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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와인에 대한 당신의 상식을 넓히는 순간,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7. 6. 08:00

 

 

포르투의 도루 강변을 따라 줄지어 위치한 와이너리를 보고 있으면, '이 곳이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부분 '와인'하면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 곳 포르투의 와인 역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명성과 품질을 자랑한다. 식사 후, 단 것이 땡길때 찾게 되는 달달한 포트와인(port wine)이 바로 이 곳, 포르투(Porto)에서 유래된 것이다.

 

17세기,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의 여파로 프랑스에서 더이상 와인을 수입하지 못하게 된 영국 상인들이 이 곳에 정착해서 영국으로 수출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와인 수송선들이 전쟁지역을 피해 우뢰해야 했기 때문에, 영국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리자, 와인의 변질을 막기 위해 와인에 브랜디를 섞기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포트와인은 특유의 달달한 맛과 향을 가지게 된다.

 

 

포르투 워킹투어에서 만난 한국분께서 와이너리 투어를 가신다기에, 쫄레쫄레 따라나섰다. 동 루이스 다리를 건너 시내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강가를 따라 수 많은 와이너리들이 밀집해 있다. 실제로 와인을 수송하는 배인지, 아니면 일종의 장식용으로 세워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변에는 와인통을 가득 실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다.

 

 

강가에서 파는 수많은 기념품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와인 수송선 미니어쳐. 아기자기한 크기에, 실제 와이너리의 문양을 담은 돛이 너무 귀여워서 '선물용으로 몇 개 사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여행길에 이리저리 치여서 다 망가져버릴 것만 같아서 그냥 카메라에만 담아왔다. 물건은 사지도 않으면서 사진을 찍는게 죄송스러워 혹시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여쭤봤는데, 너무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워킹투어를 마치고 조금 늦게 출발한 탓에 혹시라도 와이너리 투어 시간을 놓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해서, 가장 유명하다는 테일러(Taylor's) 샵으로 향했다. (일행분께서) 인터넷으로 알아본 정보에 따르면, 오후 6시에 마지막 투어가 시작된다고 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5시 투어를 끝으로 투어가 모두 종료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동절기(10월~3월)라 한 시간 일찍 끝나나보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사진을 몇 장 찍고 있었는데, 한 직원이 다가와서는 주변에 자기네들이 운영하는 다른 와이너리가 있는데, 그곳은 6시 30분까지 투어를 진행한다며, 한번 가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Why not?" 직원에게 위치를 안내받아 찾아간 곳은 '크로프트(CROFT)'라는 와이너리였다.

 

 

포르투에서의 와이너리 투어는 간단하다. 5유로를 내고 2~3잔의 와인을 시음한 후,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와인창고 내부를 둘러보는 것, 시간은 대략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포트와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라, 브랜디를 발효 전에 넣느냐, 발효 도중에 넣느냐에 따라, 오크 나무 통에서 숙성하느냐, 병에서 숙성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맛과 향을 가지게 된다. 크로프트에서는 총 3가지 종류의 포트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와인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두 종류의 와인을 마셔보았는데, 정말 맛과 향이 서로 확연히 달랐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못하지만, 정말 진짜 완전 다르니, 가서 직접 느껴보시라.

 

 

약 15분 정도 와인 시음을 하며 기다리고 나니, 투어가 시작되었다. 와인통이 가득찬 창고 안으로 들어가니, 서늘한 기운이 몰려왔다. 와인은 숙성단계에서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곳에서는 겨울철에는 11도, 여름에도 18도 이하의 온도가 유지된다고 한다.

 

 

통로 양쪽으로 와인통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와인을 보관하는 통은 600리터, 44,000리터, 100,000리터 이렇게 3가지 종류가 있는데, 통이 작을수록 와인이 오크나무 통과 많이 접촉하기 때문에, 화학작용이 활발히 일어난다고 한다. 작은 통에 담겨 있는 와인은 특유의 어두운 색을 잃고 맛도 변하게 되는데, 흔히 우리가 가볍다고 하는 맛의 밝은 색 와인은 대부분 600리터짜리 통에서 숙성된 것이다.

 

 

포트와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루비(Ruby)는 44,000리터짜리 오크통에서 와인을 3~5년간 숙성한 후 블랜딩한 것으로 나무나 공기와의 접촉이 적어 색깔이 진하고, 무거운 맛을 띄기 때문에, 초코렛, 치즈 등 디저트류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뭐 그 외에도, 레이트 보틀 빈티지(LBV; Late Bottle Vintage)는 정통 빈티지 포트와인이 아니라 전형적인 마케팅이라는 등 알아두면 좋을 만한 와인 상식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와인에 대한 설명이 모두 끝나고, 창고 밖으로 나와 와인 시음이 이어졌다. 와인의 빛깔을 확인한 후, 잔을 돌려가며 와인이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속도를 보며, 점도를 느끼는 모습을 직원이 직접 시범을 보여가며 설명해 주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괜히 있어보이려고 하는 행동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름 의미가 있는 동작이었다.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보다.

 

 

와인투어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시음한 와인은 '루비포트'. 투어에서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고 했던 그 어린 와인이다. 투어를 안받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텐데, 괜스레 초코렛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들었다. 이래서 아는게 병이라는 말이 나왔나보다.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데, 도루 강변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석양이 지는 모습을 좀 더 구경할까 고민했지만, 일단 숙소로 돌아가 기력을 좀 충전하기로 했다. 대신, 저녁에 강가로 나와 야경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는 걸로... 그러기 위해서는 마트에도 좀 들러서 맥주와 간단한 간식거리도 준비해야 한다. 뭔가 바쁘지만, 알찬 포르투에서의 첫날이 서서히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꽃보다 유럽 :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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