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고비아에서 반드시 봐야 할 관광 포인트 Top 3를 꼽으라면, 누구나 망설임 없이 ① 악마의 다리(로마 수도교), ② 세고비아 대성당, 그리고 ③ 백설공주의 성(알 카사르)을 꼽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게 세고비아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을 묻는다면, 관광포인트 Top 3를 보고 난 후, '코치니요 아사도' 요리를 먹어보라고 대답할 것이다.
오후 7시 반, 알 카사르 내부 관람까지 마친 후 저녁을 먹으러 출발했다. 워낙 밥을 늦게 먹는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저녁 먹기 딱! 좋은 시간이지만, 6시가 되면 칼같이 밥을 먹어줘야 하는 '토종 한국인'인 나로서는 배고픔을 견디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알 카사르에서 아소게호 광장으로 돌아가는 길, 아까와는 달리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골목이 북적북적했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직진본능을 앞세워 내달린 후,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 '메종 데 깐디도(Meson de Candido)'에 도착했다.
입구에 적힌 글자가 가게 이름과 달라서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현지인 친구가 안내해준 곳이니, '잘못 찾아온 건 아니겠지'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꽃보다 할배'에도 등장한 이 곳은 1898년 문을 연 곳으로, 120여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아마, 세고비아에서 가장 오래된 코치니요 아사도 레스토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건물 밖에는 잘 익은(?) 아기돼지 2마리가 지나가는 손님을 유혹한다. 생후 2개월 전후의 아기돼지라 크지 않아 보이는데, 한마리가 약 7~8인분 정도의 양이다. 아기돼지의 살아생전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면서도 묘한 호기심을 함께 자극하는 비주얼이다.
메종 데 깐디도 내부의 모습, 벽에는 각종 사진과 증명서 같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대부분 정, 재계 주요 인사들인 것 같았다. 아마도 스페인에서 한가닥하는 사람들인 듯. 혹시나 해서, 꽃할배와 찍은 사진은 없나 두리번거렸지만, 역시나 없었다.
8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었음에도, 식당은 손님이 별로 없이 한산한 분위기였다. 저 멀리, 한국에서 돼지구이를 먹으러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 맘씨 좋은 지배인께서 주방이나 한 번 구경해보는 건 어떻겠냐며, 우리를 2층으로 데리고 갔다.
프라이팬, 접시 등 조리기구가 잔뜩 쌓인 주방의 모습은 여느 식당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바로 이 돼지 2마리를 제외하곤 말이다. 사실, 돼지머리는 한국에서도 종종 보던 것이었지만, 머리끝부터 꼬리끝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기돼지 통구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돼지를 꼬챙이에 꽂아 불 위에서 돌려가며 굽는 것일꺼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사진에서 처럼 화덕에서 구워내는 것이었다. 뜨거운 화덕에서 갓 나온 코치니요의 모습인데, 눈가에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표정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주방 구경을 마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아기돼지 한마리가 대충 8인분 정도 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테이블이 8명 기준으로 세팅되어 있었다. 코치니요는 8인분 이상 주문 시, 돼지를 통채로 테이블 앞에 가져와서 직접 잘라 서빙을 해준다고 한다. 우리는 인원이 적어서, 샐러드와 코치니요 2인분, 그리고 디저트를 주문했다.
꽃보다 할배에도 나왔던 접시로 고기를 자른 후, 접시를 바닥에 던지는 것는 사실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접시를 던지는 것은 나쁜 운을 쫓아내기 위한 의식인데, 큰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그런 의식이 진행된다고 한다. 실제로 이 곳에서도 몇몇 테이블에서는 아기돼지 한 마리 전체를 주문하기도 했는데, 그냥 테이블 앞에서 고기를 자른 후, 얌전히 서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코치니요가 등장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각종 블로그, 카페 후기에 등장했던 '바삭하고 부드러운 맛'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 껍질은 불에 바싹 구워 바삭하고, 속살은 마치 훈제치킨 다리부분처럼 부드러운 식감이다. 처음에는 껍질부분이 왠지 모르게 익숙한 맛이다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즐겨먹던 돼지 껍데기 맛이다. 어차피 같은 돼지 껍데기니, 맛이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코치니요의 껍데기 부분이 한국의 돼지 껍데기보다 두께가 더 얇고 고소한 편이었다.
고기가 입에 들어가니, 저절로 술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다들 술을 그리 잘마시는 편이 아니었기에, 바구니에 담긴 와인병은 사진으로만 남기고, 와인 3잔을 주문했다. 상그리아를 주문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코치니요는 기름기가 많아서 와인과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레스토랑 내부는 고풍스런 느낌의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다. 얼핏 보면, 유명화가의 예술작품 같기도 한데, 그림 안에는 반드시 코치니요 요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림 앞 선반에는 역시나 이 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사진이 놓여져 있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흑백 사진들은 이 곳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지를 보여준다.
천장 기둥에 걸려 있는 접시 중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얼핏 보기에는 전형적인 스페인 어느 가문의 문양같아 보이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기 돼지의 모습이 보인다. 저 문양을 디자인한 사람의 센스에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건 디저트로 주문한 '폰체 세고비아노(Ponce segoviano)'다. 달달하고 촉촉한 빵 사이에 크림이 들어가 있는 이 지역의 대표 디저트라고 한다. 다들 '세고비아=코치니요'만 달달 외우지 말고, 폰체 세고비아노도 기억해 두길 바란다. 굳이 여기 오지 않아도 길가에 있는 제과점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도전하시길...
코치니요 2인분, 샐러드, 폰체 세고비아노, 그리고 와인 3잔까지, 가격은 대충 70유로 정도였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우리와 달리, 이 곳에서는 식전 빵도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 빵 하나에 1.5유로이니, 혹시라도 빵을 먹지 않았다면 웨이터에게 계산서에서 빼달라고 이야기 하자!
코치니요 요리로 기분 좋게 저녁식사까지 마친 저녁 9시 쯤, 수도교 옆 아소게호 광장은 낮 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역시, 스페인은 낮보다 저녁이 활기찬 나라라는 사실! 근처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세고비아 일정은 이 쯤에서 마무리하고 우리는 마드리드로 향했다.
10. [세고비아 맛집] 꽃할배도 반한 세고비아 전통요리를 즐겨보자! - 코치니요 전문점 메종 데 깐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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