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Traveling Story

[Deep Dive in CEBU] 4. 막탄 성당과 라푸라푸 공원에서 패키지 여행의 허상을 보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7. 9. 08:00

 

오후 3시쯤, 다이빙을 마치고 서둘러 샤워를 한 후, 샵을 나섰다. 어딜 그리 급히 가느냐는 강사님의 질문에 막탄 주변 관광지를 좀 둘러보려고 한다고 하니, 막탄에 그런게 어딨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날, 숙소에서 틈틈이 찾아두었던 막탄 성당과 라푸라푸 공원을 이야기하자, '거기 별거 없는데...'라는 강사님의 이야기,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막탄 성당은 뭔지도 모르는 눈치라 사진을 보여줬더니, '에이, 이게 무슨 관광지야. 이건 그냥 동네 성당인데...'하는 반응. 출발하기도 전에 김이 살짝 빠져버렸다.

 

 

그래도 샵에서 불러준 트라이시클을 타고 일단 막탄 성당으로 향했다. 입구의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어서 나무 아래 그늘에서 쉬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관계로 곧장 성당쪽으로 들어갔다.

 

 

버섯 모양의 독특한 외관을 가진 막탄 성당의 모습니다. 강사님은 그냥 동네 성당이라고 했지만, 30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독특한 모양을 가진 성당을 본적이 없었기에, 상당한 신비감과 기대감이 몰려왔다. 성당 사진을 담으려고 사진을 엄청 찍어댔는데, 사실 저때가 역광이 심해서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지기가 너무 힘들었다. 노출값을 겨우겨우 조절해서 그나마 건진 사진이 이것!

 

 

자, 이제 내부로 들어가 볼까? 근데 입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놓여있었다. 배를 타고 항해를 떠나는 사람 모습같은데, 왠지 모르게 사탄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가이드 없이 혼자 온거라 어디다 물어볼 수도 없고,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좀 부탁드려요.

 

 

성당 내부로 들어가면 앞쪽으로 예수님의 모습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이 곳의 분위기는 유럽에서 보던 성당과는 확연히 다르다. 유럽의 성당이 어두운 유화의 느낌이라면 막탄 성당 내부는 강렬한 포스터 같은 느낌이랄까? 가운데 예수님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밝고 활기찬 표정을 짓고 계신다. 아마도 하늘로 승천하는 순간을 묘사한 것 같은데, 그동안 봐왔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뭐, 지금은 이렇게 나름 포장을 해가며,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처음 성당안으로 들어섰을때에는 조금 유치하고 묘한 분위기에 좀 당황스러웠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성당 내부의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무심결에 위를 올려다 보는데, 나무 사이에 십자가에 못 박힌 듯한 예수님의 모습이 보였다. '성령의 은총이 내게도 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냥 필리핀 인부가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땡볕에 더위를 좀 먹었었나보다. 그나저나, 공사 분위기가 며칠 사이에 끝날 견적이 아니다. 아마도 일요일에도 이렇게 나무를 박아놓고 미사를 드릴 것 같다.

 

 

성당내부를 둘러보는 데에는 10분이면 충분하다. 강사님이 왜 '그냥 동네 성당'이라고 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그냥 밖에서 건물만 찍고 다음 코스로 넘어가면 될 듯. 성당 밖에는 흉상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아마도 이 성당을 지은 사람인 것 같았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라, 그닥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일단 포스팅을 위해 사진을 한 장 찍어 두었다.

 

 

이제 다음 목적이진 라푸라푸 공원으로 이동할 시간이다. 미리 트라이시클 기사분께 다이빙 샵에서 막탄 성당을 거쳐 라푸라푸 공원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 두었기에 타고왔던 트라이시클을 이용할 수 있었다. 막탄 성당을 구경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미리 트라이시클 기사분과 이런 식으로 쇼부를 보는 것이 좋다. 막탄 성당이 다소 외진 곳에 있어서 트라이시클을 잡기가 조금 까다롭기 때문이다. 금액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략 200페소정도였던 것 같다. 

 

 

쉬라인 공원, 막탄 사원이라고도 불리는 라푸라푸 공원은 필리핀의 영웅, '라푸라푸'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라푸라푸는 이 곳 필리핀에 도착한 스페인 군대에 맞써 싸운 필리핀 추장의 이름이다. 일대일로 맞짱을 떠서 마젤란을 죽였다고 하는데, 필리핀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진실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라푸라푸 공원에 마젤란 기념탑이 있다는 것. 뭐 대충 안중근 기념관에 이토 히로부미 신사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필리핀에서는 마젤란도 라푸라푸만큼이나 중요한 인물로 대접을 받는다. 필리핀에 기독교를 전파했기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스페인의 침략과 식민지 시대를 거치면서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체성이 희미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조금 씁쓸해졌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라푸라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는 비석을 볼 수 있다. 뒤로는 라푸라푸와 마젤란의 전투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 걸려져 있었다. 나름 역사적 의미가 있는 순간인데, 그냥 시골 마을 회관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관광객들도 많이 모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괜한 오지랖일까?

 

 

공원 한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라푸라푸 동상의 모습. 사실, 동상보다 맑은 하늘과 화창한 날씨가 더 기억에 남는다. 분명이 웅장한 동상인데, 감동이 들지 않는 것은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뭐 가만 생각해보면, 유럽에서도 동상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던 적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맘에 들었던 점은 머리크기나 비율이 무척이나 현실적이었다는 것!

 

 

라푸라푸 공원은 기대치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은 곳이다. '라푸라푸'에 초점을 두고 있었자면, 실망을 넘어 허탈함까지 안고 돌아올 것이고, '공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필리핀에서 찾기 힘든 꽤 괜찮은 곳이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화창한 날씨에 쭉쭉 뻗은 나무, 제법 괜찮은 공기까지... 다만, 햇볕이 매우 따가우니, 양산 하나 정도는 챙겨가시길. 개인적으로는 핫핑크 추천!

 

 

라푸라푸 공원의 끝은 해변과 맞닿아 있다. 이래뵈도 영문 명칭이 무려 "LAPU-LAPU, The Historical Resort Cicy'다. 역사 속 인물이니까 히스토리컬 한 것도 맞고, 해변을 이 정도로 꾸며놓은 걸 보면 리조트라고 해도 되겠지만, 거창한 명칭에 괜스레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돈이 좀 '많이' 있다면, 이 곳을 제대로 한번 개발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해변가를 따라 이름모를 짐승의 해골이 막대기에 줄지어 꽂혀있었다. 진짜 뼈인지, 석고같은 것으로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이걸 왜 박아놨는지 모르겠다. 원주민 부락의 느낌이 물씬 풍기기는 했지만, 신기하다기보다는 혐오스러운 기분이 먼저 들었다. 하긴, 그래도 나처럼 이런 걸 찍고 있는 관광객이 있는 걸 보면, 완전 실패한 전시물은 아닌 것도 같다.

 

 

공원 출구쪽에서 볼 수 있는 각종 기념품 샵의 모습. 싸구려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들도 있고, 나름 선물용으로 몇개 가져가고 싶은 것도 있었다. 여행의 묘미는 이런 곳에서 우연히 '취향 저격 아이템'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저 때는 뜨거운 햇살에 기운이 빠질대로 빠져있던 상태라 가게를 대충 둘러보는 둥 마는 둥 지나쳐버렸다. 얼음물이라도 한 통 가져갔으면, 조금 여유있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뭐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의 대부분은 이미 검색을 해서 들어오셨겠지만, '막탄 시내 관광'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곳이 이 곳, 막탄 성당과 라푸라푸 공원이다. 나도 그런 글들을 보고 이 곳을 찾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굳이 일부러 찾아올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 사실 유명한 관광지라면, 주변에 음식점도 좀 있고, 지프니에 트라이시클 등 교통도 편리한게 일반적인데, 여긴 뭐 그런 것도 없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패키지 관광의 마지막 일정 정도로 이 곳을 많이들 찾는 것 같다. 거짓말처럼 하나같이 '세부에서의 마지막 날' 혹은 '세부여행의 마지막 포스팅은' 어쩌구 하면서 글이 시작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막탄에서 마지막 날 딱히 할 것은 없는데, 시간은 때워야 할 여행사에서 그나마 시내에서 공항가는 길목에 있는 이 곳을 찾아내 관광상품으로 개발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글을 마무리하며 전하는 오늘의 교훈! 블로그에서 사람들이 밝게 웃으며, '오늘도 나는 너무 행복해'라고 말하는 사진과 글에 너무 혹하지 말자. 맛집을 찾든 여행지를 찾든 정보를 얻는 것도 좋지만, 이 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명심하시라!

 

4. 막탄 성당과 라푸라푸 공원에서 패키지 여행의 허상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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