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다 7

53. 생각지도 못한 발견, 론다의 소꼬리찜은 진리다!

파라도르 데 론다, 누에보 다리,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구 시가지 풍경 - 1박 2일간의 론다 여행은 카메라에 그리고 가슴 속에 풍성한 추억을 남기며 마무리되고 있었다. 론다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민 투우장을 빠져나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근처 식당을 찾았다. 'Restaurante Flores' 굳이 번역을 하자면 '꽃식당'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여행기의 테마로 잡은 '꽃보다 유럽'에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오랜 역사와 전통에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다.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간 동네식당이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니... 레스토랑이 처음 생긴 1919년을 나타내는 숫자가 입구에 적혀 있었다. 참고로 1919년은 3.1운동이 일어나고 상해..

52. 인간과 황소의 고독한 싸움, 론다에서 투우의 역사를 더듬다.

"원형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문이 열리고, 잔뜩 약이 오른 황소의 그림자가 어슴프레 보인다. 이글대는 태양 때문일까?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황소의 모습에 귓가의 함성소리는 어느새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 처럼 고요해진다. 오늘도 무사히 끝낼 수 있으리라...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내면, 저 깊은 곳에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한없이 온화해보이는 사람들조차도 '피'를 보면 열광하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다. 로마시대의 콜로세움에서부터 UFC의 옥타곤까지, 수많은 전사들이 인류의 폭력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피를 튀기며 서로 싸워왔다. 여기, 르네상스 시대의 폭력성을 ..

51. 낮에 다시 찾은 누에보 다리에서 자연과 건축의 하모니를 느끼다.

구시가지 산책을 마친 후, 숙소가 있는 누에보 다리로 돌아오는데,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따스한 햇살때문일까? 잔뜩 찌뿌렸던 하늘도 이제는 화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라나다로 떠나는 열차 시각까지는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어제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자 누에보 다리 아래로 다시금 내려가 보기로 했다. 나름 두번째 가는 길이어서일까? 어제 초행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론다 여행을 이야기할 때, 누에보 다리만을 언급하는데, 그 반대편으로 펼쳐진 푸른 초원도 한폭의 그림같다. 어제까지만해도 론다를 그리자면 황톳빛 물감 하나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절벽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녀석들이 여기저기 숨어있고 그걸 ..

50. 여유 넘치는 아침, 한적한 비탈길을 오르다. - 론다 구시가지 도보여행

론다에서의 이튿날 아침. 4성급 호텔의 푸짐한 아침식사로 배를 두둑히 채웠다. 간만에 여유있는 아침 시간을 보낸 것은 어제 이미 론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누에보 다리의 야경을 마음껏 감상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잔뜩 찌뿌린 날씨를 바라보며, '호텔에서 오랜만에 게으름을 피워볼까? 게다가 무려 4성급이잖아!' 악마의 속삭임이 귓가를 파고든다. 하지만 나의 내면은 언제나 천사가 지배한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뚱아리를 이끌고 길을 나섰다. 하늘 위 구름도 나처럼 물을 잔뜩 머금은 모양이다. 잿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토해낼 것 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비가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파라도르에서 누에보 다리를 건너 구 시가지로 접어들면서 만난 아줄레주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

49. 절벽 위의 작은 마을, 론다에서 1박을 해야 하는 이유

1박 2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론다를 찾는 많은 여행객들은 당일치기와 1박 2일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다. 도시가 그리 크지 않고, 관광 포인트라는 것도 사실 누에보 다리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빠듯한 일정에 쫓기는 대부분의 단기 배낭여행객들에게 론다는 그저 여행 중 잠깐 스쳐가는 마을이 돼버리곤 한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아침 일찍 버스나 기차를 타면 오후 12시~1시쯤, 론다에 도착한다. 터미널에 짐을 맡기고 누에보 다리를 구경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시각은 대개 4시~6시, 한 나절 남짓한 시간은 하나의 도시를 보고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론다에서 하룻밤을 보낼 것을 추천한다. 도저히 시간이 안난다고? 그럼 차라리 론다를 건너뛰고 바로 ..

48. 깎아진듯한 절벽 위 요새 같은 호텔, 파라도르 데 론다

어쩌면 내 평생 가장 맛있었던 대구 요리를 맛본 후, 배낭을 들쳐메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세비야에는 2개의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데, 론다로 가려면 'Prado San Sebastian'에 있는 터미널로 가야한다. 구글맵에 'Estación De Autobuses Prado San Sebastian'을 입력한 후, 노란색 건물을 찾으면 된다. 세비야에서 론다까지의 거리는 약 130km로 버스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45분까지 하루에 5~7편의 버스가 운행하기 때문에 표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론다에서 1박을 생각한다면 오후 3시반 버스를, 당일치기를 계획한다면 오전 7시 버스를 추천한다. 세비야~론다행 버스 출발 시각 : 07:00 / 10:00 / 11:00 /..

01. 24박 25일, 꿈만 같았던 순간들...

내가 꿈을 꾸어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을 꾸어 내가 된 것인지,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도무지 모르겠나이다. - 구운몽 中 - 꿈만 같았던 25일간의 유럽여행이 끝났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시차 적응 때문이었을까? 열 두어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느낌이다. 기억이 더욱 흐려지기 전에 이번 여행을 기록해 둬야겠다. 이번 여행의 순간 순간에 대해서는 차차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전체 여행을 간단히 요약해볼까 한다. 뭐 그냥 가벼운 예고편이라 생각해 주시길... 먼저 지난 25일 동안 찍었던 나라는 3곳, 바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다. 하지만 여행 대부분의 시간을 스페인에서 보냈고, 지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