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14. 작지만 아름다운 포르투, 그리고 타트바(Tattva) 호스텔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6. 5. 08:30

 

 

마드리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드디어 포르투로 떠나는 날이 밝았다. 오전 9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지만, 구글맵에서 알려준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버스는 오질 않았다. 왠만하면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비치는 마드리드의 모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지만 오지 않는 버스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고 마드리드 공항으로 향했다.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라, 굳이 일찍 도착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권 확인 및 검색대 통과에도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여행 일정이 많이 남았기에 면세점 쇼핑은 생략하고 게이트로 향하던 중, 엄청난 크기의 하몽을 발견했다. 고급스럽게 포장된 모습이 마치, 삼국지나 무협소설에 나올 법한 보검을 연상시켰다. 저 정도 크기와 모양이면 삼국지의 허저가 들고 다녀도 꽤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공항에서 저걸 사서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있을까?

 

 

마드리드에서 포르투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50유로 내외의 가격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제주도에 가는 느낌이다. 비행기가 뜨나 싶더니, 이내 포르투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시간도 짧고, 저가항공을 이용한 탓에 기내식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작지만 맛도 별로인 샌드위치가 나왔다. 덕분에 로또 5등에 당첨된 듯한 기분을 가지고 포르투에 첫 발을 내딛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수화물을 찾은 후,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전철역을 찾았다. 포르투 공항에 있는 전철역에는 개표구가 따로 없다. 역사 안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티켓을 구입한 후, 전철에 올라타면 되는데, 티켓을 확인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사람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철로 한참을 달려 드디어 포르투 시내에 도착했다. 어딘지 모르게 마드리드와 비슷한 듯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구글 맵을 켜고 미리 찾아두었던 숙소로 가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유심을 따로 사지 않아 데이터를 쓸 수 없기에, 와이파이를 잡을 수 있을 때 다음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미리 찾아두는 것이 좋다.

 

 

길을 찾기 위해 한동안 스마트폰을 처다보다 문득 고개를 드니, 멀리서 트램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장군의 아들 같은 영화에서가 아닌 실제로 트램을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유럽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느낄 수 있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물론, 그들에게는 트램이 지나다니는 것 자체가 2015년 현재의 모습이겠지만 말이다.

 

 

포르투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일 벽화. 나중에 찾아보니 '아줄레주'라고 불리는 이 양식은 아라비아에서 시작되어 이슬람 세력에 의해 포르투갈에까지 전해져 내려왔다고 한다. 이게 아름답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솔직히 나는 이걸 보면서 화장실 벽면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타일을 본 게 거의 대부분 화장실에서였기 때문인 것 같다.

 

 

숙소로 가는 골목에서 만난 포르투의 모습은 조용하고 평온한 시골 마을의 느낌이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11시가 가까워지자 식당들이 하나 둘씩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포르투에서 하룻밤을 보낼 숙소에 도착했다. Tattava Design Hostel, 타타바 디자인 호스텔이라고 읽으면 되려나? 아무튼 이 곳은 이번 여행에서 내가 묵었던 숙소 중, 직원들의 서비스가 가장 좋았던 숙소로 기억된다. 단순히 인사를 잘하고 그런 차원이 아니라, 뭐랄까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즐기는 느낌이 들었다. 사장이 전세계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침대 위에 설치된 개인용 선풍기는 완전 센스 돋는 별 5개짜리 아이템이었음

  

 

체크인 시간(오후 2시)보다 일찍 숙소에 도착해서 일단 짐을 맡긴 후, 숙소를 대충 둘러보았다. 이름에 '디자인'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길래 예약할 때 부터 뭔가 모던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직접 둘러보니 기대했던 것 보다 내부가 훨씬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나중에 집을 갖게 되면 이렇게 꾸며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격은 1박에 약 15~20유로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8인실 기준), 그 가격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상당한 장점이다. 사실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이라고 해야, 빵과 잼, 우유 정도가 전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맛과 양이었다.

 

 

각 방마다 내부에 화장실과 욕실이 각각 2개씩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씻는 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침대 아랫쪽에는 개인용 사물함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왠만한 캐리어가 통채로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넉넉했다. 리셉션에서 준 카드키로 방문과 사물함 문을 잠그고 열 수 있다. 여행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말 잘 아는 호스텔이다.

 

 

내부를 대충 둘러본 후, 로비 한 쪽 구석에서 쉬고 있는데, 스텝 한 명이 다가오더니 이제 곧 씨티투어가 시작되는데 함꼐 하겠느냐고 물어왔다. 왠 씨티투어냐고 했더니, 이 곳에 처음 온 여행객들을 위해 가이드와 함께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간단한 설명을 듣는 워킹 투어가 매일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 프로그램도 무료라는 점! 그 때 결심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후, 블로그에 꼭 이 호스텔을 소개해야겠다고... 그리고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 챙긴 후, 스텝을 따라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지만 아름다운 포르투, 그리고 Tattva 호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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