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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드디어 바르셀로나, 피카소의 흔적을 더듬다 - 4cats, 피카소 미술관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2. 13. 08:00

 

어느덧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 포스팅' 연재를 시작한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 간다. 고작 24박 25일 간의 이야기를 2년 동안 주절거릴 줄이야...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포스팅이 이렇게 늘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회사 일이 많았다는 핑계를 꺼내들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저가 항공, 렌페, 버스 등으로 나뉜다. 부엘링 등 저가 항공을 이용하면 렌페나 버스와 비슷한 금액으로(심지어 저가항공이 더 저렴할 때도 있음),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공항까지 왔다 갔다하는 시간과 비행기 수속의 번거로움, 그리고 야간 열차 이용 시 숙박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렌페를 타기로 결정했다. 야간렌페의 침대칸은 몸 하나를 간신히 누일 수 있을 정도로 좁았지만, 여행의 피로 때문인지 눕고나서 얼마되지 않아 잠에 빠져들었고, 눈을 떠보니 어느새 열차는 바르셀로나 산츠역에 도착해 있었다.

 

<참고> 야간 렌페는 미리미리 서둘러서 예약을 하자. 같은 좌석이라도 예약 시점에 따라 가격이 제법 차이가 난다. '그라나다-바르셀로나 구간'의 4인 침대칸 요금은 87.8유로지만, 프로모션을 적용받으면 가격이 61.45유로까지 떨어진다. 프로모션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되는 경우가 많으니 여행 계획이 세워졌다면 렌페 사이트에 먼저 접속해 티켓을 예매하도록 하자

 - 렌페 예매 사이트 : www.renfe.com/EN/viajeros/index.html

 - 렌페 예매 관련 포스팅 : http://jerrystory.tistory.com/101

 

 

졸린 눈을 부비며 산츠역에 내리자 FC 바르셀로나의 공식매장이 나타났다. 역시 스페인은 축구의 나라다!

 

 

산츠에서 숙소가 있는 카탈루냐 광장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해야 한다. 바르셀로나에 머무르는 4박 5일 동안은 아무래도 지하철을 이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자판기에서 10회권을 끊었다. 보시다시피 금액은 9.95유로 - 우리돈으로 12,000원 정도니 서울의 지하철 요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로부터 2년이 지난 2017년 2월까지도 요금 변동은 없었음)

 

 

나름 푹 잤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야간열차는 어쩔 수 없나보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침대에 잠깐 누웠는데 누꺼풀이 부쩍 무거워진다. '30분만 잘까?'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한번 잠이 들면 오후 늦게서야 깰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카탈루나 광장 근처에 있는 4cats라는 카페로 향했다.

 

 

4cats라는 이름은 카페 오픈 당시 4명이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4cats는 아마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가 아닐까 싶은데, 그 이유는 이 곳이 바로 '피카소'의 단골 가게였기 때문이다.

 

 

4cats를 오픈한 4명의 창업자들은 이 곳이 가난한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장소가 되길 원했고, 그래서 일부러 빈민가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했다. 단골 손님들의 밀린 외상값은 작품으로 퉁쳐주곤 했고, 그 결과 그들의 바람대로 바르셀로나에서 예술 좀 한다는 사람들로 카페가 항상 북적였다. 피카소도 외상을 잔뜩 쌓아두다가 그림 몇 개 그려주며 때우는 우수고객 중 하나였는데, 얼마나 단골 손님이었던지 피카소는 자신의 첫번째 전시회를 이 곳, 4cats에서 열었다고 한다.

 

 

카페 문 앞에 걸려있는 이 그림 역시 피카소가 음식값 대신 그려준 것이다.

 

4cats의 원래 이름은 'Els Quatre Gats'인데, 카탈루냐어로 '4마리의 고양이' 또는 '특이한 사람들'을 뜻하는 표현이다. 이 카페가 '4명의 창업자들'과 '(특이한 일을 하는) 예술인들'의 공간이 된 것은 그 이름이 가진 중의적 의미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카페 곳곳에는 피카소를 비롯한 당대의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약 100여년 전, 예술가들로 북적이던 그 곳이 이제는 음식값 대신 맡겨둔 그들의 그림들을 구경하러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당시의 예술가들은 그들의 아지트가 100여년 후,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날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

 

 

4cats의 상징과도 같은 이 그림은 19세기말 카탈루냐 지역의 대표적인 화가 라몬 카사스가 그린 작품이다. 카탈루냐 미술관에도 같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참고로 그림에 등장하는 2명 중 앞에 탄 사람이 라몬 카사스 본인이고 뒤에 탄 사람은 4cats의 운영자 중 한 명인 페레 로메우다.

 

 

졸음을 잊기 위해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했는데, 그림을 감상하며 한 모금씩 홀짝이다 보니 문득 1900년대 가난한 예술가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어서 커피값은 현금으로 결제했다.

 

 

4cats에서 멀지 않는 곳에 피카소 미술관이 있었다. 4cats가 1900년대 초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 사이에서 피카소의 흔적을 찾는 곳이라면, 피카소 미술관은 시간에 따라 피카소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기 좋은 장소다.

 

 

흔히 '피카소' 하면 약간은 난해한 입체파적 그림을 떠올린다. 하지만 20대의 피카소는 끊임없는 모방과 연습을 통해 실력을 쌓았는데, 당시의 작품들을 보면 피카소의 그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실주의적인 작품이 많다. 그러나 점차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존 미술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추상적 화풍을 완성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그림이 단순해지고 어린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작품들이 많아진다. 피카소의 자화상을 시간 순서내로 나열해보면 '파블로 피카소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피카소는 대상을 단순화하면서도 그 특징을 잡아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 한번의 터치로 강아지를 그려내고 4개의 선으로 여인을 표현해내는 그의 천재적인 능력은 사실 젊은 시절 다작을 통해 다져진 사물에 대한 관찰력과 내공을 통해 완성된 것이었다.

 

 

내부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어서 그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현대 미술사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피카소를 조금 더 제대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으니,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피카소 미술관을 꼭 시간내어 들러보도록 하자. 예술에 대한 지식을 한 뼘정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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