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쓰는 여행스토리/Traveling Story

세계문화유산을 찾아서... 이와테현 히라이즈미, 모츠지 절에 가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4. 13. 08:00

 

 

일본에서는 4월이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다들 신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틈을 타, 1박 2일동안 재빨리 도호쿠(東北) 지역 여행을 다녀왔다. 도호쿠 지역은 지난 2011년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방사능에 대한 우려 때문에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히라이즈미를 비롯, 웅장한 절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2011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히라이즈미는 도쿄에서 열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이치노세키'로 이동한 후, 히라이즈미로 가는 기차로 환승하면 된다. 도쿄역에서 이치노세키까지는 약 2시간 반, 이치노세키에서 히라이즈미까지는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환승시간 제외)

 

 

히라이즈미 역에 내리는 순간... 엠티를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적한 시골같은 역 분위기가 강촌역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역 바깥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적한 도로와 낮은 기와집의 모습에서 이 곳이 확실히 도쿄와 다른 곳이라는 게 느껴졌다. 북쪽 지역인 만큼 도쿄에 비해, 날씨도 상대적으로 쌀쌀했고, 무엇보다도 4월 초였음에도 불구하고 벚꽃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먼저, 히라이즈미 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는 '모츠지'라는 절로 향했다. 히라이즈미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총 5개 있는데, '모츠지'도 그 중 하나다. 850년, 지카쿠 대사라는 스님이 창건한 절이라고 하는데, 헤이안(平安) 시대를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라고 한다.

 

 

1인당 500엔씩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입구에 졸졸 흐르는 수돗가(?)가 보인다. 뭔가 영험한 약수물 포스를 풍기길래 기운을 좀 받아볼까 했더니... 나 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한글로 '먹을 수 없는 물'이라고 적혀있었다. 알고 보니, 절에 들어가기 전에 손과 마음을 씻는 물이라고 한다.

 

손 씻는 것에도 법도가 있는데, 먼저 국자(?)를 이용해서 왼손과 오른손을 순서대로 적신 다음에 입을 헹군다. 그리고 난 후, 다시 왼손에 물을 붓고 마지막으로 국자에 물을 담고 기울여 손잡이 부분을 물로 씻어낸 후, 제자리에 올려 놓으면 된다. 엄청 복잡하니, 같이 간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주변 사람들이 하는 걸 따라하시길... ㅋ

 

 

뭐, 사실 일본 고대사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어서, 헤이안 시대니, 지카쿠 대사니 설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고, 사찰을 봐도 별 감흥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안쪽에 있는 호수와 나무들을 보니 피톤치드가 마구 샘솟는 기분이었다.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하필이면, 날씨가 워낙 흐렸고 나중엔 비까지 와서 아쉬웠지만, 이 곳 정원은 정말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었다. 사실, 이 곳은 불교의 '극락'을 표현한 곳이다. 헤이안 양식의 특징 중 하나가 극락을 묘사한 '정토정원'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모츠지의 '정토정원'이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800년대 말과 900년대 초, 이 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천국을 느끼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모츠지 법당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냥 기도만 해서는 안되고, 그 전에 앞에 보이는 나무로 만들어진 통에 정성껏 동전을 던져 넣어야 한다.

 

 

역시, 절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합격'인가 보다. 우리나라도 수능을 앞두고 절을 찾아 백일기도를 드리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일본도 비슷한 것 같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수험생이 있다면 당장 'Alt+F4'를 누르고 영어단어라도 하나 더 외우자. 

갈 때 가더라도, 맨 아래에 하트 정도는 괜찮잖아?

 

 

호수 주변으로 잘려나가고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들이 보였다. 벌레가 먹은 건지, 사람이 파낸건지 모르겠지만, 나무 안쪽이 텅텅 비어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호수 주변을 따라 걷다보면, 비교적 작은 건물 하나가 나오는데, 이곳은 모츠지 절을 창건한 지카구 대사와 당시 히라이즈미를 통치했던 후지와라 가문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법당이라고 한다.

 

 

저기 안에 보이는 저 스님이 아마도 '지카구 대사'가 아닌가 싶다. 사실, 법당 내부의 모습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실제로 모츠지 절은 법당이나 불상 보다도, 연못과 정원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다.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도 대부분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곳의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기려면 4월 초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상대적으로 추운 날씨 탓에 꽃이 아직 제대로 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 중순 이후나 아니면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 시즌에 이 곳을 찾는다면 아마 '정토정원'을 120%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토정원'에 있는 연못이 생각보다 큰 편이라, 주변 경치를 즐기며 걷다보면 한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린다. '화장실이 어디 있나?'하는 생각이 들 무렵, 특이하게 생긴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얼핏, 친환경 화장실처럼 생겼지만, 아마도 벼락맞은 나무가 아닐까 싶다. 나무를 그대로 보존해 놓은 것을 보니,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벼락맞은 나무를 신성시 여기는 풍습이 있나보다. (아니면 말고)

 

 

벼락맞은 나무 터(?) 옆에는 종각이 있는데, 티켓(?)을 사서 왼쪽에 보이는 통에 넣은 후, 종을 칠 수도 있다. 종소리가 울리는 동안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난 불교 신자가 아니라서 그냥 구경만 할 뿐...

 

 

 

전체적으로 이 곳은 중앙의 정토정원을 중심으로 주변 경치를 즐기기 좋은 곳이었다. 사실, 모츠지 절을 처음 창건했을때는 법당이 40여개, 방이 500여개나 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세월이 지나면서 대부분 소실되었다. 지금은 곳곳에 'XX터' 같은 비석들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츠지 절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바로 이 '정토정원'이 온전한 상태로 전해내려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곳, 모츠지 절은 한적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하는 곳이다. 물론, 4월 초 말고... 이왕이면 화창하고 단풍이 무르익은 가을에 찾아가 보시길...

 

세계문화유산을 찾아서... 일본 이와테현 히라이즈미, 모츠지 절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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