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50

63. 아직도 진행 중인 가우디의 원대한 계획,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천재라 불리우는 한 남자가 있었다. 당대에도 그랬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건축가였던 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성당을 짓고 싶었다. 어마어마한 크기는 물론 내, 외부에 디테일한 디자인을 새겨 넣기 위해 그는 평생을 그 성당에 매달려왔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고 오로지 성당 건축에만 신경을 쓰던 그는 길을 건너다 달려오는 전차를 보지 못하고 그만 전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당대 최고의 건축가답지 않은 허름한 옷차림 탓에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은 그는 그렇게 쓸쓸히 숨을 거둔다. 바르셀로나, 아니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가였던 가우디는 그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쓸쓸히 숨을 거두었지만, 그의 숙원사업이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은 내노라하는 후..

62. 어둡고 비장했던 바르셀로나의 밤(feat. 유로자전거나라)

여행을 아무리 오래 하더라도 어떤 도시에 도착한 첫번째 날의 감정은 대개 비슷하다. 대중교통과 방향, 그리고 도시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되기 전까지 낯섦과 신기함에 둘러싸여 적당히 어리바리대다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에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이 자연스러워질때쯤 새로운 도시로 떠나는 것이 배낭여행객의 일상이다.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최고조에 이르는 때는 아마 첫날밤이 아닐까? 야경이 궁금은 한데, '혹시나 위험하진 않을까?', '대중교통이 끊기면 숙소로 잘 찾아올 수는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호스텔 문지방은 마음 속으로 수십번은 넘나들곤 한다. 이럴 때, 한 줄기 빛과 희망이 되는 것이 있으니, 이름하여 '야경투어'. 바르셀로나의 구시가지를 둘러보는 야경투어는 람블라스 거리 어딘가에 위치한 '레..

61. 바르셀로나 최대의 시장, 보케리아 시장 100배 즐기기

여행을 하다보면 유독 기억에 남는 도시들이 있다. 대개의 경우 그 도시를 대표하는 시장을 여행하면서 특유의 분위기가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남유럽 3개국 여행의 종착지인 바르셀로나에는 보케리아 시장이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또다른 명소, 람블라스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보케리아 시장은 하루 방문객만 30만명에 육박하는 대형 시장이다. 참고로 이 곳은 농수산물과 축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장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시장이라는 말만 듣고 여행 막바지에 옷이나 기념품을 사러 이 곳을 찾는다면 괜한 헛걸음만 하게 될 것이다. 보케리아 시장의 시작은 우리의 동대문 또는 남대문 시장과 비슷했다. 12세기 경, 바르셀로나를 둘러싼 성곽에는 몇 개의 문이 있었는데, 그 중..

60. 드디어 바르셀로나, 피카소의 흔적을 더듬다 - 4cats, 피카소 미술관

어느덧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여행 포스팅' 연재를 시작한지도 거의 2년이 다 되어 간다. 고작 24박 25일 간의 이야기를 2년 동안 주절거릴 줄이야... 처음에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 해도 포스팅이 이렇게 늘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회사 일이 많았다는 핑계를 꺼내들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저가 항공, 렌페, 버스 등으로 나뉜다. 부엘링 등 저가 항공을 이용하면 렌페나 버스와 비슷한 금액으로(심지어 저가항공이 더 저렴할 때도 있음),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공항까지 왔다 갔다하는 시간과 비행기 수속의 번거로움, 그리고 야간 열차 이용 시 숙박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

59.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에 가다 (3편) - 왕들의 휴식처, 헤네랄리페

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시절, 왕들의 여름 휴가를 책임지던 장소가 있었다. 나사리 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헤네랄리페 별장 - '낙원의 정원'이라 불리는 공간이 바로 그 곳이다. 감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 할 수 있는 그 곳이 알함브라 궁전 관람의 마지막 코스다. 알함브라 궁전을 빠져나와 좁은 흙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걷다보니 생각보다 길바닥의 흙이 부드러웠고 쭉쭉 뻗은 나무도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었다. '하긴, 옛날에는 여기가 왕이 걷던 길이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감개가 무량해졌다. 그러고 보니 나무 사이사이에도 조경이 칼로 베어낸 듯 깔끔하게 각이 잡혀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등을 돌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저 멀..

58.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에 가다 (2편) - 나사리 궁,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

티켓에 적힌 입장시간에 맞춰 나사리 궁으로 들어간다. 나사리 궁이라 이름 붙여진 공간은 총 3개의 궁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왕이 집무를 보던 메수아르 궁, 외교 사신을 영접했던 코마레스 궁, 그리고 왕의 숙소가 있는 사자의 궁이다. 나사리 왕조가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에는 총 7개의 궁전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저 3개가 전부다. 나사리 궁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메수아르 궁은 좁은 골목(?)에서 시작한다. 약간은 단촐하게 나있는 입구 위로는 대리석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메수아르 궁은 대체로 소박한 편인데, 그나마 볼만한 곳이 이 곳, 왕의 기도실이다. 외국에서 외교 사절단이 오면, 의도적이로 이 곳에서 잠시 동안 머무르도록 했다. 왕의 기도실에서 창 밖을 내다보면, 알바이신 지구가 ..

57.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에 가다 (1편) - 카를로스 5세궁과 알카사바

아끼는 제자의 부인을 짝사랑한 남자가 있었다. 용기내어 고백을 했지만, 당연히 거절을 당했고 실의에 빠진 그는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야심한 밤 달빛으로 물든 궁전을 보며, 그는 실연당한 자신의 심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그렇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명곡이 탄생하게 된다. 그라나다의 상징, 알함브라 궁전. 이슬람 왕조가 그라나다를 점령했던 그 시절, 왕이 살던 '나사리 궁'의 아름다움은 미처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나사리 궁 옆에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땅을 가졌던 카를로스 5세의 이름을 딴 궁전이 있다. 스페인 시대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된 카를로스 5세 궁은 지반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나사리 궁을 조금씩 찍어 누르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 군사들이 살던 알카사바와 왕..

56. 집시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 사크로몬테 집시촌

집시(Gipsy), 유럽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경계하는 단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등 유럽 어느 국가를 여행하든 인터넷에서 정보를 뒤지다 보면, '요새 경기가 안좋아져서 ㅇㅇㅇ에도 집시들이 국경을 넘어 많이 유입되었어요. 그래서 소매치기가 부쩍 늘었다고 하네요.' 류의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설은 전해지지 않지만, 흔히 유럽의 집시는 인도에서 넘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국에서는 처음에 집시가 이집트 사람인줄 알고 'Egyptian'이라도 불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Gyptian(집시안), Gipcy, Gipsy 순으로 단어가 변했다고 한다. 뭐 믿거나 말거나... 또 한편으로는 집시가 원래는 기마민족이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용병으로 활약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특히 여자들은 점성술에..

55. 발길 닿는 대로, 느긋하게 즐기는 그라나다 시내 여행

그라나다 - 사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그닥 관심이 없었는 도시라 그냥 지나칠 뻔도 했다. 이번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이 설렜던 이유는 어린 시절 즐겨했던 대항해시대2의 향수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그라나다는 스페인 남부 내륙에 있어 게임에 등장하지 않는다. 론다도 마찬가지지만 거기는 버킷 리스트라 할 수 있는 파라도르가 있으니 그라나다와는 또 다르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그냥 사람들이 다들 그라나다 정도는 가본다고 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일정에 넣었다. 마치 마트에서 장을 보다 아무 생각없이 카트에 툭 던져 놓았다가 계산할 때가 되어서야 생각나는 그런 과자, 이번 여행에서 그라나다가 딱 그랬다. 하지만 사실 그라나다는 대항해시대의 시작을 알린 도시였다. 1492년 1월, 이 곳 그라나다에서 이슬람..

54. 알바이신을 채운 집시의 열정 - 그라나다 동굴 플라멩고 공연

절벽의 도시 론다에서 이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그라나다까지는 기차로 2시간 반, 오후 1시 반쯤 출발한 기차는 오후 4시쯤이 되어서야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참고로 론다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기차는 아침(8시), 점심(1시반), 저녁(5시)에 각각 한 대씩 있다. * 2015년 기준 TIP. 여행 일정이 fix되었다면, 미리 사이트에서 열차 티켓을 예매하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 티켓을 사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다. 론다-그라나다 구간이 사람이 많이 몰리는 편은 아니기에 자리가 없어서 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더러(성수기에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론다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이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론다에 도착한 날 떠나는 기차표를 예매하면 된다.(나 역시도 버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