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Traveling Story

[출장과 여행사이] 2.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 링컨 기념관과 한국전쟁 기념공원이 던지는 메시지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2. 16. 07:30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이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을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는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대통령은 링컨 기념관 앞에서 취임식을 가진 후, 공식적으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한다.

 

 

워싱턴 지도를 펼쳐보면, 미 의회, 워싱턴 기념탑, 링컨 기념관이 일렬로 나란히 위치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혹자는 링컨 대통령이 기념관 안에서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지 감시(?) 하는 의미라고 한다. 물론, 사실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워싱턴 기념탑을 지나 링컨 기념관으로 향하는 길. 곧게 뻗은 산책로 양옆으로 나무들이 시원스레 하늘로 쭉쭉 뻗어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랄까? 알고 보니, 이곳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도 등장했던 장소다. 주인공이 '검프 다리는 백만 불짜리 다리...' 막 이러면서 달렸던 곳일까? 사실 포레스트 검프를 본 적이 없어서 영화에 이 곳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

 

 

링컨 기념관 앞에는 '리플렉팅 풀(reflecting pool)', 굳이 번역하자면 '반사의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잔잔한 인공호수에 워싱턴 기념관이 반사되는 모습을 직접 바라보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관찰해보면, 고요한 물결 위를 한가로이 떠다니는 오리도 만날 수 있다. 어미를 따라 나온 병아리 같은 새끼 오리를 보며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링컨 기념관의 첫 인상은 잘 꾸며진 도서관 같은 느낌이었다. 1월 초의 쌀쌀한 날씨 탓일까? 생각했던 것에 비해 사람도 없고 훨씬 한산한 모습이다. 마치 방학기간 중의 대학 도서관 같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할 때에는 기념관 앞 계단에 사람들이 제법 북적인다고 한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니, 링컨 대통령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사진으로는 잘 실감 나진 않지만, 석상의 크기와 위엄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물론 방금 전에 계단을 후다닥 뛰어 올라와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어쨌든 의자에 앉아 근엄하게 우리를 내려다보는 링컨 대통령의 모습에서 살아생전 그의 포스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링컨 기념관 자체를 둘러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념관 내부는 링컨 대통령의 석상과 양쪽 벽면에 적힌 연설문이 전부다. 왼쪽에 적힌 것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란 문구로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문이며, 오른쪽 벽에는 재취임 당시의 연설문이 적혀져 있다.

 

 

기념관 지하에는 작은 규모의 링컨 박물관이 마련되어 있다. 링컨 대통령에 관한 영상과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냥 한 번 쓰윽 둘러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지하의 링컨 박물관이 중요한 이유는 전시품보다는 화장실에 있다. 링컨 기념관 주변에서 거의 유일한 화장실이니, 반드시 이곳에 들러 비울 것은 비운 후 여정을 이어나가길 바란다.

 

 

링컨 기념관을 나와 오른쪽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다보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머나먼 타국, 지도 상의 작은 나라를 위해 피 흘리며 싸웠던 용사들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이 곳에는 전쟁 당시 행군하던 병사들의 모습을 재현한 19개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기념공원 옆으로 세워진 검은 대리석 벽에 반사된 병사들의 모습까지 모두 38명의 병사들이 이 곳을 지키고 있다. 38명의 병사는 38선을 의미하며, 동상을 38개 세우는 대신 벽으로 형상을 반사시킨 이유는 분단된 한반도를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대리석 벽에는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지만 가슴 속에 큰 울림을 주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 내가 이렇게 맘편하게 포스팅을 끄적일 수 있는 것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 덕분이 아닐까?

 

 

공원 바닥에는 6.25 전쟁에 참전한 국가들의 이름, 사망자와 실종자, 포로로 잡힌 병사들의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전쟁터로 달려나갔던 사람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전쟁에 뛰어든 것이었을까?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한국전쟁 기념공원을 지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링컨 기념관을 바라보며 다시금 진지해졌다. 노예 해방을 위한 링컨 대통령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미국 사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니,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자유는 공짜가 아니며, 누군가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누리는 번영의 열매는 바로 그 희생의 토양 위에서 이뤄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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