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고 쓰는 맛집스토리/여의맛집백서

[★] 과음 후, 시원한 국물이 생각날 때 - 낙지요리 전문점, 강공순 할매집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10. 26. 08:12

 

 

힘들다. 어젠 분명히 기분이 좋았었는데, 무엇 때문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지끈지끈 깨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헤어진 그녀와의 통화기록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지갑에는 정체 모를 영수증이 잔뜩 꽂혀있다. 젠장,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밤의 과음으로 지끈대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가? 그렇다면 오늘 점심은 시원한 연포탕이다! 

 

 

여의도역 사거리, 교보증권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 강공순 할매집. 뭐, 사실... 평소라면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곤 하지만, 과음한 다음 날이면 반드시 생각나는 곳이다. 물론, 여의도 해장 메뉴 1순위는 누가 뭐래도 같은 빌딩에 위치한 '전주종가'의 '콩나물국밥'이다. 하지만, 전주종가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사람들때문에 10~2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반면, 이 곳 강공순 할매집은 절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뭐, 그 이유는 매장이 워낙 넓고 좌석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 두자.

 

 

아, 그리고 한 가지, '전복신랑, 해물각시'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드러나 있듯이 강공순 할매집은 해물요리 전문 식당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낙지요리가 유명하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자마자 밑반찬이 후다닥 깔리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계란말이와 비엔나 소시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거의 너댓번은 리필해 먹었던 것 같다. 젊은이의 입맛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본 메뉴와는 달리, 밑반찬에서는 '신세대'를 공략해 보려는 주인장의 간절한 마음씨를 느낄 수 있었다.

 

 

강공순 할매집의 대표 메뉴, 할매탕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할매탕에는 할매가 없다. 대신, 두툼한 낙지 다리와 전복, 할머니의 손 맛이 가득차 있었다. 사진을 대충 찍은 탓인지, 얼핏 보기에 약간은 부실해 보이는 비주얼이지만, 낙지와 전복, 미나리가 가득 차 있는 꽤 알찬 메뉴였다. 다만, 문제는 가격도 14,000원으로 엄청나게 꽉꽉 차있었다는 점.

 

연포탕 국물을 한 숟갈 입에 넣으면, 켘! 하는 기침이 먼저 나온다. 맑은 육수는 보기와는 달리 칼칼한 맛을 자랑한다. 거기에 미나리의 알싸한 향이 더해지면서 해장 음식으로써의 최고의 조합이 완성된다.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산낙지 볶음의 모습! 한밤중에 포스팅을 하면서 이 사진을 보니, 당시의 매콤함이 떠올라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 중이다. 연포탕의 맑은 국물이 조금은 심심하다 싶으면, 반드시 산낙지 볶음을 주문하시라. 연포탕의 심심함을 채우기에는 이만한 메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궁합을 자랑한다. 물론, 식사 후에는 15,000원이 영수증의 심심함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쫄깃한 낙지의 식감과 칼칼한 국물 맛 덕분에 강공순 할매집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도 크게 실패할 우려가 없는 식당 중 하나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팀장님이 어제 큰 전투를 치르고 오신 눈치라면, 지금 당장 강공순 할매집으로 모시도록 하자. 아마 오늘이 '센스있는 김대리'로 거듭나는 첫 걸음을 떼는 날이 될 것이다.    

 


 종합평점(★ 3개 만점) : ★ -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할매탕에는 할매가 없다. 

 

 : 평상시에는 그냥저냥, 하지만 숙취로 괴로운 날에는 그야말로 주님의 은총을 느낄 수 있다.

가격 : 여의도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한 그릇에 14,000원은 조금 부담스럽다.

분위기 : 낮져밤이 - 낮에는 전날 전투로 지친 사람들로 조용한 편이고, 밤에는 한창 달리는 야생마들로 시끌벅적


 주요메뉴

 - 할매탕 : 14,000원, 매생이탕 : 9,000원

 - 낙지볶음 : 10,000원, 산낙지볶음 : 15,000원

 - 산낙지철판 : 40,000원, 전복+낙지찜 : 60,000원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97 교보증권빌딩 지하 1층

전화번호 : 02) 785-5711

영업시간 : 평일 11시~22시


 

과음 후, 시원한 국물이 생각날 때 - 낙지요리 전문점, 강공순 할매집

 

포스팅이 맘에 드셨다면, 아래 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성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