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73. [에필로그]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일상의 시작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12. 10. 22:51

 

내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을 꾸어 내가 된 것인지,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도무지 모르겠나이다.

-구운몽 中-

 

지금으로부터 약 2년 반 전, 그러니까 2015년 3월 말 남유럽 여행기 연재를 시작하며 인용했던 구절이다. 평생 처음으로 한 달 여의 긴 여행이 끝난 후, 당시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설명하는 글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기 연재를 끝내는 지금 나의 심정을 가장 잘 표현한 문구이기도 하다.

 

2015년 3월 말, 여행기 연재를 시작할 때 만해도 이게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 달도 채 안되는 여행 이야기를 3년 가까이 질질 끌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무리 핑계를 대도 작가의 게으름 때문이다. 지난 3년 여의 시간동안 귀찮음과 사투를 벌여가며 글을 쓰는 순간에는 여행지에서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팍팍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물론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평소에는 내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를 여행했다는 사실이 꿈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말이다.

 

 

25일간의 여행을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르셀로나 공항에 들어서던 그 때에도 아마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한 달여의 긴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한 달여의 시간도, 앞으로 맞이하게 될 도쿄에서의 일상도 모두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그저 꿈처럼 느껴졌다.

 

 

여행이 모두 끝났다는 아쉬움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까? 택스리펀을 받지 않고 면세구역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때는 이미 면세점 쇼핑까지 마친 뒤였다. 아차 싶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돌아가기에는 금액이 너무 컸다. 공항 직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여객터미널로 나갔다가 부랴부랴 리펀 서류에 도장을 찍고 다시 탑승동으로 돌아왔다.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 했던 긴박한 순간이었다.  

 

 

<참고>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텍스리펀 받기

1. 출국 수속을 하기 전, 체크인 카운터 주변 로비 구석(공항 입구를 등지고 서서 보이는 벽면의 왼쪽 구석)에 'TAX FREE'라고 적힌 부스(세관)에서 택스 리펀 받을 영수증에 도장을 받는다.

2. 출국 수속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탑승동으로 내려오면 바로 보이는 'TAX REFUND' 부스에 도장받은 영수증과 서류를 제출하고 환급 방식(현금 또는 신용카드 취소)를 선택한다. (현금으로 받는 것이 빠르고 편하기는 하지만, 수수료를 많이 떼기 때문에 신용카드 취소 방식을 추천)

 

 

한바탕 소동을 치른 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가 하늘로 떠오르고 난 후, 영화 채널을 몇 차례 돌리고 나서야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그리운 집으로 돌아간다는 설렘을 느낄 때 쯤, 드디어 기내식이 나왔다. 뭘 먹었는지는 당연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진을 보아하니 치킨&라이스 비슷한 것을 시켰었나보다.  

 

 

짧은 램 수면을 두어번 반복하다 창 밖을 보니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기억이라는 것이 참 묘한 게 매번 여행을 마친 후 비행기에 오르고 나면 그 동안 여행했던 시간이 아득히 먼 추억처럼 느껴지곤 한다. 결국 여행이 끝나고 바뀐 것은 줄어든 통장 잔고와 캐리어 속 기념품, 기억 저편으로 서서히 희미해지는 여행의 추억 정도다. 여행을 기록하는 블로그지만, 여행이 참 사치스러운 행동이라고 느끼는 지점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딱히 남는 것은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도 왜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항상 여행에 목마른 걸까?

 

 

대여섯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도하 공항, 불과 25일 전 경유했던 곳이라 당시에는 뭐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신기한 것도 없었다.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슬람 신자를 위한 기도실 정도였나보다. 사진을 뒤적거려도 이것 이상의 사진이 없네;;;

 

 

다시금 비행기에 올라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을 시작했다. 25일 간의 추억을 곱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금새 끝없는 지루함이 몰려왔다. 한 번의 기내식을 먹고, 수 편의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더 이상 스튜어디스에게 간식과 맥주를 부탁하기 민망해질 쯤, 창 너머로 후지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드디어 기나긴 여정이 끝나고, 도쿄에서의 일상이 시작되는구나! 일상에 지쳐 다시 여행을 꿈꾸게 될 그 때까지 또 한번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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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야간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부제 - 새벽녘의 멘붕)

24. 대서양과 맞닿은 절벽마을,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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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 곳은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아름답다 - 밤에 더 밝게 빛나는 제마 엘프나 광장

41. 다시 유럽으로... 세비야에서 맛 본 '오늘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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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 모든 것이 맘 같지는 않더라! - 메트로폴 파라솔과 스페인 광장에서의 허탈함

44. 지난 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스페인 광장으로 향하다.

45. '죽어도 스페인 땅을 밟지 않으리', 콜럼버스의 유언을 지킨 4명의 왕

46. 세비야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 눈에, 히랄다 탑에 오르다.

47. 미슐랭 별이 셋! 세비야 최고 맛집, 'Casa la Viuda'(까사 라 비우다)

48. 깎아진듯한 절벽 위 요새 같은 호텔, 파라도르 데 론다

49. 절벽위의 작은 마을, 론다에서 1박을 해야 하는 이유

50. 여유 넘치는 아침, 한적한 비탈길을 오르다. - 론다 구시가지 도보여행

51. 낮에 다시 찾은 누에보 다리에서 자연과 건축의 하모니를 느끼다.

52. 인간과 황소의 고독한 싸움, 론다에서 투우의 역사를 더듬다.

53. 생각지도 못한 발견, 론다의 소꼬리찜은 진리다!

54. 알바이신을 채운 집시의 열정 - 그라나다 동굴 플라멩고 공연

55. 발길 닿는 대로, 느긋하게 즐기는 그라나다 시내 여행

56. 집시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 사크로몬테 집시촌

57.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에 가다 (1편) - 카를로스 5세궁과 알카사바

58.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에 가다 (2편) - 나사리 궁,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

59.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에 가다 (3편) - 왕들의 휴식처, 헤네랄리페

60. 드디어 바르셀로나, 피카소의 흔적을 더듬다 - 4cats, 피카소 미술관

61. 바르셀로나 최대의 시장, 보케리아 시장 100배 즐기기

62. 어둡고 비장했던 바르셀로나의 밤(feat. 유로자전거나라)

63. 아직도 진행 중인 가우디의 원대한 계획,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64.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천상의 아름다움,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속살을 파헤치다.

65. 곡선이 만들어낸 건축의 미학, 까사바트요 & 까사밀라

66. 구엘과 가우디가 꿈꿨던 바르셀로나 상류층을 위한 신도시, 구엘공원

67. 몬주익 언덕에 올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추억하다.

68. 멋진 음악과 분수,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었던 어느 저녁날 - 몬주익 분수쇼 & 엘그롭

69. 내 인생 최고의 90분, 엘클라시코 직관기 (1편) - 티켓 찾아 삼만리

70. 내 인생 최고의 90분, 엘클라시코 직관기 (2편) - 마! 이기 축구다. 아나?

7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 산파우 병원 방문기

72. 바르셀로나의 잠 못 이루던 밤(feat. 야경 핫스팟, 티비다보 미라베 레스토랑)

73. [에필로그]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일상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