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력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시절, 왕들의 여름 휴가를 책임지던 장소가 있었다. 나사리 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헤네랄리페 별장 - '낙원의 정원'이라 불리는 공간이 바로 그 곳이다. 감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 할 수 있는 그 곳이 알함브라 궁전 관람의 마지막 코스다. 알함브라 궁전을 빠져나와 좁은 흙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걷다보니 생각보다 길바닥의 흙이 부드러웠고 쭉쭉 뻗은 나무도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었다. '하긴, 옛날에는 여기가 왕이 걷던 길이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감개가 무량해졌다. 그러고 보니 나무 사이사이에도 조경이 칼로 베어낸 듯 깔끔하게 각이 잡혀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등을 돌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저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