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Economic Focus

중소기업의 나라 대만은 어떻게 반도체 강국이 되었나?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1. 29. 08:49

중소기업의 나라 대만은 어떻게 반도체 강국이 되었나?

 

 

 

오늘은 대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대만은 사실 알고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나, 분단의 아픔(?), 그리고 눈부신 경제 성장까지, 뭐 얼마 전 까지는 야구 실력도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다. 대만은 야구 뿐 아니라 예전부터 전자제품, 특히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나라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꽤 높은데 비해, 대만은 철저히 중소기업 중심의 국가라는 것. 그래서 한 때는 우리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대만의 경제모델을 배우자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대만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중소기업이 살아남기에 상당히 어려운 분야이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데다. 제품의 주기가 워낙 짧다보니 왠만한 대기업 아니고서는 R&D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중소기업의 나라 대만에서 반도체 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신주단지'에 있다.

 

△ 신주공업단지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Hsinchu_Science_and_Industrial_Park)

 

신주공업단지는 대만 정부가 대만 서북부 신주현 지역에 약 7천억원을 들여 조성한 대규모 첨단 산업 클러스터로 1980년에 완공되었다. 1970년대부터 기술개발을 시작하여 중화학공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사실 반도체 산업은 중소기업 위주의 대만 경제 시스템에 어울리지 않는 산업이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정부가 칼을 뽑았으면 베어버릴 무라도 길러야 하는 법. 대만 정부는 어떻게 하면 그들이 당시 반도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고심 끝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일단 정부가 돈을 들여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갖춰 놓은 후, 각종 세제혜택과 저렴한 가격에 공장부지를 제공하면서 기업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기업이 모인다고 해서 반도체가 하늘에서 떨어질리는 없는 법. 일단 대만 정부는 실리콘밸리에 나가 있는 자국 엔지니어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한다. 엄청난 혜택을 보장해가며 연구원들을 귀국시킨 후, 연구소를 설립하고 기존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제법 '산-학-연' 클러스터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대만 기업들에게 기술력이 있을 리 없었다. 우리의 슈퍼맨 '대만 정부'는 기업을 대신해 R&D 투자도 하고, 그렇게 얻은 성과를 기업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송도의 성자, 아니 '신주의 성자'처럼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대만 반도체 산업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그리고 '신주공업단지'라는 튼튼한 울타리 안에서 차근차근 경쟁력을 쌓은 대만기업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점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만의 '정부 주도형'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의 성공요인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담기구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였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견인해 온 산업기술연구소(ITRI)는 정부 산하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되었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혁신이라든지, 돈 버는 일에 적합하지 않는 조직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기술연구소에 대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둘째, 적극적인 '회사분할 정책'을 통해 새로운 기업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산업기술연구소는 초대규모 집적회로(VLSI), 초미세공정(Submicron)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축적한 반도체 기술을 바탕으로 산업기술연구소는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였다. 이러한 '회사분할 정책'을 통해 연구소는 조직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고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대만 반도체 산업은 활력을 가질 수 있었다. 대만을 대표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인 UMC나 TSMC도 산업기술연구소에서 떨어져 나온 기업이다.

 

세번째는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다. 산업기술연구소는 'X+Y=65'라는 인력운용 정책을 가지고 있다. 산업기술연구소 소속의 연구원들은 근속년수(X)와 나이(Y)의 합이 65를 넘는 순간,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연금을 일시불로 수령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가령 25살의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산업기술연구소에 입사한다면, 대략 45세가 되는 해에 그동안 축적한 연구 경험과 연금을 바탕으로 독립해서 회사를 차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만약, 창업을 결정한다면 산업기술연구소를 비롯한 수많은 단체, 기업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는 창업을 꿈꾸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전 세계 우수 인재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다.

 

 

 

 

이처럼 체계적인 시스템과 각종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1990년대 이후 엄청나게 성장하였다. 특히, 외부 업체로부터 제작을 의뢰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수탁제조)' 분야에서는 대만이 전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등 압도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으로 파운드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만 반도체 기업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대만 기업들의 호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삼성과 인텔, 그리고 중국까지 파운드리 시장에 점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였다. 과연 대만은 이들과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본 포스팅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HBS Case Study 9-609-089 : Upgrading the Economy: Industrial Policy and Taiwan’s Semiconductor Indus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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