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비행기로 9시간, 가이드북 하나를 사서 터키에 대한 정보를 머릿 속에 집어넣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본격적인 여행기 연재에 앞서 비행기에서 공부한,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알게된 터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자.
기독교와 이슬람의 전성기를 간직한 도시, 이스탄불
터키 제 1의 도시인 이스탄불은 과거 동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기독교(의 한 분파인 그리스정교)와 이슬람을 각각 대표하는 제국의 수도였던 탓에 지금도 이스탄불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문화가 곳곳에 남아있다. 이스탄불 관광의 중심지, 술탄아흐멧역 근처에는 세계 5대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과 핸드메이드 타일 21,000여장으로 뒤덮인 블루모스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기독교와 이슬람은 사실 크게 다른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종교다. 다만,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반면, 이슬람에서는 마호메트를 하나님이 보낸 마지막 예언자라고 믿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심지어 이슬람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이 보낸 또 다른 예언자로 인정하고 있을 정도로 기독교와 이슬람은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참고로, 터키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국민의 약 98%가 이슬람을 믿는다. 터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할 때 종교를 기입해야 하는데, 이 때 일단 무슬림으로 등록을 하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나중에 기독교 등 다른 종교로 변경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냥 무슬림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이 또한 신의 뜻이 아니겠는가? '인샬라'
터키, 아주 오래 전에 헤어진 형제
흔히, 우리는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일컫는다. 이웃나라 일본, 중국도 아니고, 하필이면 8,000km나 떨어진 터키가 우리의 형제라니... 여기에는 역사적인 사연이 얽혀 있다. 터키인들의 조상, 투르크 족은 그 역사가 동양의 '돌궐'에서 시작되었다. 7세기 경, 돌궐은 고구려와 함꼐 힘을 합쳐 수, 당나라에 맞서서 싸웠는데, 당시 기록에 따르면 돌궐과 고구려의 관계가 꽤나 막역했던 것 같다. 하지만 돌궐이 위구르에 의해 멸망되면서, 양국의 교류는 끊어지게 되었고, 투르크 족은 유목생활을 하다 지금의 터키지역까지 이동, 나중에 오스만투르크라는 대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후, 6ㆍ25 전쟁을 계기로 양국의 우호관계가 다시금 시작되었다. 특히, 1997년에는 현대자동차가 이스탄불에서 동쪽으로 120km 정도 떨어진 이즈밋시에 공장을 건설한다. 공장 설립 후 2년이 지난 1999년에 이즈밋시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그러자 현대차 본사를 비롯하여 한국에서 다량의 구호물품이 터키에 전달되었고 이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터키인들의 인식이 매우 좋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2002년 우리나라와 터키의 월드컵 3,4위전 경기를 계기로 양국간 애정이 꽃피우기 시작했다.
우리 뿐 아니라, 터키 사람들도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I love Corea.'를 연발하며 친근감을 나타내곤 한다. 정확히는 한국 사람보다는 '한국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암튼 그렇다. (참고로 공항에서 터키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는데, 나와 일행(여자)에게 쥐어진 아이스크림의 크기가 확연히 차이가 나더라.)
공항에서 시내로, 시내에서 대중교통 이용하기 - 이스탄불 교통수단 완전정복
터키 제 1의 도시, 이스탄불에는 총 2개의 공항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내리게 되는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은 터키의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 아타튀르크 케말 파샤의 이름을 딴 곳으로 이스탄불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한편, 유럽의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거나 터키의 다른 도시를 여행할 경우에는 아타튀르크 공항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2007년 지어진 사히바 괵첸 공항을 이용하게 된다. 사히바 괵첸은 아타튀르크 대통령의 수양딸이자 터키 최초의 여성 파일럿의 이름이다.
아타튀르크 공항과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공항버스를 타면 신 시가지인 탁심광장까지 한번에 이동할 수 있다. 공항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아타튀르크에서 탁심 광장까지는 버스로 30~40분 정도가 소요되며, 요금은 11리라다.(버스 운행시간 : 04:00~01:00) 한편, 사비하 괵첸에서 탁심광장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약 1시간~1시간 반 정도가 걸리며, 요금은 14리라를 내면 된다.(버스 운행 시간 : 05:00~00:00). 탁심 광장에서 각 공항으로 갈때는 내렸던 장소에서 버스를 타면 되고 요금은 올 때와 같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새벽 3시반에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행되며, 매시 정각과 30분에 출발한다.
* 지나가다님 정보 : 괵첸공항~탁심 - 하바버스(15리라), 일반버스(7.5리라), 17.11.09기준
이스탄불 시내의 대중교통 수단으로는 트램이나 버스, 페리 등이 있다. 편도 요금은 2.15리라로 모두 동일하다.(이스탄불 카르트 기준) 이스탄불 카르트는 메트로 역에 있는 자동 판매기에서 10리라(카드값 7리라 + 충전금액 3리라)에 구입할 수 있으며, 자판기나 신문 가판대에서 원하는 액수만큼 충전할 수 있다. 자동 판매기를 이용한다면, 잔돈이 나오지 않으니 소액권 지폐를 미리 준비하도록 하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마음껏! 공항에서 터키 현지 유심칩 구입하기
숙소 예약에서부터 관광지 길 찾기, 맛집 검색까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여행이 훨씬 윤택해진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접속이 자유로워야 하는 법! 한국에서 데이터 로밍을 신청할 수도 있지만, 사실 로밍 비용이란게 만만치가 않다. 터키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를 계획이라면 선불 유심칩을 하나 장만해 보자.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해서 10분만 투자하면 현지 유심칩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마친 후, 짐을 찾아 나와 왼쪽(국내선 공항 방향)으로 조금만 걷다보면, 중앙에 원형으로 AVEA라고 적힌 매장을 찾을 수 있다. 이 곳에서 선불 유심칩(prepaid sim card)를 구입하도록 하자. 가격은 2기가에 80리라(32,000원), 4기가에 100리라(40,000원)이다. 참고로 나는 9박 10일의 일정 동안 1기가를 조금 넘게 사용했다. 일행이 있다면 한 명만 유심칩을 사고 테더링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하다.
참고로 국내선 공항 쪽에 TURKCELL이라는 통신사가 더 저렴하다는 블로그 글도 있었는데, 직접 가서 확인해보니 TURKCELL에서는 1기가에 95리라, 4기가에 115리라였다.
여러 도시를 여행할 경우, 환전은 어디서 하는 것이 좋을까?
터키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인출가능한 국제 신용/체크 카드를 준비해 오거나, 한국에서 유로화나 달러화를 가져와서 현지에서 리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씨티은행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환율이나 수수료 측면에서 가장 유리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씨티은행이 터키에서 철수한 이후에는 많은 분들이 하나 비바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것 같다. 어느 ATM을 이용하더라도 수수료가 무조건 1%라고 한다.(정확하진 않지만 블로그 후기를 보면, AKBANK의 경우에는 수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하니, 가급적 AKBANK는 피하자.) ATM은 공항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패쓰~
문제는 나처럼 체크카드를 만들지 못하고 유로화나 달러화로 여행 경비를 가져온 경우다. 리라로 환전을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환전은 공항보다는 시내에서, 작은 도시보다는 대도시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로 가지 않고 다른 도시로 바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환전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경험상으로는 이스탄불 시내>이스탄불 공항=카파도키아>파묵칼레 순으로 환율이 좋았다. 2015년 12월 말 기준, 이스탄불 공항과 카파도키아에서는 유로 당 3.1리라, 파묵칼레에서는 2.9~3.0리라의 환율이 적용되었다. 참고로 이스탄불 시내(탁심광장)에서는 환율이 3.2정도였다. 환율이 엄청나게 차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도시로 바로 이동한다면 공항에서 상당 금액을 환전한 후에 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이스탄불 시내로 들어가는 일정이라면, 공항에서는 최소한의 금액만 환전하시길,
* 이미지 출처 : http://www.atsnotes.com/
터키의 지폐는 5리라, 10리라, 20리라, 50리라, 100리라, 200리라 등 종류가 총 6가지다. 각 지폐의 정면에는 터키의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아까 공항 이름에서도 그렇고, 터키 국민들의 아타튀르크에 대한 사랑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이건 여담이지만, 화폐의 액면금액이 커질수록 아타튀르크의 시선이 점점 우리를 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를 두고 터키인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아타튀르크 대통령이 돈 많은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역시, 돈은 많고 볼 일이다.
알아두면 유용한 몇 가지 표현
터키의 왠만한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지만, 그래도 간단한 현지어 몇 마디를 알아두면 여행이 훨씬 재밌어지기 마련이다. 하루에 두어번씩은 꼭 쓰게 되는 유용한 표현들을 터키어로는 어떻게 말하는지 알아보자
- 안녕하세요 : Merhaba. (메르하바)
- 아침인사 : Gunaydin(귀나이든), 점심인사 : Iyi gunler(이이 귄레르), 저녁인사 : Iyi aksamlr(이이 악샴랄)
- 감사합니다 : Tesekkur ederim. (데쉐퀴르 에데림)
- 미안합니다 : Pardon, Affedersiniz. (파르돈 아페델시니즈)
- 남자화장실 : Bay(바이) / 여자화장실 : Bayan(바이안) * dolmen93님 수정사항 반영
자, 대충 이 정도만 제대로 숙지하고 있어도 터키를 여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사실, '이걸 가기 전에 정리했어야지'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난 이미 버린 몸. 이 포스팅이 터키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할란다. 다만, 이번 포스팅에 언급된 정보들은 2015년 12월 말 기준이며 시간이 지나면 상당부분 바뀔 수도 있으니, 그 점은 참고하시길! (혹시라도 최근에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께서 이 포스팅을 보신다면 댓글로 정보를 업데이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터키 완전정복] 떠나기 전, 이것만은 꼭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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