니 100년 전에도 이 곳은 아마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드디어 도루 강의 밤이 밝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곳의 아름다움이 전해지리라 믿는다. 사진은 가이아 지구 쪽에서 담은 도루 강변의 모습이다. 야경을 눈으로만 즐기고 미처 사진에 담지 못했던 첫째 날이 못내 아쉬워 다음날 밤에 다시 이 곳을 다시 찾아 사진을 찍었다.
가이아 지구에서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히베이라 지구 쪽으로 다시 넘어왔다. 수많은 사람들로 왁자지껄 한 펍이나 음식점 테라스와는 달리 거리는 비교적 평온하고 한산한 편이다. 동 루이스 다리에서 내려와 번화가 쪽으로 향하는 데, 낮과는 전혀 다른 거리를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밤이 되면, 강가에 정박해 있는 와인 수송선도 더욱 분위기 있는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히베이라 지구 쪽에 정박해 있던 와인 수송선이었는데, 이 밤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가이아 지구에서 와인을 싣고 건너 온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지금은 술도 안 마셨는데,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사진은 올려야 하는데, 그닥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되는대로 끄적이고 있는 거임.
간판에 가게 이름 대신 포르투갈의 대표 생선, 정어리 그림을 걸어놓은 어느 레스토랑의 모습. 처음 보고서는 '왜 고래 그림이 여기 있지?' 하며 한참을 고민했었다. 그나저나 음식은 별로인지,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앞에 우두커니 서서 사진 찍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고개를 돌려 포르투 최고의 야경, 동 루이스 다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삼각대가 없어서 은근 걱정이 많았는데, 조명이 워낙 밝아서 대충 찍어도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온다. 물론, 사진 제대로 찍는 사람들 눈에는 성에 차지 않겠지만, 나는 나름 만족하고 있음. 저 앞에 앉아 다리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에펠탑이 떠오른다. 나중에는 '에필탑 짓다가 남은 부분을 이 곳에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생각을 해봤다.
강변에서 노닥거리는 포르투 현지 한량들, 그들 뒤로 환하게 불을 밝힌 가이아 지구의 와이너리의 모습이 보인다. 그나저나 이 사진을 왜 찍었냐 하면,
가운데 여자가 완전 조낸 초 미녀였음. 도무지 사진을 안 찍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찍었고, 여기에 공유한다. 뭐 혹시 초상권 문제가 생기...는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건, 미모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강을 따라 두어 시간을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사진도 찍고 야경과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포르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와 포르투의 인연은 여기까지, 이제는 야간 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낮에는 조금 지겹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막상 떠날 시간이 되니 뭔가가 계속 아쉬워졌다. '뭐, 리스본에도 리스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 라며 애써 아쉬운 마음을 달랜 후,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몇 시간 뒤 펼쳐질 멘붕의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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