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꽃보다 유럽

02.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오르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3. 29. 08:30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 Andrew matthews

 

누군가 내게 물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설레는 순간은 언제냐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집을 나선 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이 가장 설레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도 앞으로 25일 동안 내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걱정과 기대를 절반씩 배낭 위에 얹은 후, 공항으로 향했다.

 

나리타 공항은 도쿄 시내에서 차로 약 7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나리타 공항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공항 버스를 선호하는 편이다. 1,000엔만 내면 도쿄역에서 공항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데다가, 도쿄역 맞은 편에 버스회사 사무실이 있어서 짐도 (무료로) 보관해 준다. 이번 여행은 밤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아침 일찍 버스회사 사무실에 짐을 던져두고 도쿄역과 황궁 근처 공원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늘 그래왔듯이 비행기가 출발하기 2시간 전, 공항에 도착했다. 여유있게 발권을 하고 간단하게 밥을 먹을까 했는데, 비행기 출발 시간이 아무런 예고 없이 20분 당겨져 있었다. 뭐 그래도 시간상 나름 여유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쫓기는 기분이 들어 사랑스런 빅맥을 포기하고 출국 심사 후, 곧장 게이트로 향했다. 뭔가 허전한 생각도 들긴 했지만, 나리타 공항은 면세점에서 살만한 것도 딱히 없어보였고, 라운지를 이용할 것도 아니었기에 사실 딱히 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마드리드, 정확히는 경유지인 도하로 향하는 비행기 좌석에 앉게 되었다. 카타르 항공은 생전 처음 타보는 데, 생각했던 것 보다 꽤 괜찮은 느낌이다. 일단 이코노미석치고는 좌석도 그리 좁지 않았고, 손잡이 한켠에는 USB 포트가 있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충전할 수도 있었다.

 

무릎이 앞자리에 닿지 않는 이유는 내 다리가 짧아서인 것도 맞고,

카타르 항공의 좌석이 조금 넓은 편이기 때문인 것도 맞다.

 

워낙 비행기에서 주는 땅콩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리에 앉자마자 승무원에게 땅콩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비행기가 뜨고 나면 승무원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으니, 자리에 앉자마자 부탁하는 것이 좋다. ㅋ) 그런데 아쉽게도 카타르 항공은 땅콩을 따로 준비해두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비행기를 돌리라고 하고 싶었으나... 이코노미석 구석에 쭈그려 앉은 내게 그런 힘이 있을리가 없다. 그냥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기내식이 나오는 시간만 손꼽아 기다릴 수 밖에... 

 

 

마침내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기내식도 먹고, 영화도 한 편 보고, 맥주를 한잔 마신 후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경유지인 도하에 도착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도쿄에서 도하 신공항까지는 대충 1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창문 아래로 보이는 도하의 야경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흔히, 오일파워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번에 도하를 잠깐 경유하면서 '오일파워'가 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개장한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공항에 있는 시설 하나하나가 삐까번쩍하다. 애들 노는 놀이터도 뭔가 동화 속에 있는 것처럼 스타일리쉬하고, 공항 한가운데에는 엄청나게 큰 곰인형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게다가 공항 곳곳에는 뭐 이리 고급 차가 많던지...

 

  

시간이 좀 넉넉했다면, 공항 여기저기 구경할 것이 참 많아 보였는데, 짧은 환승시간(2시간) 탓에 대충 훑어본 후 바로 게이트 쪽으로 이동했다. 얼핏 보니 푸드코트도 잘 차려져 있어 쇼핑뿐 아니라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좋아보였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기는 하나 신호가 약한 건지, 속도가 조금 답답했다는 것, 그리고 보이스톡 연결이 되지 않았다. 신호가 가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는 하지만 서로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나중에 모로코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는데, 아마 이슬람 국가와의 통화를 카카오 측에서 차단해 놓은 것 아닌가 싶다.

 

 

한밤중에 도쿄를 출발해 떠오르는 태양을 피해 서쪽으로 줄기차게 도망쳐왔지만, 도하에서 환승하는 사이에 어느덧 아침을 맞게 되었다. 덕분에 마드리드로 가는 길에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맞닿아 있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바다인가 싶을 정도로 푸르고 탁 트인 하늘이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기내식을 먹고, 약 6시간 동안 사막과 지중해를 지나 마침내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에 한편으로 설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두렵기도 했다. 과연, 스페인은 앞으로 내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꽃보다 유럽]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오르다. 카타르 항공과 도하 공항에 대한 소회

 

<관련글> -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포스팅으로 이동합니다.

 

* 여행준비

1.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을 준비하며,

2. 포르투갈-모로코-스페인, 도시별 체류 일정

3. 열차예매를 위한 꿀팁, 페이팔 계정 만들기

4. 여행계획 세울 때, 알아두면 유용한 사이트

5. 배낭여행 짐을 싸며, 유럽 여행 준비의 마침표를 찍다

 

* 꽃보다 유럽 :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기

01. 24박 25일, 꿈만 같았던 순간들...

02. 마드리드행 비행기에 오르다.

03. 유럽 여행 도시별 핵심정보 - 마드리드 편 

04. 짜릿했던 스페인에서의 첫날밤, 프리메라리가 직관 후기

05. IE 비즈니스 스쿨과 함께 한, 마드리드 생활 2일차  

06. 마드리드 씨티투어 - 알무데나 성당, 마드리드 궁전 등

07. 유럽 3대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을 공짜로 즐겨보자!(feat. 레티로 공원) 

08. 작지만 아름다운 동화 속의 마을, 세고비아 - 악마의 다리, 세고비아 대성당

09. 백설공주의 성, 세고비아 알 카사르에 가다.  

10. 꽃할배도 반한 세고비아 전통요리를 즐겨보자! - 코치니요 전문점 메종 데 깐디도 

11. 도시의 진정한 매력은 광장에서 나온다. - 마드리드 3대 광장 집중 탐구

12. 세련미 넘치는 마드리드 전통시장, 산 미구엘 시장을 가다.(feat. 산 기네스 a.k.a. 대왕 츄러스 가게) 

13. 마드리드에서의 시작과 끝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14. 작지만 아름다운 포르투, 그리고 타트바(Tattva) 호스텔 

15. 포르투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무료 워킹투어 체험기

16. 포르투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메뉴, 프랑세지냐 맛집 피코타(Picota)

17. 와인에 대한 당신의 상식을 넓히는 순간, 포르투 와이너리 투어

18. 포르투 최고의 핫 플레이스 (1편) - 밤에 더 아름다운 동 루이스 다리

19. 동화 속 상상이 현실로 - 해리포터의 배경, 렐루 서점에 가다.

20.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포르투, 클레리고스 종탑에 오르다

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날드를 찾아서 

22. 포르투 최고의 핫플레이스(2편) - 도루 강의 물줄기를 따라서

23. 야간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부제 - 새벽녘의 멘붕) 

24. 대서양과 맞닿은 절벽마을,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에 가다.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면, 아래 공감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