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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는 찢어야 맛이다 - 여의도 한우 전문점, 창고 43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10. 11. 12:47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이 어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중간, 기말고사와는 달리, 정해진 답도 없이 그냥 알아서 잘 해보라며 업무가 떨어질 때마다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다.(뭐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보고서를 쓰느라 밤을 새기도 하고, 종종 주말 출근을 하면서, '학교 다닐 때가 좋았구나'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가던 '학창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잊게 해준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퇴근 후 창고로 집합하라는 팀장님의 한마디가 있은 다음이었다.

 

방과 후 옥상도 아니고, 퇴근 후 창고라니... '한따까리' 하는 건가 했지만, 그냥 오붓하게 저녁이나 먹자는 말씀이었다. 그렇게 찾아갔던 곳이 바로 여의도 한우 맛집 '창고43'이었다. 학교다닐 때에는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한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은 눈녹듯 사라졌다. 사실, 여의도에 창고보다 맛있다는 한우집이 몇 군데 있긴 하다. 한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의 첫 경험때문인지, 그 후로 오랫동안, 지금까지도 창고를 찾을 때면 묘한 설렘이 느껴진다.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정말 오래간만에 마음의 고향 창고 43을 찾았다. 창고 43은 서울에 총 8개, 여의도에만 5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이쯤되면, 한우 전문 프랜차이즈하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한 규모다.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여의도에서 나름 성공한 집이니, 맛에 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 보장된 곳이라 보면 된다.

 

 

일단 창고43의 대표 메뉴, 안심을 먼저 주문했다. 창고43에는 창고스페셜, 안심, 등심 - 이렇게 세가지의 한우 메뉴가 있는데, 종업원분들께 뭐가 맛있는지 물어보면, 늘 안심을 추천하시곤 한다. 일반적으로 저런 메뉴 구성이면 스페셜을 추천하는게 정상 아닐까? 뭐, 그만큼 안심이 맛있다는 거겠지...

 

 

그렇다고 안심만 먹고 가기는 좀 그래서 창고스페셜도 시켜보았다. 창고스페셜은 안심과 등심, 채끝살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첫번째 안심 사진은 3인분, 여기 이 사진에서 검정 도시락통(?)에 들어있는 것이 스페셜 2인분이다.

 

 

창고43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쇠 솥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창고43의 43이 바로 이 솥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무게가 자그마치 4.3kg이라고... 무게만큼이나 솥이 두꺼워서 한 번 달궈지면 엄청나게 뜨거운데다, 잘 식지도 않는다. 그래서 솥에 고기를 올린 다음에는 대충 휘적휘적한 다음에 바로바로 먹어야 한다.

 

 

자, 일단 안심 3 덩이를 뜨거운 솥 위에 투척!!!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시뻘건 한우만큼 아름다운 것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고기을 올린지 몇 초 지나지 않아 뒤집은 후, 집게와 뒤집개를 사용해서 고기를 먹기좋게 쫙쫙 찢는 모습이다. 창고43이 내게 특별한 곳으로 기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그 전에도 한우를 먹어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고기를 가위로 자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찢어서 먹은 것은 창고43에서가 처음이었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가위로 자른 고기보다 이렇게 찢어먹는 고기가 더 맛있는 것 같다. 갈기갈기 찢어진 고기를 입에 넣을 때면, 마치 야생의 한 마리 맹수가 된 느낌이랄까...? '어~흥~'

 

 

뜨거운 불판에서 짧은 시간동안 굽고 뒤집고 찢는 것까지, 왠만한 내공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이모님들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 주신다. 우리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불판의 반쪽을 차지하고 있는 감자는 소중한 한우를 레어-미디움 상태로 보관하는 받침대 역할을 한다. 물론,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적당히 눌어붙은 감자를 집어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기집에 와서 고기만 먹고 갈 수는 없는 법! 후식으로는 시원한 물냉면이 제격이다.

 

 

그러나 창고43의 숨겨진 별미는 바로 이 된장말이!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고기 불판에 넣고 공기밥을 그대로 냅다 투척! 그 위에 청양고추를 한 웅큼 얹으면, 이건 뭐 천국이 따로 없다. 분명히 고기를 배터지게 먹었는데도, 한 숟갈씩 한 숟갈씩 된장말이가 들어가는 것을 보면, 확실히 고기 배 따로 밥 배 따로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니 아무리 운동을 해도 살이 찔 수 밖에 없지. ㅠㅠ

 

정리하자면,

① 창고43은 여의도에서 가장 맛있는 한우 전문점은 아니다.

② 하지만 분명 평균 이상, 아니 A급이라 할 만한 맛과 분위기를 자랑한다.

    - 고기를 잘라주지 않고 찢어주는 곳은 일단 A급이라 보면 된다.

③ 한우는 안심, 후식은 된장말이를 드시라.

 


 종합평점(★ 3개 만점) : ★★☆ - 중요한 손님을 자신있게 데려갈 수 있는 곳

 : 원래 한우는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창고43의 안심은 정말이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가격 : 1인분에 36,000원은 확실히 부담이 있는 가격이다. 게다가 달랑 1인분씩만 먹고 나오기가 쉽지 않으니, 왠만하면 법인카드를 가지고 가자

분위기 : 고기 먹는데 정신 팔려서 분위기를 살필 겨를이 없었다. 


 주요메뉴

 - 한우 스페셜, 안심 : 36,000원, 등심 : 51,000원 (1인분 기준)

 - 된장말이 : 더블 10,000원, 일반 6,000원

 - 냉면 : 9,000원 (물, 비빔)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6길 33 여의도백화점 M2층

전화번호 : 02-783-4557

영업시간 : 평일 11:30~22:00


 

한우는 찢어야 맛이다 - 여의도 한우 전문점, 창고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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