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고 쓰는 맛집스토리/여의맛집백서 16

[★☆] 달콤한 직화구이와 뜨끈한 된장찌개의 향연, 여의도 석쇠불고기

벌써 두어달 전의 일이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대학교 선배가 식장에 와줘서 고맙다며 점심을 사겠단다. 에이 뭐 굳이 그럴 것까지야... 어차피 내 결혼식 때도 와서 축하해줄텐데... ㅋ 하지만 굳이 점심을 사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 날 따라 여의도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도 가벼웠다. '오늘 뭐 먹지?' 직장인이 하루에 세 번쯤 되뇌이는 말이다. 선배를 만나자마자 안부보다 먼저 꺼낸 말이기도 하다. 아무 생각없이 습관처럼 여의도 먹자빌딩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뭔가에 홀리듯 석쇠 불고기 집에 도착했다. '과연 지금 이 곳이 점심시간의 여의도 식당이 맞는걸까?' 싶을 정도로 식당이 텅텅 비어 있었다. 가게 아주머니께서는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를 안내해 주시더니, 능숙한 솜..

[★☆] 오동통한 생선구이와 얼큰한 탕이 일품, 생선구이 전문점 구이구이

나는 개인적으로 생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딱히 맛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가시를 발라내는게 귀찮기도 하고, 실수로 가시를 삼켰을 때 뾰족한 것이 목을 긁는 느낌이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나의 취향과는 무관하게 생선을 먹으러 가야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때가 언제였을까?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생선구이 전문점 '구이구이'를 찾았던 때가, 벌써 몇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회사 사람들과 '구이구이'라는 음식점을 찾았는데,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생선구이를 먹는데, 뼈가 아주 쉽게 발라지는 거다. 게다가 얼큰한 국물의 알탕도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그 이후로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그 곳을 찾게 되었다. 칼칼한 국물과 두툼한 생선구이가 생각나는 어느 겨울의 점심시간, 구이구이로 발걸음..

[★★] 3대에 걸친 60년 외길인생 - 마포 설렁탕 맛집, 마포옥

행정구역 상 여의도는 아니지만, 종종 찾는 식당이 하나 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여의도에서 택시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 10분 거리에 위치한 설렁탕 전문점, 마포옥이다. 혹자는 그깟 설렁탕 한 그릇 때문에 택시까지 타냐고 반문할 지 모른다. 게다가 길지도 않은 점심시간에 쫓기듯 밥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법도 한데 말이다. 하지만 마포옥은 그 정도를 투자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일단, 여의도에는 괜찮은 설렁탕 집이 많지 않다. 그나마 요즘에는 여의도 공원 건너편, KBS 쪽에 하동관이 생기긴 했지만, 그 전에는 설렁탕 한 그릇이 생각날 때, 찾을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포옥의 설렁탕은 국물의 깊이며, 고기의 양에서 여느 설렁탕집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것이 무려 ..

[★] 과음 후, 시원한 국물이 생각날 때 - 낙지요리 전문점, 강공순 할매집

힘들다. 어젠 분명히 기분이 좋았었는데,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끈지끈 깨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헤어진 그녀와의 통화기록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지갑에는 정체 모를 영수증이 잔뜩 꽂혀있다. 젠장,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밤의 과음으로 지끈대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가? 그렇다면 오늘 점심은 시원한 연포탕이다! 여의도역 사거리, 교보증권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강공순 할매집. 뭐, 사실... 평소라면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곤 하지만, 과음한 다음 날이면 반드시 생각나는 곳이다. 물론, 여의도 해장 메뉴 1순위는 누가 뭐래도 같은 빌딩에 위치한 '전주종가'의 '콩나물국밥'이다. 하지만, 전주종가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사람들때문에 10~2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 여직원에게 사랑받는 부장님이 되자 - 프리미엄 수제버거, OK버거

어딜가나 세대 간 소통이 문제다. 집에서는 잔뜩 날카로워진 수험생 딸래미 눈치에 말 한번 붙이기가 어려운데, 회사에서는 급한 자료 때문에 야근을 좀 하라고 했더니, 젊은 직원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어이없다고? 그거야 조선시대에나 있던거지, 요즘 세상에 어의를 찾으면 안돼지...' 싸늘해진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생각해낸 것이 고작 이따위 멘트라니, 난 어쩔 수 없는 부장인가 보다. - 상기 사연은 가상의 상황으로 블로거 본인의 경험 혹은 지인의 사례와는 절대 완전 진짜 무관한 것임!!! 요즘 회사를 둘러보면, 부장님들이 많이 힘들어보인다. 윗 사람 맞춰주는 것도 버거운데, 아랫 직원 눈치까지 봐야한다. 혹시라도 회사 일이 잘 안풀리더라도 직원들을 잘 다독다독해야지, 성질대로 했다가는 '진상' 혹은 '또..

[★★☆] 한우는 찢어야 맛이다 - 여의도 한우 전문점, 창고 43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이 어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중간, 기말고사와는 달리, 정해진 답도 없이 그냥 알아서 잘 해보라며 업무가 떨어질 때마다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다.(뭐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보고서를 쓰느라 밤을 새기도 하고, 종종 주말 출근을 하면서, '학교 다닐 때가 좋았구나'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가던 '학창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잊게 해준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퇴근 후 창고로 집합하라는 팀장님의 한마디가 있은 다음이었다. 방과 후 옥상도 아니고, 퇴근 후 창고라니... '한따까리' 하는 건가 했지만, 그냥 오붓하게 저녁이나 먹자는 말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