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48

61. 바르셀로나 최대의 시장, 보케리아 시장 100배 즐기기

여행을 하다보면 유독 기억에 남는 도시들이 있다. 대개의 경우 그 도시를 대표하는 시장을 여행하면서 특유의 분위기가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남유럽 3개국 여행의 종착지인 바르셀로나에는 보케리아 시장이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또다른 명소, 람블라스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보케리아 시장은 하루 방문객만 30만명에 육박하는 대형 시장이다. 참고로 이 곳은 농수산물과 축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장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시장이라는 말만 듣고 여행 막바지에 옷이나 기념품을 사러 이 곳을 찾는다면 괜한 헛걸음만 하게 될 것이다. 보케리아 시장의 시작은 우리의 동대문 또는 남대문 시장과 비슷했다. 12세기 경, 바르셀로나를 둘러싼 성곽에는 몇 개의 문이 있었는데, 그 중..

60. 드디어 바르셀로나, 피카소의 흔적을 더듬다 - 4cats, 피카소 미술관

어느덧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 포스팅' 연재를 시작한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 간다. 고작 24박 25일 간의 이야기를 2년 동안 주절거릴 줄이야...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포스팅이 이렇게 늘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회사 일이 많았다는 핑계를 꺼내들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저가 항공, 렌페, 버스 등으로 나뉜다. 부엘링 등 저가 항공을 이용하면 렌페나 버스와 비슷한 금액으로(심지어 저가항공이 더 저렴할 때도 있음),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공항까지 왔다 갔다하는 시간과 비행기 수속의 번거로움, 그리고 야간 열차 이용 시 숙박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

58.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에 가다 (2편) - 나사리 궁,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

티켓에 적힌 입장시간에 맞춰 나사리 궁으로 들어간다. 나사리 궁이라 이름 붙여진 공간은 총 3개의 궁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왕이 집무를 보던 메수아르 궁, 외교 사신을 영접했던 코마레스 궁, 그리고 왕의 숙소가 있는 사자의 궁이다. 나사리 왕조가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에는 총 7개의 궁전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저 3개가 전부다. 나사리 궁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메수아르 궁은 좁은 골목(?)에서 시작한다. 약간은 단촐하게 나있는 입구 위로는 대리석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메수아르 궁은 대체로 소박한 편인데, 그나마 볼만한 곳이 이 곳, 왕의 기도실이다. 외국에서 외교 사절단이 오면, 의도적이로 이 곳에서 잠시 동안 머무르도록 했다. 왕의 기도실에서 창 밖을 내다보면, 알바이신 지구가 ..

57.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에 가다 (1편) - 카를로스 5세궁과 알카사바

아끼는 제자의 부인을 짝사랑한 남자가 있었다. 용기내어 고백을 했지만, 당연히 거절을 당했고 실의에 빠진 그는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야심한 밤 달빛으로 물든 궁전을 보며, 그는 실연당한 자신의 심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그렇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명곡이 탄생하게 된다.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 이슬람 왕조가 그라나다를 점령했던 그 시절, 왕이 살던 '나사리 궁'의 아름다움은 미처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나사리 궁 옆에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땅을 가졌던 카를로스 5세의 이름을 딴 궁전이 있다. 스페인 시대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된 카를로스 5세 궁은 지반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나사리 궁을 조금씩 찍어 누르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 군사들이 살던 알카사바와 왕..

56. 집시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 사크로몬테 집시촌

집시(Gipsy),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단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등 유럽 어느 국가를 여행하든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지다 보면, '요새 경기가 안좋아져서 ㅇㅇㅇ에도 집시들이 국경을 넘어 많이 유입되었어요. 그래서 소매치기가 부쩍 늘었다고 하네요.' 류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설은 전해지지 않지만, 흔히 유럽의 집시는 인도에서 넘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국에서는 처음에 집시가 이집트 사람인줄 알고 'Egyptian'이라도 불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Gyptian(집시안), Gipcy, Gipsy 순으로 단어가 변했다고 한다. 뭐 믿거나 말거나... 또 한편으로는 집시가 원래는 기마민족이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용병으로 활약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특히 여자들은 점성술에..

55. 발길 닿는 대로, 느긋하게 즐기는 그라나다 시내 여행

그라나다 - 사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는 도시라 그냥 지나칠 뻔도 했다. 이번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이 설렜던 이유는 어린 시절 즐겨했던 대항해시대2의 향수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그라나다는 스페인 남부 내륙에 있어 게임에 등장하지 않는다. 론다도 마찬가지지만 거기는 버킷 리스트라 할 수 있는 파라도르가 있으니 그라나다와는 또 다르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그냥 사람들이 다들 그라나다 정도는 가본다고 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일정에 넣었다. 마치 마트에서 장을 보다 아무 생각없이 카트에 툭 던져 놓았다가 계산할 때가 되어서야 생각나는 그런 과자, 이번 여행에서 그라나다가 딱 그랬다. 하지만 사실 그라나다는 대항해시대의 시작을 알린 도시였다. 1492년 1월, 이 곳 그라나다에서 이슬람..

54. 알바이신을 채운 집시의 열정 - 그라나다 동굴 플라멩고 공연

절벽의 도시 론다에서 이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라나다까지는 기차로 2시간 반, 오후 1시 반쯤 출발한 기차는 오후 4시쯤이 되어서야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참고로 론다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기차는 아침(8시), 점심(1시반), 저녁(5시)에 각각 한 대씩 있다. * 2015년 기준 TIP. 여행 일정이 fix되었다면, 미리 사이트에서 열차 티켓을 예매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 티켓을 사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다. 론다-그라나다 구간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편은 아니기에 자리가 없어서 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더러(성수기에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론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론다에 도착한 날 떠나는 기차표를 예매하면 된다.(나 역시도 버스를 ..

53. 생각지도 못한 발견, 론다의 소꼬리찜은 진리다!

파라도르 데 론다, 누에보 다리,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구 시가지 풍경 - 1박 2일간의 론다 여행은 카메라에 그리고 가슴 속에 풍성한 추억을 남기며 마무리되고 있었다. 론다에서의 마지막 여행지민 투우장을 빠져나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근처 식당을 찾았다. 'Restaurante Flores' 굳이 번역을 하자면 '꽃식당'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 여행기의 테마로 잡은 '꽃보다 유럽'에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오랜 역사와 전통에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이 있다. 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무 생각없이 들어간 동네식당이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라니... 레스토랑이 처음 생긴 1919년을 나타내는 숫자가 입구에 적혀 있었다. 참고로 1919년은 3.1운동이 일어나고 상해..

52. 인간과 황소의 고독한 싸움, 론다에서 투우의 역사를 더듬다.

"원형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문이 열리고, 잔뜩 약이 오른 황소의 그림자가 어슴프레 보인다. 이글대는 태양 때문일까?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황소의 모습에 귓가의 함성소리는 어느새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 처럼 고요해진다. 오늘도 무사히 끝낼 수 있으리라...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내면, 저 깊은 곳에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한없이 온화해보이는 사람들조차도 '피'를 보면 열광하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다. 로마시대의 콜로세움에서부터 UFC의 옥타곤까지, 수많은 전사들이 인류의 폭력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피를 튀기며 서로 싸워왔다. 여기, 르네상스 시대의 폭력성을 ..

51. 낮에 다시 찾은 누에보 다리에서 자연과 건축의 하모니를 느끼다.

구시가지 산책을 마친 후, 숙소가 있는 누에보 다리로 돌아오는데,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따스한 햇살때문일까? 잔뜩 찌뿌렸던 하늘도 이제는 화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라나다로 떠나는 열차 시각까지는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어제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자 누에보 다리 아래로 다시금 내려가 보기로 했다. 나름 두번째 가는 길이어서일까? 어제 초행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이 론다 여행을 이야기할 때, 누에보 다리만을 언급하는데, 그 반대편으로 펼쳐진 푸른 초원도 한폭의 그림같다. 어제까지만해도 론다를 그리자면 황톳빛 물감 하나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절벽만큼 웅장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녀석들이 여기저기 숨어있고 그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