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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포르투, 클레리고스 종탑에 오르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7. 31. 08:00

 

포르투의 중심가, 리베르다데 광장은 언제나 평화롭다. 포르투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곳이지만, 왁자지껄 하다거나 번잡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선 높은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마저 든다.

 

 

리베르다데 광장 옆에 있는 이름 모를 건물의 시계탑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깃발을 들고 오른손을 불끈 쥔 저 사람의 눈에는 포르투가 어떻게 보일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클레리고스 탑으로 향했다.

 

 

클레리고스 종탑은 포르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높이가 76미터에 이른다. 총 6개 층으로 이뤄진 종탑 꼭대기에 오르려면 총 24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종탑 자체가 하나의 건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옆에 있는 클레리고스 성당의 일부분이었다. 유럽의 성당은 대부분 2개의 종탑이 대칭구조를 이루는 것이 일반적인데, 클레리고스 성당은 종탑이 하나 밖에 없다. 여기까지가 전날 씨티투어에서 가이드에게 들은 깨알 정보. 영어가 짧은 관계로 일부 잘못 알아들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음.

 

 

종탑에 오르기 위해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3유로,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다. 일단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참고로 각 층마다 작은 전시관 같은 것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클레리고스 성당의 건축에 대한 역사와 관련 자료(그림 등)가 전시되어 있다. 찬찬히 보면 나름 유익하고 재미진 이야기일 것 같은데, 설명이 죄다 영어로 되어 있어 그냥 눈으로만 대충 훑고 넘어갔다. 가뜩이나 숨이 턱턱 차오르는데, 독해까지 했다가는 두통으로 쓰러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핑계 삼아 잠깐 쉬었다 올라갈 수 있으니, 전시관 구경도 해 볼 것을 추천하다.

 

 

전시관에는 성당을 건축한 이탈리아 건축가 라조니에 대한 설명, 연도별 건축공정 등이 설명되어 있었다. 그림으로나마 포르투의 중세시대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그냥 가볍게 훑어보고 지나가면 될 듯.

 

 

끝없는 계단을 헉헉대며 오르다 문득 창(?) 밖의 풍경으로 보니, 또 다른 의미로 숨이 턱 막혔다. 아직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유럽의 다른 탑과는 달리, 클레리고스 종탑은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가 아니다. 앞, 뒷 사람을 의식할 필요 없이 혼자서 페이스를 조절해서 오르면 되기 때문에, 힘들면 중간중간 쉬면서 돌 틈 사이로 비치는 바깥 풍경을 즐기며 여유 있게 오르시길 추천드린다. (근데, 막상 계단을 오를 때면,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한껏 속도를 올리게 되는 건 왜일까?)

 

 

탑을 오르다 중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포르투 시내의 모습, 땅에서 바라본 포르투는 노랑, 파랑 등 알록달록한 건물의 색채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위에서 바라보니, 벽돌색 지붕으로 이뤄진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잠깐 고개를 돌려 찍은 사진, 아직까지는 탑의 꼭대기 층까지 오른 것이 아니라 눈높이가 맞는 느낌이다.

 

 

중간 전망대에서 바깥 바람도 쐬고 호흡을 좀 가다듬은 후, 꼭대기 층을 행해 올라갔다. 그러다 우연히 탑에 걸터앉아 쉬고 있는 비둘기를 발견했다. '갈 때 가더라도, 사진 한 방은 괜찮잖아' 굳이 가방을 뒤져 카메라를 꺼낸 후, 사진에 담았다. 여러 각도로 구도를 잡을 정신은 없었기에 그냥 대충 한 장 찍은 후, 뒤도 안 돌아보고 위로 올라갔다.

 

 

클레리고스 종탑에 올랐으면 일단 종을 먼저 봐야 하는 법. 어제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정오가 되면 햇빛에 의해 줄이 끊어지면서 자동으로 종이 울린다고 한다. 그러면 '줄은 매일 새걸로 교체하는 건가? 그럴 거면 그냥 사람이 치지 왜 줄이 끊어지게 설계가 된 거지? 지금도 그 방식으로 종이 울리나?'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귀찮아서 물어보진 않았다. 영어로 물어봐야 하고, 설명도 영어로 들어야 하니까,

 

 

클레리고스 종탑 꼭대기 전망대에서 바라본 포르투의 모습. 앞 쪽에는 중세시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붉은 지붕의 건물이 모여있고, 저 멀리에는 나름 현대식 빌딩의 모습도 보인다. 탑에 오를 때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다시는 내가 이런 계단을 오르나 봐라'라고 몇 번씩을 다짐하지만, 결국 정상에 오른 다음에는 불평불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역시 '유럽은 위에서 봐야 제 맛'이라며 넋 놓고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인간은 정말 간사한 동물이다.

 

 

내 평생에 다시 오기 힘든 곳이니, 셀카도 한 장 찍어본다. 셀카봉을 가져간 것도 아닌데, 저 구도가 어떻게 나왔을까? 내가 찍은 사진이지만, 다시 보니 신기한 각도다. 

 

 

클레리고스 종탑의 전망대는 360도로 이루어져 있어, 한 바퀴를 돌면 포르투 시내 곳곳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마냥 작은 도시인 줄만 알았는데, 전망대를 한 바퀴 돌고 나니 구역별로 저마다 다른 나름의 특색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봤던 쪽은 붉은 지붕 집들이 오밀조밀 모인 마을이라면, 이 쪽은 뭔가 탁 트인 느낌이다.

 

 

그리고 이건 종탑에서 바라본 도우 강의 모습. 동 루이스 다리 위나 강 건너편에서 이 쪽을 바라보면 가파른 언덕 위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가의 모습이 참 아름다운데, 탑 위에서 보니 언덕은커녕 그냥 평지같은 느낌이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참 다르다. 그래서 여행 중에는 조금 귀찮더라도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부지런히 구경해야 한다.

 

 

자, 이제는 지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계단을 타고 올라갈 때에는 사진을 찍을 정신이 없었는데, 확실히 내려가는 길이 편하긴 한가보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막상 지금 와서 사진을 보니, 좁은 돌계단을 둘러싼 벽들과 주변을 밝히는 불빛, 중세시대 감옥 같은 분위기다. 중세시대에는 형광등 자리에 횃불이 걸려있었으려나,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것에 비해 훨씬 수월했다. 1층까지 무사히 내려온 후, 클레리고스 성당을 구경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했듯이, 유럽의 성당은 지겨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탑만 보고 가는 것은 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종탑에 오르는 입구 쪽에서 반대편 안쪽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웅장한 성당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높이 솟은 탑만 눈에 들어왔을 뿐, 성당은 있는지도 몰랐는데, 생각보다 성당 내부가 크고 화려해서 조금은 놀라웠다.

 

 

성당 내부까지 간단히 둘러본 후,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지 조금씩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일단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 맵을 켠 후, 가까이 있는 맥도날드의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그래 봐야 포르투 시내, 역시나 엎어지면 코 닿을 위치에 있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구글 맵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포르투의 맥도날드는 빅맥 말고도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곳이다. 과연 뭐가 특별한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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