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Traveling Story

[Deep Dive in CEBU] 1. 골든위크를 빛낼 아이템,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세부로 떠나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5. 23. 08:30

 

 

골든위크, 일본에는 매년 5월 초, 그야말로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5월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헌법기념일(3일), 녹색의 날(4일) 그리고 어린이날(5일)까지, 공휴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주말까지 더하면 약 1주일 간의 긴 휴가를 누릴 수 있다. 다들 골든위크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미리미리 여행계획을 세우곤 한다.

 

이제는 쉬는게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든위크를 멍하니 보낼 수는 없는 법. 어떻게 하면 1주일의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까 며칠을 고심한 끝에, 이번 연휴의 목적지를 정할 수 있었다. 그곳은 다름아닌, 세부! 약 10여년 전, 한반도를 떠나 해외로의 첫 발을 내딛었던 바로 그 곳이다. 이미 한 번 경험했던 곳이라 식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때 못해봤던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짧고도 길었던 세부에서의 일주일에 대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로 이어지는 한 달간의 배낭여행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서였을까? 사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그리 강하게 들지는 않았다. 그냥 1주일 정도 여유가 생겼고, 나름 블로그에 여행 후기를 적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왠지 여행을 가야만 될 것 같은 의무감이 있을 뿐이었다. 가고 싶은 곳이 생겨서 여행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의무감에 떠나는 여행이다보니, 행선지를 정하는 것 조차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차에 블로그 하나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마드리드 여행에 대한 포스팅이 마음처럼 술술 써내려지지 않던 어느 날, 다른 여행 블로거들은 어떻게 글을 쓰나 둘러볼 요량으로 티스토리 여행 카테고리에 있는 글을 하나씩 훑어내려가던 중, 재미있는 블로그를 하나 발견했다. 필리핀 세부에서 다이빙을 가르치는 강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였는데, 몇 개의 포스팅을 대충 요약하자면, '모두들 싼 맛에 세부에서 다이빙을 배우려고 하지만, 정식 라이센스도 없는 강사들이 판치는 곳이 바로 세부다. 그만큼 제대로된 샵을 찾기가 어려운데, 내가 한번 제대로 교육을 해보겠다' 라는 내용이었다.

(관련 포스팅 : [필리핀 도전기] #6 세부 스쿠버다이빙의 현실. 세부의 진실 )

 

 

필리핀 세부, 난생 처음으로 해외 생활을 했던 그 곳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숨막히는 더위와 거리에 가득찬 매연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한류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한국사람들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던 현지 분위기와 함께 2개월 간의 어학연수 기간 동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던 친구들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세부 자체만 놓고 본다면야 뭐 그리 새로울 것이 있겠냐만은, 이번 기회에 가난했던 어학연수 시절 돈이 아까워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이번 여행의 테마는 '스쿠버 다이빙'으로 결정되었고, 6박 8일짜리 필리핀 여행이 시작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골든위크가 시작되는 금요일(5월 1일)에 당장 세부로 떠나고 싶었지만, 평소에 비해 2~3배나 비싼 티켓 가격때문에 일정을 뒤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떠날 사람들은 대충 다 떠났을 월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긴자역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5시 반,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무사히 마친 후, 주먹밥(?)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웠다.

 

△ 600엔이라는 가격치고는 조금 단촐한 구성이지만, 어차피 비행기 타면 기내식 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배를 채움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면세점을 여기저기 둘러봤지만, 역시나 딱히 살만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만큼 지루한 시간이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겨 비행기를 놓치지는 않을까하는 노파심에 일찍 길을 나서고, 탑승 게이트 앞에 앉아 '조금만 천천히 나올걸' 하며 후회하는 모습은 늘 반복된다.

 

불과 두 달전, 마드리드로 떠날 때는 블로그에 올릴 생각에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꽤나 들떠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넋 놓고 편하게 있어서 그런지 아무리 돌이켜 봐도 마땅한 이야기거리가 떠오르질 않는다. 물론, 기내에서 찍은 사진도 한장도 없음. 그냥 기내식 먹고 한 숨 자다가 아이패드로 책 좀 읽다보니 세부 막탄 공항에 도착했던 것 같다. 총 비행시간은 5시간, 항공사는 필리핀 에어라인, 단거리 비행이라 그런지, 비행기도 작은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좌석에 스크린이 없었던 것은 조금 불만이었다. USB포트도 없어서 스마트폰 충전도 못했다.

 

아무튼 막탄 공항에 무사히 도착한 후,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후끈한 열기에 '내가 필리핀에 오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습기 가득찬 뜨거운 공기가 온몸을 휘감든 이 찝찝한 기분, 오랜만이지만 낯설지는 않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거의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었이만, 공항 앞에는 한국어로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마도 어학연수원, 리조트, 현지 여행사 같은 곳에서 나온 사람들일 것이다. 역시 세부는 아직까지도 한국인들이 먹여살리고 있나보다. 나도 이미 출발하기 전, 다이빙 교육과 숙소 예약을 마친 상태였고, 공항픽업까지 요청해 놓았기에, 오래 지나지 않아 다이빙 샵을 운영하는 한국인 직원분을 만나 숙소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약 20여분을 차로 이동한 끝에 약 5일 동안 머무르게 될 '리치델'에 도착했다. 다이빙 샵을 통해 소개받은 곳으로 필리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숙소다. 5일 동안 한국사람은 딱 한 명 만날 수 있었는데, 나름 객실도 꽤 깔끔한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정말 친절했다. (가격은 1박에 30불)

 

 

꽤 큼직한 침대 위에 수건으로 접힌 학(?) 한마리가 놓여 있었다. 진짜 처음 보자마자 뭐랄까 귀여운 마음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까이서 봐도 제법 그럴듯한 모습이다. 얼마나 열심히 저걸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학을 그래도 TV 위에 옮겨 놓고,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샤워부터 했다.

 

방 내부에 샤워를 할 수 있는 작은 화장실과 에어컨, TV에 냉장고까지 모두 구비되어 있어 지내기에는 그리 불편할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KBS World를 TV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본에서 지내는 8개월 동안 한국 TV라고는 인터넷으로 본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이랑 네이버 야구 중계가 전부였는데, 이 곳에서 지냈던 5일 동안 '착하지 않은 여자들' 부터 시작해서 '징비록'에 '오늘부터 사랑해'까지... 드라마를 진짜 원없이 봤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꽤 늦은 새벽에 잠이 들었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아침 일찍 눈이 저절로 떠졌다. 밖으로 나가 둘러보니, 내부에 이렇게 작은 수영장을 비롯해서 있을만한 것은 왠만큼 다 갖춰져 있었다. 물론,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을 만나진 못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숙소였다. 게다가 매일 아침, 토스트와 계란, 소시지가 조식으로 제공되기까지 한다. 다만, 방에서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하려면 로비까지 나가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방으로 돌아와 드라마를 보며 대충 준비를 마친 후, 다이빙 샵을 가기 위해 픽업 시간에 맞춰 호텔 앞으로 나갔다. 과연, 세부에서 즐기는 스쿠버다이빙은 어떤 모습일까? 일주일간의 시간동안 어떤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여러모로 설레는 아침이었다.

 

01. 골든위크를 빛낼 아이템,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세부로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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