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Traveling Story

히라이즈미에서 만난 세계문화유산 두번째 이야기 - 황금으로 뒤덮힌 절, 주손지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4. 14. 08:00

 

 

모츠지 절의 환상적인 '정토정원'을 감상하고 난 후, 또다른 유네스코 문화유산 중 하나인 '주손지 절'로 이동했다. 히라이즈미(平泉)는 '평천'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낮은 구릉지대에 강이 흐르는 매우 한적한 곳이다. 도시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데다, 주요 관광지들이 걸어서 이동하기에 충분한 위치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게다가 도로 주변도 잘 관리되어 있어 트래킹 코스로도 추천할 만한 하다.

 

* 이전글 보기 : 세계문화유산을 찾아서... 이와테현 히라이즈미, 모츠지 절에 가다

 

 

한적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주변에 꽤 널찍하게 지어진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원도 관리가 잘되어 있는게, 얼핏 봐도 꽤 부유한 사람이 사는 느낌이랄까? 나중에 나이들어 은퇴하고 나면, 이런 곳에 집 한채 지어서 유유자적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적한 동네라, 아무래도 젊을 때보다는 노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옆에 있는 친구 말로는 이곳에 조성된 실버타운에 대한 내용이라고 한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고령화 문제를 맞이한 일본은 노인 인구의 안정적 생활을 위한 실버타운이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방범업체로만 알고 있었던 '세콤(SECOM)'도 실버타운을 조성해 분양한 후, 입주자들의 건강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예기치 않은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령화에 치밀하게 대비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에 한번 놀랐고, 세콤이 일본 기업이라는 데서 또 한번 놀랐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좁은 산길로 진입했다. 경사가 급하지 않은 편이라, 산책하기 딱 좋은 길이었다. 당시에는 간간히 비가 내려서 아스팔트나 산길이나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여름날에는 뜨거운 햇볕을 피해 울창한 나무 사이로 걷기 딱 좋아 보였다. 

 

 

동네 뒷산 같은 곳이었지만, 나름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산인가 보다. 길 입구에 곰을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나무망치가 걸려있었다. 나무망치로 옆에 있는 나무판을 두드리면, 그 소리를 듣고 곰이 도망간다고 하는데... 곰을 쫓으려다, 곰을 부르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렇게 산 길을 지나 드디어 주손지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면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까마득한 계단이 보이는데, 막상 올라가다 보면 별 것 아니니, 너무 겁먹지 마시라.

 

 

계단을 오르느라 가뿐 숨을 몰아쉬는 우리를 반긴 것은 계단 바로 옆에 있는 귀염돋는 석상이다. 빨간색 모자와 턱받침(?)이 인상적이었다. 주손지 본당은 계단을 오른 후 오른쪽으로... 그러니까 석상 반대쪽에 위치해 있다.

 

 

주손지 절은 모츠지 절과 마찬가지로 850년 지카쿠 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이후, 12세기 초, 기요하라에 의해 대규모 법당과 탑이 건립되었는데, 당시 도호쿠 지역에서 일어났던 전란에 희생된 사람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당시 40여개의 사탑과 300개 이상의 승방이 건축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도호쿠 지역이 '일본 불교'의 새로운 본산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모츠지 절의 건립을 통해 히라이즈미 지역의 전성기다 열렸다고 한다.

 

 

본당 입구에는 범상치 않아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좌우로 넓게 가지가 뻗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무게를 버티기 어려운지, 대나무로 가지 아래부분을 지지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소나무 뒤로는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리는 향로가 마련되어 있다. 평일인데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날씨여서 그런지, 본당 안에도 향로 주변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기대했던 은은한 향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뭐랄까? 한국에서 보던 절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우리나라와 일본의 절은 건축양식에서부터 많은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르다!!

 

 

법당 내부에 휘황찬란한 불상이 놓여져 있길래, 밖에서 사진을 찍어보려고 줌을 당겼다 놓았다 용을 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부에서도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더라... ㅡ.ㅡ;; 신발을 벗고 법당 내부로 들어가 목례로 예를 표한 후,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법당 오른편 안쪽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현판이 걸려있었다. 아마도 법당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준 후원자들의 이름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현판이나 글씨의 상태를 보니, 건립 당시 후원한 사람들 같지는 않고 아마 최근에 시주를 많이 한 사람들인듯...

 

본당을 둘러본 후, 이 곳의 하이라이트 곤지키도 당으로 이동했다. 이름에서부터 대 놓고 금빛을 강조하는 곤지키도 당(金色堂)은 주손지 절 창건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것으로 1124년 건립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색다를 것 없어보이는 건물이지만, 이 곳이 주손지 절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장소이다. 심지어 본당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지만, 이 곳을 보려면 무려 800엔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안팎이 온통 금으로 장식된 호화로운 건조물을 만날 수 있다. 아쉽게도 내부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어 사진을 찍지 못했기에, 주손지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으로 소개를 대신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chusonji.or.jp/     

 

사실, 직접 들어가서 보면 이 정도로 삐까 번쩍하지는 않다. 금박이 광택을 잃고, 불상 곳곳의 도금이 벗겨지는 등 역사의 오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유리로 밀봉되어 있으며, 외부와는 공기마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일본 국보 건축물 제 1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니, 곤지키도 당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다.

 

 

주손지 절은 본당과 곤지키도 당 외에도 3,000여점의 국보와 중요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의 국가 특별사적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인만큼, 사전에 충분히 공부를 하고난 후, 이곳을 방문한다면 더 큰 감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침 일찍 도쿄에서 출발해서 점심시간 무렵부터 모츠지와 주손지를 차례대로 둘러봤는데, 대충 5시간 남짓 걸렸던 것 같다. 이 정도면 도쿄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시간이다. 도쿄에 살거나 혹은 도쿄 여행중에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래도 명색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니 말이다.

 

히라이즈미에서 만난 세계문화유산 두번째 이야기 - 황금으로 뒤덮힌 절, 주손지

 

<관련글> -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포스팅으로 이동합니다.

 

1. 세계문화유산을 찾아서... 이와테현 히라이즈미, 모츠지 절에 가다

2. 히라이즈미에서 만난 세계문화유산 두번째 이야기 - 황금으로 뒤덮힌 절, 주손지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면, 아래 공감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