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51. 낮에 다시 찾은 누에보 다리에서 자연과 건축의 하모니를 느끼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11. 1. 08:30

 

구시가지 산책을 마친 후, 숙소가 있는 누에보 다리로 돌아오는데,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따스한 햇살때문일까? 잔뜩 찌뿌렸던 하늘도 이제는 화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라나다로 떠나는 열차 시각까지는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어제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자 누에보 다리 아래로 다시금 내려가 보기로 했다.

 

 

나름 두번째 가는 길이어서일까? 어제 초행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론다 여행을 이야기할 때, 누에보 다리만을 언급하는데, 그 반대편으로 펼쳐진 푸른 초원도 한폭의 그림같다.

 

 

어제까지만해도 론다를 그리자면 황톳빛 물감 하나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절벽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녀석들이 여기저기 숨어있고 그걸 찾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주변을 살펴가며 걷다보니 어느새 어제의 그 뷰 포인트에 도달했다. 야경만큼은 아니지만 낮에 만난 누에보 다리는 여전히 웅장하고 경이롭다. 그러고 보니 좌우 양 옆 절벽과 색채가 비슷해서인지 자연과 참 잘 어우러진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들 이 곳, 뷰 포인트에서 누에보 다리의 전경을 담곤 한다. 누에보 다리를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기 때문에 낮은 지대의 평지겠거니 싶지만, 사실은 이 곳도 아찔한 절벽 위라고 보면 된다. 천길 낭떠러지까지는 아니지만, 떨어지면 비명횡사할 정도는 된다. 혹시 누군가가 당신을 이 곳으로 데려온 것이라면 경계심을 늦추지 말자.

 

 

끔찍한 상상은 집어넣어두고 다시금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해 보자. 사진 한 쪽으로 꽃을 넣으니 그림이 한결 화사해지는 느낌이다. 딱히 할 것도 없고 저 자리에서 사진을 수십장은 찍은 것 같다.

 

 

누에보 다리만 계속 찍기 뭐해서 파라도르 맞은 편의 돈 미구엘 호텔도 렌즈에 담아본다. 왠지 모르겠지만 론다에는 하얀색 벽을 가진 건물이 참 많은 것 같다. 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사진 찍는 것도 슬슬 지루해지고, 시간을 때울 겸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울창한 수풀 사이로 좁고 가파른 계단이 나있는 것을 보니 나 말고도 이 곳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제법 있나보다.

 

 

아래로 제법 내려가서 찍은 누에보 다리의 모습! 시야가 넓어지니, 파라도르와 누에보 다리, 돈 미구엘 호텔이 하나의 앵글에 담긴다. 아까 전에 봤던 것과 같은 풍경이지만, 느낌은 상당히 달랐다.

 

 

계단처럼 이어진 돌벽 너머로 웅장한 절벽과 함께 어제 저녁때 잠깐 들렀던 타호 공원의 전망대가 보인다. 오른쪽 상단에 코딱지만한 정자처럼 생긴 건물이 타호 공원 전망대다. 절벽 왼편으로 펼쳐진 들판은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을 뻥 뚫리는 기분이다.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산책을 하는데, 심술궂은 표정의 강아지 한 마리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수풀 사이로 짐승이 툭 튀어 나오니, 처음에는 늑대가 아닌가 싶어 움찔 뒷걸음질을 쳤다. 목줄까지 하고 있는 강아지가 어슬렁 거리는 것을 보니,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는 것 같다. 참 어지간히도 아래까지 내려왔나보다.

 

 

슬슬 올라가야지 싶은데, 또 한편으로는 기왕 여기까지 내려온 김에 좀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다가 고인돌을 닮은 작은 문(?) 하나를 발견했다.

 

'설마 저길 통과하면 저승으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문을 통과했지만, 다행히 아무일도 일어나진 않았다. 다만, 보아하니 끝없이 이어진 길을 아무리 따라 걸어도 특별한 것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럴 때는 그냥 빨리 포기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법! 왔던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가야겠다.

 

 

시내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파라도르 론다의 모습! 절벽 위에 놓인 모습이 마치 요새같다. 웅장한 절벽과 호텔 건물 위에 걸린 구름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론다! 자연이 빚은 절경에 인간이 마침표를 찍은 듯한 이 아름다운 도시를 여행한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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