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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드리드에서의 시작과 끝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6. 1. 08:00

 

 

어느덧 마드리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 밝았다. 1주일 일정의 마지막이지만, 학교 일정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하루 종일 자유시간을 누리는 첫번째 날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마드리드보다 더욱 유명한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다시 한 번 찾아가 보기로 결정했다.

 

모처럼 여유있게 일어나 일본에서 준비해 간 라면으로 아침을 간단하게 때운 후, 길을 나섰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마드리드에 도착했던 첫번째 날에 이미 한 번 가봤던 곳이라 길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3월 초 였는데, 워낙 날씨가 따뜻해서였는지 이름 모를 공원에 있는 벚꽃나무에는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스페인에서 벚꽃을 보게 될 줄이야... 공원 전체를 가득 채우는 한국이나 일본에서의 벚꽃놀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지만, 왠지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걷다보니, 누에보스 미니스테리오스(Nuevos Ministerios)라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로 치면 '정부종합청사' 정도 되는 곳으로, 스페인의 주요 관공서가 모여 있는 곳이다. 정부 청사 건물 앞에 있는 공원(?)에서 잠깐 음악을 들으며 쉬는데,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놀러 나와 공놀이나 롤러 스케이트 등을 즐기는 가족들이 꽤 많았다. 그래도 명색이 정부 청사인데, 아무런 제제나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화창한 날씨와 함께 유럽 특유의 자유분방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정부 청사에서 나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특이하게 생긴 건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자세히 가서 보니, 건물이 아니라 지하철 역사와 연결된 출구였다.

 

 

이렇게 지하철 출구 하나가 통채로 커다란 가방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출구 전체를 거대한 광고판 개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광고판 전체를 이용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모르겠으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확실한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고, 정부나 지자체는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으니 나름 괜찮은 사업모델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마드리드에서 제일 유명한 솔 광장 지하철역의 이름도 'Vodafone Sol'이다. 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마드리드 시 정부가 45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솔 광장역의 이름을 보다폰에 3년 동안 임대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세금 더 걷을 생각만 하지 말고, 재정난 해소를 위해 이런 노력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마드리드의 횡단보도 주변에서는 한 손에는 세제가 든 통을, 다른 쪽 손에는 걸레를 들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차들이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 앞에 서면, 그 앞으로 다가가 차 앞유리를 닦아주고 팁을 받는 사람들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스페인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스페인 사람은 게으르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꽤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여유롭게 마드리드 시내를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도착했다. 이날은 경기가 없는 날이라 경기장 주변이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경기가 없는데 도대체 왜 베르나베우에 온거냐고? 바로 '베르나베우 투어'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잠깐, 단돈 19유로에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Tour Bernabeu'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 입장료 : 성인 19유로 / 14세 이하 13유로 / 4세 이하 및 연간 회원권 소지자는 무료

* 관람 시간 : (월~토) 오전 10시~ 오후 7시 / (일요일 및 공휴일)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30분

 

 

투어를 시작하기 전에, 근처 아디다스 매장에 가서 110유로라는 거금을 들여 호날두 유니폼을 하나 장만한 후, 경기장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원래는 저걸 입고 캄프누에도 가려고 했으나, 막상 바르셀로나에 가보니, 그랬다간 총맞을 것 같아서 그냥 배낭 한쪽에 고이 접어두었다는... 뭐 결론은 110유로 주고 사서 한번 입어본게 전부였단거다.

 

 

베르나베우 투어는 관중석 제일 꼭대기에서 경기장을 내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곳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야 신기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미 경기도 한번 관람한 몸이기에 별 감흥이 없었다. 심지어 그 때, 그 자리도 가장 꼭대기였으니까...

 

<관련 포스팅> 짜릿했던 스페인에서의 첫날밤, 프리메라리가 직관 후기

 

 

관중석에서 경기장을 한 번 내려다 본 후, 다음 코스인 레알 마드리드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발견한 레알 마드리드의 각종 수상 기록들, 역시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드디어 본격적인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레알마드리드 박물관의 모습이다. 왼쪽 스크린에는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가 경험했던 영광의 순간들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호나우두, 지단, 피구 등 갈락티고 1기의 화려한 플레이는 물론, 아주 오래전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했던 축구 영웅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스크린 반사가 너무 심해서 이 곳의 화려한 영상과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던 것은 조금 아쉬웠다.

 

 

1902년 창단 이후, 레알 마드리드가 경험했던 수많은 영광의 순간들 중 원하는 장면들을 직접 골라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터치 스크린을 통해 각종 사진과 영상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원하는 위치에 올려놓고 재생시킬 수 있었다. 정말이지,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복도 오른쪽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꽤 무거워 보이는 축구화와 울퉁불퉁하게 생긴 천연 가죽 축구공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헝가리에게 9:0으로 졌던 1954년 우리나라 월드컵 대표팀이 떠올랐다. 물론 그 때 그 장면을 직접 본 연차는 아님.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가자마자 발롱도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호날두가 나타났다. 다들 호날두 옆에서 사진을 찍기 바쁜 모습이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저 옆에 서는 순간 오징어가 된다는 것을...

 

 

호날두 따위는 그냥 눈으로만 쿨하게 감상한 후, 구석으로 찌그러져 인증샷을 하나 남겼다. 상대적으로 어둡긴 했지만, 오른쪽 조명과 왼쪽으로 보이는 페페의 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호날두 옆에서 찍는 것보다는 사진이 잘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번 전시관 한 쪽 벽면에는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차곡차곡 모아둔 각종 상패가 전시되어 있었다. 호나우두가 2012년 가져온 발롱도르를 보면서 잠시 '그 때, 그 시절' 추억에 빠져들었다. 전시물 앞에 있는 것은 단순한 유리가 아니라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 글라스'라는 것인데, 수상자들의 사진과 경력 등을 보여주고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스마트 글라스의 위엄을 영상으로 한번 느껴보자.

 

2014년 호날두가 가져온 발롱도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전시관 안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사진들이 모여서 이렇게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모자이크 이미지라는 기법이라고 하는데, 작년에 네이버에서 이런 류의 이미지를 서비스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몇 일 지나면, 다른 사람들의 사진으로 대체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베르나베우에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실내 전시관 관람을 마친 후, 찾은 관중석에서 바라본 그라운드의 모습이다. 이 정도 위치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불과 일 주일전, 저 위에 보이는 꼭대기에서 한 줄이라도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빈자리를 찾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젠장...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이 곳은 관중석 의자도 클래스가 다르다. 한 번 앉아보니, 쿠션이 왠만한 극장의자보다 낫다. 하긴, 축구도 한 경기 보려면 한 시간 반 이상을 앉아있어야 하는데, 의자를 좀 편하게 만들긴 해야 할 것 같다. 아! 물론, 한 시간 반 동안 편안하게 경기를 즐기려면, 평소에 돈을 좀 많이 벌어 놓아야 하겠지...

 

 

VIP석 구경까지 모두 끝난 다음에는 이제 실제 레알마드리드 선수의 입장에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내부를 둘러 볼 수 있다. 여기서 부터는 선수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트레이닝 룸과 락커룸은 물론, 레알 마드리드의 홈 벤치, 심지어 화장실과 샤워장까지 둘러볼 수 있다. 아, 그렇다고 선수들이 운동하거나 샤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님.

 

 

바로 이 곳에서, 빅리그 명문 클럽의 벤치를 달구는 기분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어쩌면 20년 뒤, 발롱도르를 수상하게 될 지도 모르는 축구 꿈나무가 아닐까 싶어 한 번 찍어 봤다.

 

 

경기를 마친 후, 선수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찾게 될 샤워실과 마사지 룸 등을 대충 훓어본 후,

 

 

감독이 경기에 관한 간단한 소감을 기자들에게 전달하게 될 프레스 룸으로 이동했다. 다들 감독이 된 것 처럼 가운데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언젠가 허재가 중국에서 했던 '뭔 소리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x발 진짜 짜증나게'라는 장면을 재연해 볼 까 생각도 해봤지만,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줄 일행이 없어 그냥 무난한 사진이나 한 장 찍은 후, 발걸음을 돌렸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면전에다 대고 욕을 할 수는 없으니...

 

 

실제로 경기가 끝나고 난 후에는 이 많은 좌석들이 기자들로 빼곡히 채워지겠지...?

 

 

프레스 룸을 마지막으로 베르나베우 투어의 공식 코스는 모두 끝났다.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 출구는 바로 레알 마드리드 공식 매장과 연결되어 있는데, 투어를 하면서 점점 샘솟게 되는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애정을 기념품 구매로 연결시키기 위해 고도로 계산된 동선이 아닐까 싶다. 선수들 이름이 박힌 유니폼은 물론, 응원용 타월, 기념 티셔츠, 선글라스 등 다양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다만, 이왕 여기서 물건을 살 계획이 있다면, 투어 전에 미리 찾아가서 기념품을 산 후, 투어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특히, 유니폼을 미리 사서 입고 들어간 후, 경기장 안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것을 적극 추천한다.

 

두어시간 남짓의 투어를 마치고 난 후,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솔 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길거리 공연을 하는 예술가와 괜찮은 레스토랑이 솔 광장과 인근의 마요르 광장 근처에 많이 몰려있어서,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을 보내기엔 그보다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의 광장에 대해서는 이미 포스팅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하도록 하자.

<관련 포스팅> 도시의 진정한 매력은 광장에서 나온다. - 마드리드 3대 광장 집중 탐구

 

마드리드에서의 시작과 끝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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