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 105

[출장과 여행사이] 2.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 링컨 기념관과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던지는 메시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대통령은 링컨 기념관 앞에서 취임식을 가진 후, 공식적으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한다. 워싱턴 지도를 펼쳐보면, 미 의회, 워싱턴 기념탑, 링컨 기념관이 일렬로 나란히 위치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혹자는 링컨 대통령이 기념관 안에서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지 감시(?) 하는 의미라고 한다. 물론, 사실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워싱턴 기념탑을 지나 링컨 기념관으로 향하는 길. 곧게 뻗은 산책로 양옆으로 나무들이 시원스레 하늘로 쭉쭉 뻗어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02. 한국인 스텝이 있어 더욱 정겨운 '트레블러스 돔 케이브'(Travellers The Dorm Cave)

본격적인 터키 여행 이야기를 연재하기에 앞서, 괴뢰메 마을에서 묵었던 호스텔 소개를 먼저 시작해볼까 한다. 그나저나 이번 포스팅이 벌써 네번째 글인데, 아직까지도 여행담을 제대로 시작조차 못했다. 과연 이번 연재는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전 세계의 여러 나라, 각각의 도시들은 저마다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괴뢰메 마을은 꽤나 독특한 지역이다. 화산재와 용암으로 만들어진 기암괴석과 그 안에 동굴을 만들어 살아가는 인간의 위대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괴뢰메 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씩 품고 돌아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동굴호텔'에서의 하룻밤이다. 내가 사흘간 머물렀던 '트레블러스 돔 케이브' 역시 괴뢰메에서는 평범한, 하지만 여행객에게는 특별한 '동굴..

01. 인천에서 이스탄불... 그리고 괴레메까지, 기나긴 여정의 시작

2015년 12월 25일은 앞으로 수 년 동안 잊지 못할 내 인생의 특별한 크리스마스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밤을 새가며 일을 한 것도 모자라 (아마도) 평생동안 가장 붐비는 인천공항을 경험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역에 내려서 게이트 앞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세 시간. 2015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대한 기억은 지친 심신을 이끌고 하염없이 줄을 서서 기다렸던 것 밖에 남지 않았다. 혹시라도 비행기를 놓칠까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겨우 비행기에 올라타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한 시간쯤 정신없이 곯아떨어졌을까? 웅성대는 소리에 잠이 살짝 깼다. 코끝을 스치는 냄새, 아! 기내식이구나. 허리를 곧추 세운 후, 좌석 앞 테이블을 내려 음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출장과 여행사이] 1. 워싱턴 DC를 한 눈에,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

"미... 미국 출장이요?" 지난 일 년 동안에만 12개의 나라를 여행했지만, 정작 미국 땅은 아직까지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다. 그냥 막연히 '언젠가 갈 기회가 한 번쯤은 생기겠지'했는데, 그 기회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왔다. 미국, 그것도 워싱턴 DC 출장이라니,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어르신(임원)을 두 분이나 모셔야 한다는 것. 그래도 회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것은 분명 가슴 떨리는 일이다. 일 주일 간의 출장 기간 동안 어디를 방문하고, 무엇을 조사해야 할 지를 차근차근 준비하다보니, 어느 덧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혹시 빠뜨린 것은 없을까?'하는 걱정과 왠지 모를 설레임을 반반씩 품은 채, 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 날 따라 더욱 가벼웠다. 오전 7시, 이..

32. 글레디에이터의 배경, 아이트 벤 하두 투어기

내 이름은 막시무스,북부 군 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충복이었다. 태워 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라도... - 영화 글래디에이터 中 - △ 이미지 출처 : http://10-themes.com/425522.html 누군가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 영화 3개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나 홀로 집에, 타이타닉, 그리고 글래디에이터라고 대답할 것이다. 영화의 세세한 장면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 같은 무언가가 오래도록 남아있는 그런 작품들이다. 아마도 2000년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가 아카데미 시상식 12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고대 로마제국을 현실감 넘치게 구현..

[터키 완전정복] 떠나기 전, 이것만은 꼭 알아두자!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비행기로 9시간, 가이드북 하나를 사서 터키에 대한 정보를 머릿 속에 집어넣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본격적인 여행기 연재에 앞서 비행기에서 공부한,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알게된 터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자. 기독교와 이슬람의 전성기를 간직한 도시, 이스탄불 터키 제 1의 도시인 이스탄불은 과거 동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기독교(의 한 분파인 그리스정교)와 이슬람을 각각 대표하는 제국의 수도였던 탓에 지금도 이스탄불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다. 이스탄불 관광의 중심지, 술탄아흐멧역 근처에는 세계 5대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과 핸드메이드 타일 21,000여장으로 뒤덮인 블루모스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흔히 알려진..

[프롤로그] 여행을 떠나든가, 회사를 떠나든가

어느덧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잠시나마 회사를 떠나 MBA 공부를 하면서,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했고, 스페인부터 남미에 터키까지... 참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다. 지난 9월 회사로 돌아와서는 그야말로 토할만큼 빡센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한 해 동안 일어났던 것일까 싶을 정도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나름 6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4개월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MBA를 핑계로 잘 놀다왔기 때문이었을까? 새로 배치받은 부서는 유난히도 '빡센' 곳 이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과 깨짐의 연속인 일상 속에서 머릿 속으로 사표를 썼다 지우기를 수차례, 지금도 회사 노..

31. 마라케시에서 메르주가까지, 모로코 사막투어의 긴 여정을 시작하다.

새벽 6시 30분, 귓가에 울리는 우렁찬 알람소리와 발가락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까끌한 이불의 감촉이 조금은 낯설었다. 여기가 어디지...? 하는 의아함과 함께, '아! 모로코에서의 하루가 꿈이 아니었구나'하는 깨달음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래, 지금은 모로코를 여행 중이다. 그리고 재빨리 일어나 사막투어를 출발해야 한다. 시간이 넉넉치 않음을 느끼고 서둘러 샤워를 한 후, 짐을 챙겨 리아드를 나섰다.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온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어딘지 모를 공터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사막으로 떠나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그들을 실어나를 자동차들로 제법 북적이고 있었다. 간단하게 이름을 확인한 후, 한 무리의 사내들의 안내에 따라 벤에 몸을 실었다. 투어라기..

30. 드디어 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에 첫 발을 내딛다.

아프리카. BJ의 눈웃음과 별풍선이 난무하는 인터넷 방송국 이야기가 아니다. 사자와 얼룩말이 뛰어노는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를 내가 여행하게 될 줄이야! 역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베리아 반도와 마주보고 있는 모로코는 사실 정통(?) 아프리카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문화적으로는 중동에 더 가까운 나라가 아닐까? 일단 아랍어를 쓰는데다, 국민의 약 99%가 이슬람을 믿는 것만 봐도 그렇다. 뭐 그래도 어찌되었든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나라가 아닌가? 이제 나도 새로운 대륙에 발을 내딛는거다. 리스본을 떠나 카사블랑카로 떠나는 비행기에서 내가 모로코로 여행을 가는 중이라는 것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살면서 코카콜라를 수천번은 마셨겠지만, 이때의 코카콜라는 아마..

29. 리스본을 떠나기 전,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서다.

매번 잠자리가 바뀌어서일까? 아침 잠이 많은 나지만, 여행 중에는 매일같이 아침 이른 시간에 눈이 절로 떠진다. 덕분에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즐기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내 평생에 포르투갈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일지도 모르는 그날도 역시 그랬다. 아침 일찍 일어나 리빙라운지 호스텔의 자랑, 꿀맛같은 팬케이크를 대여섯장 해치우고 난 후,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나니 어느 덧 시계가 8시 반을 가르키고 있었다. 캐리어에 빠뜨린 것은 없는지 짐을 꼼꼼히 챙기고 숙소에서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과 모로코 행 비행기가 떠나는 시각(오후 1시 반)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호스텔을 나설 수 있었다. 오늘의 목표는 단 하나, '12시 전까지 숙소로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