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Traveling Story

[Deep Dive in CEBU] 5. 바닷 속 경비행기 앞에서 건진 인생 샷, 탐불리 다이빙(feat. PADI 어드밴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7. 21. 08:00

 

 

이번 세부 여행의 테마는 스쿠버 다이빙이었지만, 사실 그리 큰 기대를 가지고 떠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준비기간이 그리 넉넉치 않았고, 스쿠버 다이빙은 '황금 연휴 기간을 해외에서 보내기' 위한 일종의 핑계거리로 찾은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괜찮은 다이빙 샵과 괜찮은 강사님을 만나 다이빙의 재미에 폭 빠져버렸고, 덕분에 2박 3일로 계획되어 있던 다이빙 일정도 4박 5일로 늘어나 버렸다. 덕분에 세부 시티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드렀지만, 막상 세부에 오래 있는다고 해봐야 특별히 할 것도 없지 않은가? 지금 와서 돌이켜봐도, 그떄의 선택은 정말이지 '신의 한 수' 였다. 일정 자체가 짧아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면 모를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과정을 묶어서 이수하길 추턴한다.

 

총 5일 간의 다이빙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탐불리,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경비행기로 유명한 곳이다. 태평양 바닷 속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추락하거나 침몰한 전투기나 군함들을 구경하기 위해 다이버들이 즐겨찾는 명소가 많다. 아쉽게도 탐불리의 경비행기는 2차 세계대전 때 추락한 것은 아니고, 세부 다이빙 협회에서 관광상품 개발 차, 인위적으로 폐 경비행기를 바닷 속에 투척한 것이라고 한다. 뭐, 그래도 그 덕에 사람들이 많이들 찾는다고 하니, 어쨌든 성공한 작전인 듯

 

본격적으로 다이빙에 들어가기 앞서, 샵에서 간단하게 수중항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바닷 속에서 나침반을 이용해 방향을 찾는 것을 연습하는 것인데, 그 동안은 그냥 강사님 뒤만 졸졸 따라다니곤 했지만, 언젠가는 나도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할테니,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게 FM 코멘트지만, 당분간은 누구랑 다이빙을 하든 그냥 졸졸 따라다니기만 할 생각임'. 뭐 암튼, 수중 나침반 이용법, 지형지물 활용법, 수심과 조류 파악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11자 길 찾기, ㅁ자 길찾기 등을 직접 해본 후, 배에 올라 탐불리로 향했다. 

 

△ 이미지 협찬 : 다이버스 하이(http://cafe.naver.com/badasanai)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과 수중 생물을 만날 수 있는 곳, 바닷 속 세상은 보면 볼 수록 신비하고 아름답다. 살면서 다이빙을 해본 사람보다 못해보고 죽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아니 없는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꼭 한번 다이빙을 해보길 추천한다.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탐불리 다이빙은 오픈워터 마지막 날, 그러니까 다이빙을 시작한지 3일째 되는 날 진행되었다. 총 9번의 다이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다이빙 포인트였는데, 일단 잘 알려진대로 바닷속에 가라앉은 경비행기가 주는 묘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은 않았다. 이 곳, 탐불리는 다이빙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다소 버거울 정도로 조류가 심한 지역이다.

 

왠만큼 야무지게 킥을 차지 않으면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없을 정도였다. 평소 하던대로 킥을 차도 생각만큼 나가지 않으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발버둥을 치다시피 계속 해서 킥을 차다보니 자연스럽게 호흡이 가빠졌고, 숨을 얕게 들이쉬고 내뱉는 것이 반복되면서 점점 두통이 심해졌다. 참고로 다이빙 중에 호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이마시게 되는데, 이는 산소 부족으로 인한 두통의 원인이 된다. (무 강사님의 친절한 원 포인트 레슨 내용 ㅋ) 어쨌든 나중에는 주변 경관이고 나발이고 그냥 빨리 수면 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우리의 친절하고 자상한 무 강사님은 교육생에게 자손 대대로 전해줄 만한 걸작을 선물하기 위해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도 앉아보고, 옆에 서서 브이자도 그려보고, 잠시나마 화보 촬영을 하는 모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탐불리 경비행기 포인트에서 다른 다이버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이렇게 독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이었다. 역시, 난 럭키가이 ㅋ

 

 

탐불리에서의 수많은 사진 중에서도 단연 최고는 바로 이 사진! 그야말로 인생 샷이다.

 

탐불리 다이빙을 마치고 난 후 결심했다. '여기서 이렇게 다이빙을 끝낼 수는 없다. 오픈워터를 넘어 어드밴스까지 마치고 돌아가리라!' 강사님께 다이빙을 이틀 더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잘 생각했다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숙소 연장 등 어드밴스 과정 이수를 위한 일은 강사님의 전화 한통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어드밴스 과정은 말 그대로 오픈워터에 비해 좀 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오픈워터(18m)에 비해 깊은 수심(40m)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해가 진 후 바다에 들어가 바닷 속의 야경을 감상하기도 한다.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바닷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수중 생물을 촬영하는 훈련도 할 수 있었다.

 

 

어드밴스 교육 첫 날, 힐룽뚱안 다이빙을 마치고 샵으로 돌아온 후, 야간 다이빙을 위해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막탄 해변의 석양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그 전엔 미처 몰랐었다. 저녁을 든든히 챙겨먹고 소화까지 잘 시킨 후, 저녁 7시 반쯤 장비를 챙겨 다이빙 샾 앞바다로 나갔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어둠 속에서 랜턴에 의지해 첨벙대며 앞으로 나가는 우리의 모습은 북으로 떠나는 실미도 요원들 그 자체였다. 왠지 모르게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ㅋ

 

낮에도 바다 속은 햇빛이 거의 닿지 않기 때문에 무척 어두운 편이다. 그래서 사실 야간 다이빙을 하기 전에는 낮이랑 크게 다른게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들어가보니, 이건 달라도 완전 다르다. 일단 랜턴 불빛이 없으면 함께 들어간 일행 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칠흑같은 어둠 속에 휩싸이게 된다.

 

야간 다이빙의 치명적인 매력은 물 속의 플랑크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주변을 비추던 랜턴 불을 일제히 끄고 난 후, 허공을 팔로 세차게 휘저으면 형광색으로 빛나는 플랑크톤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그 모습은 정말이지 왠만한 불꽃놀이나 레이져 쇼에 버금갈 만금 장관이다. 이건 사진을 찍어서 보여줄 수도 없으니, 다들 스쿠버다이빙을 배운 후 직접 보고 느끼시길,

 

 

1박 2일 동안 진행된 어드밴스 과정의 대미를 장식한 곳은 마리곤돈 케이브, 바닷 속 깊은 곳에 있는 지하 동굴이다. 수심 39.4m의 (어드밴스 입장에서) 극한의 심해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 곳에서 말로만 듣던 질소 마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질소 마취란 깊은 바닷 속으로 내려가면서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호흡을 통해 내뱉은 질소가 신체조직에 흡수되면서 일종의 마취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흔히, 술 또는 가벼운(?) 마약에 취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나 역시도 약간의 몽롱함과 용감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해저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공기를 너무 많이 처묵처묵한 관계로 탱크에 공기가 넉넉치 않아 그냥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공기방울은 해저 동굴 안에 들어간 다이버들이 내쉬는 공기가 동굴 벽을 뚫고 나오는 모습이라고 한다. 수면 위로 올라와 설명을 듣기 전에는 저게 도대체 뭔가 싶어서 한참을 고민했었다는;;;

 

 

해저터널을 못 보고 올라운 아쉬움은 진수성찬으로 달래는 걸로, 마리곤돈 근처에 있는 수상식당에서 그야말로 배가 터질 때까지 점심을 먹었다. 추성훈 손바닥만한, 아니 그 이상의 크기를 자랑하는 대게부터 각종 조개류에 꼬치,.. 거기다 한국에서 투어차 오신 다이빙 강사 분들이 기져오신 볶음고추장과 파김치까지, 근 1년동안 먹었던 것 중에 가장 맛있었던 식사시간이었다.

 

정말이지 숨도 안 쉬고 계속해서 음식을 입에다 쑤셔넣고 있는데, 필리핀 현지 밴드(?) 일행이 우리 테이블 옆으로 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노래를 부르는 필리피나 가수의 노래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종종 느끼는 거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노래 잘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팝송부터 노바디에 강남스타일까지... 어떤 곡을 신청해도 다 소화해내는 그들의 실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다이빙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라이브 공연까지 그야말로 3박자가 어우러졌던 어드밴스의 마지막 교육도 다 끝나버렸다. 진짜 말도 안되게 충동적으로 그리고 우연히 계획해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30여년 동안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스쿠버다이빙이라는 평생 취미를 얻게 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필리핀에서 다이빙을 하고 돌아온지도 벌써 2달이 지났다. 막상 다시 '스쿠버다이빙을 할 기회가 생기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많이 먹긴 했나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아직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더 많이 도전하고, 더 신나고 재미있게 놀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남미로 떠나는 배낭여행 짐을 꾸리고 있다. 오늘 포스팅의 컨셉은 기-승-전-자랑질 ㅋ, '좋아, 자연스러웠어'

 


◈ <광고> 2015년 7월 28일부터 8월 25일까지 약 한 달간 남미지역을 여행할 계획입니다. 

남미 여행기는 페이스북 및 브런치를 통해 (가급적) 실시간으로 공유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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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바닷 속 경비행기 앞에서 건진 인생 샷, 탐불리 다이빙(feat. PADI 어드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