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Traveling Story

[Deep Dive in CEBU] 2. 오픈워터, 바닷 속 세상을 여는 첫번째 관문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6. 9. 08:34

 

 

이른 듯 이르지 않은 시간, 오전 9시 반. 숙소 앞으로 픽업을 나온 다이빙 업체 직원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탄 후, 샵으로 향했다.  약 200여 미터 정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가다가 골목길로 들어가니, 이건 뭐 자갈 반, 진흙 반이다. 승차감은 둘째치고, 언제 넘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비포장 도로를 꽤 능숙하게 통과하는데, 이 아줌마... 운전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렇게 살 떨리는 골목길 주행을 마치고 드디어 다이빙 샵에 도착했다. 세부 막탄 섬 어느 해변가에 위치한 '로얄 다이브'라는 곳다. 스쿠버 다이빙을 처음 알아볼 때엔, 하루에 대여섯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교육을 받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물론, 사람이 많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일정이 맞는 사람들끼리 팀 단위로 교육이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다른 교육생이 없어서 오픈워터와 어드밴스 교육기간 내내 1:1로 맞춤형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약 일주일 간, 스쿠버 다이빙을 가르쳐 줄 강사님(이하, 무 강사님)을 만났다.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다 싶었는데, 무한도전의 '그 전 녀석'을 쏙 빼닮은 얼굴이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샵 마당에 놓인 테이블에서 앞으로 진행될 교육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일단,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자격증'이 필요한데, 이 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가 제법 여러 개 있다. 각 단체마다 가지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비용이 조금씩 다른데, 기왕이면 PADI 라는 단체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나름 교육 과정이 체계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가맹점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PADI 라이센스를 가지고 운영되는 샵이 많아서 나중에 다이빙을 할 때, 여러가지로 편하다는 설명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필리핀에서 다이빙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꼭 체크해야 할 것이 있다. 일단 앞서 말한대로 가급적 PADI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것이 좋은데, 이 때 PADI 강사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이 교육을 진행하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자. 필리핀 다이빙 업계에서 워낙 가격 경쟁이 심하다 보니, 비용 절감을 위해 정식 강사가 아닌 워킹 스튜던트가 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광고인 듯 광고 아닌 광고 같은 한 마디, 나는 이번에 '다이버스 하이'라는 카페를 통해 다이빙 교육을 알아보고 예약을 진행했다. 이 곳의 '무 강사'는 태국 꼬따오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가르치다가 이번에 세부로 넘어왔다고 한다. 당연히 PADI 자격증을 가진 정식 강사고, 내가 세부에 머무르는 일주일 동안 다이빙 뿐 아니라 현지 여행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세부에서 다이빙을 하고 싶은데, 아직 적당한 샵을 찾지 못했다면, 다이버스 하이 카페(http://cafe.naver.com/badasanai)를 한 번 둘러보길 권한다.

 - 본 포스팅은 다이버스 하이의 협찬으로 진행되...긴 개뿔, 그냥 자발적으로 쓰는거

 

 

(본론으로 돌아가서...) 오전에는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 교육이 진행되었다. PADI 에서 제공하는 교육 동영상을 함께 보면서, 중간중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게 있으면 강사에게 물어보는 식이다. 사실, 이게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거의 4시간 정도 비슷비슷한 내용을 계속 본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뭐 그래도 이게 다 교육의 일부이기 때문에, 대충 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 결국 꾸역꾸역 교육 동영상을 끝까지 본 후, 교재 연습문제까지 꼼꼼하게 풀고나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뭐 딱히 한 것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동영상 몇 개 본 것이 전부였는데, 배가 왜 그리 고팠던건지... 오랜만에 안하던 공부를 했더니, 에너지 소모가 심했나보다. 샵에서 차려준 김치 볶음밥을 먹으며 허해진 기력을 보충했다. 일본도 아닌 필리핀에서 반년만에 김치 볶음밥을 먹게 될 줄이야... 맨날 튀김에 우동만 먹다 오랜만에 토속음식(?)을 먹으니,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머리와 배를 차례대로 채웠으니, 이제 슬슬 실습을 나갈 시간이다. PADI 오픈워터 과정의 실습은 '제한 수역'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제한 수역'이란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환경을 말하는 데, 제한 수역 실습은 대부분 수영장에서 이루어진다. 아직 다이빙이 익숙치 않은 초보 다이버가 바다 한가운데서 다이빙을 시작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이면 바다에서 한 번이라도 더 교육을 받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우리는 첫 번째 다이빙을 샵 앞바다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수심이 깊지 않은 지역이기에 충분히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역이고, PADI에서도 굳이 '제한 수역'을 수영장으로 한정짓지는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영상에서 배운대로 장비를 조립한 후, 수트를 입고 천천히 앞바다로 나갔다. 사실, 나는 수영을 전혀 못한다.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긴 했지만, 막상 바닷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애써 '다이빙은 절대 위험한 활동이 아니다. 안전 수칙만 숙지하고 있으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이론 교육 내용을 떠올리며, 점점 수심이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물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사라졌고, 물 속에서 몸을 가누는 것이 점점 익숙해졌다. 제한 수역 실습은 나중에 혹시 모를 위기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물 속에서 마스크도 벗었다 다시 쓰고, 호흡기도 떼었다가 찾는 등 기본적인 스킬을 약 한 시간 정도 연습했다.

 

 

마지막에 마스크에 물을 집어넣다 빼는 연습을 하다가, 실수로 숨을 들이쉬어 물을 엄청 먹어버렸다. 순간적으로 머릿 속이 하얘지면서, 물 밖으로 나와버렸는데, 말로만 듣던 '패닉'을 경험했던 순간이었다. 패닉이란, 다이빙을 하다보면 겪게되는 돌발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하는 바보같은 행동을 말하는데, 무 강사님 말로는 혼자서 쪼물딱거리다가 갑자기 위로 쑤~욱 올라가는 모습이 정말 웃겼다고 한다. ㅋ 근데, 실제 다이빙 상황에서 갑자기 수면 위로 올라가버리면 주변을 지나는 배와 충돌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어쨋든 제한 수역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샵으로 돌아왔다. 뭔가 해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장비 정비를 끝내고, 내친 김에 이론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패디(PADI) 오픈워터 자격증을 발급받으려면, 일정 시간 이상의 실습 교육과 함께 이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론 시험은 교육기간(3일) 중 아무때나 보면 되지만, 이게 은근 스트레스 받는 일이라 왠만하면 첫날에 끝내버리자는 무 강사님의 제안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시험 그까이꺼 그냥 대충 보면 되겠거니 했는데, 우리의 무 강사님의 삼엄한 관리감독, 아... 얄짤 없다. 힌트를 구하는 교육생의 애절한 눈빛따위 개나 줘버려!! FM 대로 문제와 열심히 씨름한 끝에 가까스로 커트라인(과목별 75점)을 겨우 넘긴 후에야, 존경하는 사부님과 감격의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오픈워터 첫 날 교육을 마무리했다.

 

다이빙 교육은 대개 오후 4시까지 이어진다. 교육이 끝나면 대개 마사지를 받고 쉬거나 클럽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것도 일행이 있어야 재밌게 놀 수 있는 법. 내심 '오늘은 뭘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차에 무 강사께서 환영회 겸 맥주 한 잔을 제안하길래 냉큼 따라나섰다.

 

 

우리가 향한 곳은 막탄 시내 그랜드몰 근처에 위치한 조이(JOEY)라는 꼬치구이 집이다. 입구에는 참이슬 병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었고, 비교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안쪽에는 자리가 꽤 많이 비어있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카운터에 가서 원하는 만큼 꼬치를 골라서 바구니에 담으면, 화로에서 직접 구워서 자리에 가져다 주는 방식이다. 그냥 보이는 대로 꼬치를 한 웅큼 고른 후, 산미구엘 맥주를 가져다 자리에 앉았다.

 

거의 10년만에 필리핀에서 마시는 산미구엘, 그 맛은 변함이 없었다. 필리핀 특유의 얼음을 타 먹는 맥주의 맛이란... 빨리 마시지 않으면 밍밍해지기 때문에, 벌컥벌컥 들이킬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왜 필리핀에서는 맥주에 얼음을 타서 마시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술집에서 맥주를 보관할 만큼 큰 냉장고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아니면 말고...

 

 

주문한 꼬치가 나오고 무 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상당히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수 년동안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틈틈이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던 모양이다. 꿈에 그리던 파워블로거를 머나먼 필리핀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ㅋ 여행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스킨스쿠버의 매력에 빠져들어 태국에서 다이빙 강사 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으로 넘어온지는 얼마되지 않았다고...

 

가뜩이나 요즘 관심이 많아진 배낭여행이며 블로그 이야기, 이번 여행 테마인 스킨스쿠버까지... 밤새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주제로 끊임없이 이야기가 오고 갔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왠지 모를 편안함이 풍겨져 나오는 무 강사님의 분위기도 이 날의 대화를 한층 맛깔나게 하는테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결정했고 사실 큰 기대도 없었던 이번 여행이었지만, 생각지도 않은 좋은 인연을 만나 뭔가 모든 게 잘 풀리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부디 이 느낌이 착각이 아니길 바라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2. 오픈워터, 바닷 속 세상을 여는 첫번째 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