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Traveling Story

[Deep Dive in CEBU] 3.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공간, 바닷 속 세상을 만나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6. 18. 08:00

 

△ 이미지 출처 : http://cafe.naver.com/badasanai

 

기분좋게 맥주를 마시고 밤 늦게서야 잠에 든 탓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조금은 힘들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막상 세부에서의 두 번째 아침은 매우 상쾌했다. '공기가 좋아서인가?'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사실 매연으로 가득한 필리핀 공기가 좋을리가 없다. 이건 그냥 휴가 버프를 받은 것일뿐, 원래 놀 때는 뭘해도 절대 지겹거나 지치지 않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로비에 앉아 페이스북을 뒤적거리며 픽업 서비스를 기다리는데, 문득 샵으로 들어가는 비포장 도로가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길은 오토바이로 지나가기엔 너무 빡센 길이다. 나의 걱정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오늘은 현지 트라이시클이 나를 태우러 왔다. 트라이시클이 뭐냐면, 오토바이 옆에 리어카 같은 걸 매달아 손님을 태우는 현지 교통수단이다.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태국에서는 툭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필리핀 현지 교통 수단, 트라이씨클

(이미지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joeforjette/59179787)

 

자갈과 진흙이 뒤범벅된 그 길을 지날 때에는 여전히 심하게 덜컹거렸지만, 그래도 전날에 비하면 거의 제네시스 수준의 승차감이다. 고작 해봐야 몇 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없는 행복을 느꼈다.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라, 필리핀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트라이시클에서 내려 샵으로 들어가는데, 어제와는 달리 약간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알고 보니, 스노쿨링을 하는 가족 손님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던 것. 강아지랑 투닥투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절로 머금어졌다.

 

 

스쿠버 장비를 배에 옮겨 싣고 드디어 먼 바다로 항해(?)를 시작했다. 진짜 말도 안되게 맑은 하늘을 보면서 갑자기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오늘 다이빙을 하게 될 장소는 '날루수안'과 '힐룽뚱안'. 막탄에서 배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섬인데,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쿨링을 즐기고 난 후, 이들 섬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는게 일반적인 코스다. 오늘 점심을 먹게 될 날루수안 섬은 필리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다. 황당한 것은 국립공원인 이 섬이 개인 소유라는 것, 다음 생에는 어떻게... 그 집안에서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해서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 위해 뱃머리 쪽에 올라섰다.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안전하다는 것은 알지만, 긴장감과 두려움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쭈뼛거리며 깊게 심호흡을 한 후,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자이언트 스트라이트'라는 입수자세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그림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었다. 어드밴스까지 교육이 다 끝난 다음에야 이 때, 입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밀려오는 창피함이란...

 

 

일단 적당한 수심의 바닥까지 내려간 후, 중성부력을 느껴보기 위해 핀 피봇(Fin Pivoting)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핀 피봇이란 무릎을 꿇고 앉은 후, 숨을 들이쉬면 상체가 세워지고 숨을 내쉬면 상체가 가라앉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호흡만으로 원하는 수심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숨을 들이쉰다고 바로 몸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고, 내쉰다고 해서 바로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말로 설명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막상 직접 해보면서 몸으로 느끼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무 강사님의 보기와는 다른(?) 친절하고 상세한 지도편달로 나름 무난하게 중성부력에 대한 감을 잡은 후, 다이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생전 처음 만나는 바닷 속 세상, 지구의 70%가 바다라고 했던가? 30% 밖에 안되는 육지, 그 중에서도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사람들 중, 바닷 속을 직접 체험해 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 해지기는 커녕, 어떻게든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컴컴한(?) 바닷 속에서 의지할 것이라는 오직 무 강사님 한 명 뿐, 진짜 죽기 살기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도 10분, 20분... 시간이 지나면서 물 속에서 숨을 쉬는 것도, 오리발을 차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익숙해 지면서 점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온 정신을 한 군데 모아 호흡에만 집중하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점점 고개를 돌려가며 지나가는 물고기 떼 구경도 하고, 앞서가던 무 강사님이 뭔가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도 구경하면서, 그렇게 다이빙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이미지 출처 : 다이버스 하이 공식 블로그(http://divershigh.tistory.com/)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트리 웜, 크리스마스 트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바닷 속 물살이 갑자기 바뀌게 되면 갑자기 땅속으로 쑥! 들어가버리는 신기한 수중 식물이다. 가만히 옆으로 다가가 그 위에서 손가락을 딱! 튕기면 마술을 부린 것처럼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에 입을 다물수가 없어서 날루수안 바닷물을 한 바가지는 먹은 것 같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아바타'에는 신기한 생명체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감독의 작가적 상상력에 엄청난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엄청난 스쿠버다이빙 광이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다이빙을 하면서 관찰했던 수중 생물들을 영화에서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바닷 속은 아름답고 신기한 생명체로 가득차 있다. 다만, 우리가 몰랐을 뿐,

 

관련 포스팅 : [다이브 컬쳐] 영화 아바타의 행성 판도라의 비밀

 

 

그렇게 약 한시간 가량, 날루수안 바닷 속을 휘젓고 다닌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섬으로 들어갔다. 선착장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나무 데크 길은 그야말로 영화나 화보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었다. 에메랄드 빛 바다와 푸른 하늘, 솜사탕 같은 구름에 저 멀리 보이는 섬까지... 글로 보면 그냥 진부한 단어들의 나열일 뿐인데, 그 모습이 눈앞에 펼쳐져 있을 때의 감동이란...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필리핀 다이빙의 또 다른 매력은 섬에서 즐기는 맛있는 점심이 아닐까? 각종 꼬치와 치킨 요리로 상다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와 하늘을 옆에 두고 이런 음식을 먹다니, 이건 뭐 한국에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럭셔리한 점심이다. 우리 말고도 이 곳 식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한국사람들이었다. 정말이지 세부에서 한국인들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금도 왠만한 사람들은 한 두 마디정도 한국어를 할 줄 알던데, 언젠가는 한국어가 이 곳의 공용어로 지정되지 않을까?

 

 

후식으로 나온 과일까지 깨끗이 비운 후, 소화를 시킬 겸 섬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곳이 진짜 레알 지상낙원, 한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푸른 하늘과 야자수, 그리고 해먹까지... 주변에서 소란스레 들리는 한국어 소리 외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해먹에 누워 맑은 하늘을 바라보다 눈이 너무 부셔서 잠시 눈을 감았는데, 그만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엄마가 밥먹고 바로 눕지 말라고 했는데 ㅠ

 

 

잠에서 깨어나 바로 옆에 펼쳐진 바다를 보는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잠시 헷갈렸다. 적당히 얕은 수심에 파도 한 점 없는 이 곳, 하루 종일 머물러도 전혀 질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신이 나서 이것 저것 사진을 찍어봤지만, 사진에 담기는 모습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역시 '국립공원'이란 타이틀은 아무데나 걸리는 것이 아닌가 보다.

 

쉴만큼 쉬었겠다. 늘어진 몸을 이끌고 배로 올라가 다음 다이빙 포인트인 힐룽뚱안으로 이동했다. 또 다시 시작된 약 한시간 동안 다이빙 교육이 진행되었다. 날루수안에 비해 수심이 좀 깊은 곳이라는데, 어차피 오픈워터 단계에서는 내려갈 수 있는 수심이 워낙 제한적이라 바다에 대한 공포가 조금 줄어들었다는 것 정도 외에는 사실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확실히 첫번째 다이빙에 비해 여유가 생긴 것 같다. 표정도 좀 편해진 것 같고 이렇게 셀카까지 찍을 정도다.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어드밴스까지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대충 이때쯤부터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스쿠버다이빙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다이빙을 마치고 배 위에서 먹는 라면 한 젓가락의 여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은 불침번 끝나고 먹는 뽀글이인줄 알았는데, 세상에 그것보다 더 맛있는 라면이 있을 줄이야...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물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먹는 이 매콤탱탱한 라면의 맛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아, 찬란했던 그 때의 그 기분도 느낄 겸, 창문 활짝 열어놓고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어야겠다.

 

3.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공간, 바닷 속 세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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