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53. 생각지도 못한 발견, 론다의 소꼬리찜은 진리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11. 14. 08:00

 

파라도르 데 론다, 누에보 다리,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구 시가지 풍경 - 1박 2일간의 론다 여행은 카메라에 그리고 가슴 속에 풍성한 추억을 남기며 마무리되고 있었다. 론다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민 투우장을 빠져나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근처 식당을 찾았다.

 

 

'Restaurante Flores' 굳이 번역을 하자면 '꽃식당'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여행기의 테마로 잡은 '꽃보다 유럽'에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오랜 역사와 전통에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다.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간 동네식당이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니... 레스토랑이 처음 생긴 1919년을 나타내는 숫자가 입구에 적혀 있었다. 참고로 1919년은 3.1운동이 일어나고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되던 바로 그 해다.

 

 

오후 12시 반, 우리 기준으로는 점심식사가 한창인 시각이지만, 이 곳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슬슬 점심 준비를 시작해볼까?'하는 생각이 들 때 쯤이다. 텅텅 비어있는 식당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스~윽 훑어보는 척 해본다.

 

'메뉴 델 디아' - 이 세 단어만 찾으면, 고민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 저렴한 가격에 식당에서 가장 자신있어하는 음식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레스의 메뉴 델 디아(오늘의 메뉴)는 각각 3개의 에피타이져, 식사 중 하나씩을 고르고 거기에 디저트까지 맛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가격은 12유로+tax,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해산물 수프, 샐러드, 차가운 수프 중 에피타이저로 해산물 수프를 골랐다. 짬뽕을 연상시키는 국물에 빵쪼가리가 몇 개 두둥실 떠다니는 게 첫인상이 영 별로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릭 뒤적여보니 그래도 뭐가 걸리는 것이 있다. 나름 조개 같은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하니 마음이 좀 풀린다. 한 숟갈 입에 넣어보니 해물찌개 같은 느낌이 제법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 맛이다. 이 식당,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Robo de Toro, 그러니까 소꼬리찜이다. 투우의 고장, 론다에서는 유독 소꼬리찜이 유명하다고 한다. 아마도 투우경기가 끝나면, 장렬히 전사한 황소를 요리해 같이 나눠먹는 그런 풍습이 있었겠지? 

 

 

갈비찜을 연상케하는 소스와 부드러운 육질까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만든 것 같다. 너무 맛있어서 한 점, 한 점, 입에 넣을 때마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웨이터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참고로 메인메뉴는 소꼬리찜 외에도 돼지고기 스테이크, 빵(?)을 고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꼬리찜을 안 고르고 다른 걸 골랐으면 큰일날 뻔 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꼬리찜의 맛은 그야말로 '예술, ART' 그 자체였다.

 

 

마지막으로 티라미수를 닮은 디저트가 나왔다. 가운데에 쿠키(?)가 하나 올려져있는데, 흐물흐물하다 싶을 정도로 엄청 부드럽다. 그렇다고 해서 기분나쁜 눅눅함은 아니다. 너무 달지 않은 것이 입가심하기에 딱 좋았다.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론다를 당일치기로 여행할 지, 1박 2일간 머무를지 두고 몇날 몇일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번 여행 일정을 짜면서 가장 심각하게 고민했던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근 한 달 간의 여행을 마치고 나니 확신이 생겼다. 론다는 절대 당일치기를 해서는 안되는 도시라는 것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스페인 여행, 그리고 론다에서의 일정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최근 몇 개의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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