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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바르셀로나 최대의 시장, 보케리아 시장 100배 즐기기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3. 13. 07:32

 

여행을 하다보면 유독 기억에 남는 도시들이 있다. 대개의 경우 그 도시를 대표하는 시장을 여행하면서 특유의 분위기가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남유럽 3개국 여행의 종착지인 바르셀로나에는 보케리아 시장이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또다른 명소, 람블라스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보케리아 시장은 하루 방문객만 30만명에 육박하는 대형 시장이다. 참고로 이 곳은 농수산물과 축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장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시장이라는 말만 듣고 여행 막바지에 옷이나 기념품을 사러 이 곳을 찾는다면 괜한 헛걸음만 하게 될 것이다.

 

 

보케리아 시장의 시작은 우리의 동대문 또는 남대문 시장과 비슷했다. 12세기 경, 바르셀로나를 둘러싼 성곽에는 몇 개의 문이 있었는데, 그 중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빈번했던 '프라 데 보케리아'라는 문 근처에 농부들이 하나 둘씩 모여 채소나 과일 따위를 팔던 것이 점차 시장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바르셀로나 도시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보케리아 지역이 시내에 편입되었고, 18세기에 근처 '산 호셉 수도원' 부지에 정식으로 대형 시장이 건설되었다. 보케리아 시장의 정식 명칭은 '산 호셉 보케리아 시장'인데, '보케리아'는 지역 명, '산 호셉'은 수도원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보케리아 시장에 대한 배경 설명은 이쯤에서 줄이고 지금부터 바르셀로나의 명물, 보케리아 시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핵심 포인트를 하나씩 짚어보자!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즐기는 싱싱한 식재료 훔쳐보기

 

보케리아 시장 입구의 간이 식당가를 지나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다보면 싱싱한 과일과 채소가 손님들을 반긴다. 큼지막한 대파와 무 같은 채소를 보면서 과연 관광객들이 이런걸 사겠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시장 거리를 계속 거닐다보니, 식자재를 사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보케리아 시장은 단순한 관광명소가 아니라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그들의 먹거리를 사고 파는 '진짜' 재래시장이었던 것이다.

 

 

과일과 채소 뿐만이 아니다. 바닷가에서 갓 잡아올린 듯한 싱싱한 해산물 역시 보케리아 시장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엄청난 크기의 게와 바닷가재, 생선을 구경하다 보면, '아, 맞다! 바르셀로나가 해안도시였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거기에 소, 돼지, 닭 등 다양한 종류의 고기까지 스페인 가정의 식탁에 올라가는 각종 식자재가 이 곳 보케리아 시장에 총 집결해 있다. 넓고 비옥한 국토와 충분한 일조량 탓에 역사적으로 스페인은 '먹을 것 걱정'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두어 시간 정도 보케리아 시장을 둘러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새삼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선한 과일 한 잔이 단돈 1.5유로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보케리아 시장에서는 관광객들이 관심을 가지는 옷이나 악세사리, 기념품 따위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쇼핑보다는 구경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품질 좋은 먹거리를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관광액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곳이 있으니, 바로 이 과일 가게! 스타벅스 톨 사이즈 정도 되는 컵에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자란 당도 높은 과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가득 담아 파는 곳이다. 심지어 가격도 1.5유로, 그러니까 약 2,000원 정도로 매우 착하다.

 

 

조각 과일 말고도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생과일을 갈아서 파는 곳도 있으니 취향에 맞는 가게를 잘 찾아보자.

 

 

 스페인의 명물, 하몽 완전정복!

 

한때, '두유 노 김치'라는 말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김치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을 조롱하는 말인데, 김치를 자랑스러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스페인 사람들은 하몽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1~2년간 숙성시킨 일종의 햄이다. 도토리를 먹여 키운 이베리아 흑돼지로 만든 하몽을 제일로 친다는데,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 하몽의 참맛을 깨우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보케리아 시장을 잘 돌아다니다 보면 하몽 몇 조각을 1~2유로에 파는 상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일종의 유료 시식코너라고 해야할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러 종류의 하몽을 먹다보면 종류에 따른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분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 맛에 민감한 미식가라면 하몽 맛을 마스터 하는 것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기가 진정한 먹거리 천국, 다이어트 고민은 잠시 접어두자.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고로 재래시장의 진정한 매력은 '길거리 음식'이다. 위에서 조 과일과 생과일 주스를 소개하기도 했지만, 그것 말고도 보케리아 시장에는 입을 즐겁게 해 줄 아이템이 정말 많다.

 

 

알록달록 무지개 빛깔의 사탕과 젤리,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마카롱, 마카다미아가 듬쁙 담긴 초콜렛 등 시장 곳곳에 발걸음을 유혹하는 간식들이 가득하다. 처음에 간식 가게를 볼 때만 해도, '저게 칼로리가 얼마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걷는 시간이 길어지고 몸에 당이 떨어질수록 간식의 유혹은 점점 진해져간다.

 

 

그리고 이 것! 핀초를 발견한 그 순간, 다이어트에 대한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상큼한 딸기와 달콤한 초코렛의 환상적인 하모니를 보고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주머니 속 동전을 탈탈 털어 제일 튼실해 보이는 것을 하나 집어들었다. 참고로 핀초는 긴 이쑤시개(pin)에 고기나 빵, 해산물 등을 꽂아 만든 간단한 간식을 말한다. 뭐 우리나라의 꼬치 요리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주로 날 것을 꽂아 굽는 우리나라의 꼬치 요리와 달리 스페인의 핀초는 재료의 종류나 상태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워낙에 규모가 크고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라 보케리아 시장을 제대로 구경할라치면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시간과 약간의 수고를 들여 둘러볼 가치가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바르셀로나를 넘어 유럽 전역에서도 규모와 판매되는 품질 면에서 손꼽히는 시장이니, 꼭 한번 시간을 내서 이 곳을 찾아가보자. 보케리아 시장을 구경하는 여러분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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