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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깎아진듯한 절벽 위 요새 같은 호텔, 파라도르 데 론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9. 4. 18:04

 

어쩌면 내 평생 가장 맛있었던 대구 요리를 맛본 후, 배낭을 들쳐메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세비야에는 2개의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데, 론다로 가려면 'Prado San Sebastian'에 있는 터미널로 가야한다. 구글맵에 'Estación De Autobuses Prado San Sebastian'을 입력한 후, 노란색 건물을 찾으면 된다.

 

 

세비야에서 론다까지의 거리는 약 130km로 버스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45분까지 하루에 5~7편의 버스가 운행하기 때문에 표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론다에서 1박을 생각한다면 오후 3시반 버스를, 당일치기를 계획한다면 오전 7시 버스를 추천한다.


<참고> 세비야~론다행 버스 출발 시각 : 07:00 / 10:00 / 11:00 / 15:00 / 15:30 / 17:00 / 18:00

 

 

론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그라나다로 가는 렌페 티켓을 사기 위해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터미널에서  3~5분 정도 쭉 직진하면 아담한 기차역을 찾을 수 있다. 지도를 봐도 대충 찾아갈 수 있겠지만, 자신이 없다면 구글맵에 'ronda train station'을 검색하자. 기차역만 봐도 론다가 얼마나 작은 마을인지 느낌이 팍! 온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구글맵을 따라 열심히 걷고 또 걸어 론다에서 하룻밤을 보낼 숙소에 도착했다. 이름하여 파라도르 데 론다(Parador de Ronda), 무려 4성급 호텔이다. 파라도르는 스페인의 국영 호텔 브랜드로 성이나 요새 등을 개조해서 만든 호텔 브랜드인데, 스페인 전역에 약 93개가 있다고 한다. 파라도르 호텔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곳이 네르하와 그라나다 그리고 바로 이곳, 론다다.

 

 

파라도르 데 네르하는 객실에서 해변을 바라볼 수 있고, 그라나다는 그 유명한 알함브라 궁전 안에 위치해 있어 야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파라도르 데 론다는 깎아진 듯한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아찔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셋 중에 한국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은 네르하의 파라도르 호텔인데, 워낙에 물을 보는 걸 좋아하는 우리네 취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구질구질한 배낭을 짊어매고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20일 가까지 호스텔만 전전해서인지 영 적응이 안된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깔끔한 내부 모습에 촌놈마냥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리셉션 데스크로 가서 쭈뼛대며 체크인을 했다. 부킹닷컴으로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예약번호와 여권을 보여주고 열쇠를 받아들었다. 가격은 1박에 100유로 정도였던 것 같다. 호스텔에 묵으면 거의 1주일을 버틸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파라도르 데 론다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꿈이었기에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그리고 버킷리스트의 한 줄을 기쁜 마음으로 지워버렸다.

 

 

프런트 직원이 안내해준 대로 방을 찾아가는데, 복도가 너무 초라하다. 아무래도 오래된 성이나 저택 등을 개조해 만든 곳이다 보니, 시설이 일반 호텔에 비해 낡은 편이다. 뭐, 파라도르는 시설보다 이런 세월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오는 거니까 실망하지 말자!

 

 

여기가 바로 호텔 방이다. 싱글 베드로 예약을 했었는데, 방에 여유가 있었는지 침대가 2개다. 그래봐야 전혀 쓸 일이 없는데;;; 침대에 소파, 컴퓨터까지 모든게 방안에 있다. 당연한 그 사실이 그 때는 그게 어찌나 좋던지... 근데 지금와서 보니 4성급이라기엔, 그냥 모텔 같기도 하고 좀 그렇네

 

 

아쉬웠던 건 바로 방의 위치! 클리프 뷰가 진작에 매진된 탓에 씨티 뷰 객실을 배정받았는데,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잖아...ㅠㅠ 아무래도 론다를 한 번 더 와야겠다. 다음 번엔 꼭 미리미리 예약해서 론다의 절벽을 하루 종일 감상하리라! 아마도 그건 신혼여행 때가 되지 않을까? ^^;;

 

 

그래도 널찍한 방에 푹신한 침대, 거기에 창문 사이로 바람까지 솔솔 불어오니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빡빡한 스케쥴을 소화한데다 버스를 타고 도시를 이동한 탓에 졸음이 밀려온다. 나름 비싼 돈을 주고 숙소를 잡았으니, 숙소에서 낮잠도 자고 여유도 즐기면 좋았을텐데...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지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땐 뭐가 그리 급하고 여유가 없었는지, 돌이켜보니 너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조식 부페가 있어 론다에서 파라도르에 묵었던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사진 좌측 하단에 보이는 음식이 '라따뚜이'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호박, 피망 등 각종 야채를 올리브오일에 끓인 스튜라나 뭐라나. 뭐 암튼 맛있게 먹었다. 소세지나 베이컨 등등 익숙한 음식도 물론 맛있덨고, ㅋ

 

 

혹시라도 스페인을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까먹을까봐, 하몽을 이렇게나 많이 준비해놨다보다. 신기한 것이 각각의 하몽이 비슷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맛이 다르다. 뭐 하몽을 엄청 좋아하진 않는 편이라 그냥 만만해 보이는 것을 몇 개 집어서 맛만 보았다. 하몽이 아니더라도 맛있는 음식은 널려있으니 말이다.

 

 

치즈케이크인가 싶어서 하나 집었는데, 먹어보니 계란이라 깜짝 놀랐던 이 음식의 이름은 '프리타타'란다. 확실히 돈을 많이 쓰니까, 새로운 것을 많이 보고 경험하게 되나보다.

 

 

빵도 원없이 먹고,

 

 

목이 메일까 음료수도 마셔가면서, 조식을 거의 최후의 만찬처럼 원없이 즐겼다.

 

클리프 뷰였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웠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맛있는 조식도 주고 로비로 내려가면 절벽 아래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뭐 돈이 아깝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흔히 론다를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기왕이면 파라도르 데 론다에서 1박을 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살면서 이런 절벽 위에 지어진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쉬운 경험이 아니니까. 게다가 당일치기로 여행하기는 론다의 야경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믿지 못하겠다고?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한번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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