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워서 쓰는 경제스토리/Economic Focus

핀테크(FinTech), 금융과 IT의 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1. 21. 13:55

핀테크(FinTech), 금융과 IT의 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 이미지 출처 : 비즈니스 인사이더(http://www.businessinsider.com/the-first-iphone-2013-12?op=1)


2007년 1월 9일,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아이폰은 우리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지 않으며, 여행을 갈때 지도를 챙기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의 사장님들은 단체 카톡방을 열어놓고 24시간 쉴새 없이 뭔가를 질문하고 지시한다. 이러한 일상생활의 변화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스마트폰이 내게 보여준 가장 큰 혁신은 바로 지갑 속에 꽂혀있는 포인트 카드를 핸드폰 안으로 가져가버린 것이다. 그 혁신의 진행과정 속에서 나의 지갑은 점점 얇아져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스마트폰은 내 지갑속 현금과 신용카드까지 욕심내고 있다.


자난 2011년 구글은 구글월렛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였다. NFC, 일명 근거리통신이라 불리는 기술, 그러니까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가까이 대면 정보를 인식하고 결제하듯이, 스마트폰에 금융정보를 입력해 둔 후,  이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제 더 이상 현금을 가지고 다닐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게 과연 믿을만한 서비스인가?'라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해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기술의 발전은 소비자의 걱정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월렛 홈페이지(https://www.google.com/wallet/)


2015년이 시작되기 무섭게, 정부가 새로 생긴 단어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핀테크(FinTech)', Finance(금융)과 Technology(기술, 특히 IT)가 결합해 만들어진 이 단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오프라인 매장에 의존해 왔던 '기존 금융'에서 벗어나 '인터넷', '모바일' 등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을 활용해 결제와 송금 뿐 아니라 자산관리까지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장님이 직원을 직접 불러서 이야기하거나 전화, 이메일을 통해 업무를 지시해왔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톡을 이용한 업무지시가 가능해지면서, 사장님들의 직원들을 편리하게 부려먹는다. 마찬가지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은행업무를 보기 시작한다면 우리에게 엄청나게 편리한 금융서비스 시장이 열릴 것이다. 정부는 4년 전, 구글이 제시했던 그 길에서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읽었고, 언제나 그렇듯 정부는 한 발씩 늦게 움직인다.


이미 애플의 애플페이, 이베이의 페이팔(Paypal),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 외국의 주요 기업들은 '핀테크' 분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에서 플랫폼을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할 줄 아는 것은 고작 짝퉁이나 만드는 것이 전부인 것 같았던 중국도 이미 이 분야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이미 2004년에 지급결제 플랫폼을 구축해 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서 기반을 다지기 시작해온 알리바바 그룹은 2007년부터 대출 서비스를 시작하더니, 2013년에는 알리페이 예치금액의 일부를 MMF등 금융자산에 투자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심지어 작년에는 은행업 허가를 얻어 인터넷 은행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있어 핀테크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지만, 핀테크가 기업에 주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정보'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는 수많은 활동 하나하나가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이것들이 모여 빅데이터를 이루게 된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이러한 빅테이터를 분석해 고객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들은 그 정보를 이용해 '더 많이 소비하는'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고? 쉽게 말해 페이스북이 귀신같이 당신의 초등학교 친구를 찾아내 친구추천을 하는 것처럼, 핀테크 기업이 당신이 몇일 동안 고민해왔던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카톡으로 알려준다고 생각해 보자. 추천 제품은 마음에 쏙 들고 심지어 가격도 싸다. 무엇보다도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다. 카톡 아이디 옆에 있는 숫자가 조금 줄어들긴 하지만, 그건 그냥 사이버머니 같은 것 아니었던가? 그리고 내일이면 최신 디카가 집에 도착한다.

 

 

 

 


우리 기업들도 이 핀테크 시장에 몸이 한껏 달아오른 모양이다. '다음카카오'는 얼마 전 국내 은행들과 손을 잡고 '뱅크월렛카카오'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민 SNS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송금과 결제, 카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ATM 앞에서 지갑을 열고 카드를 꺼내 기계 안에 넣은 후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그냥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툭 갖다대면 된다. 온라인 쇼핑을 할때도 마찬가지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결제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카카오가 하는데, 네이버가 가만이 있을리 없다. 최근 네이버는 네이버 체크아웃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시장에 퍼진 '인터넷 은행 설립 계획'을 부인했지만, 사업 계획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네이버에서 독립한 NHN엔터테인먼트는 얼마 전, 한국사이버결제를 인수 결제시장에 뛰어들었다. 심지어 온라인 결제 시스템에 대한 홍보비용 조달을 위해 얼마전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놈의 유상증자 때문에, 주가가 꽤 떨어졌다. 내가 주주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NHN엔터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 이미지 출처 : 뱅크월렛카카오 홈페이지(https://www.bankwallet.co.kr/)


우리 기업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금융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사실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그리고 그 규제라는 것들은 대부분 과거의 패러다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 가령 대표적인 금융규제인 '금산분리'의 경우 일반 기업은 금융기관의 주식을 4%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만약 네이버가 생각을 바꿔 인터넷 은행을 설립한다고 치자. 여기에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하면 '핀테크 산업'에 대한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인터넷 은행'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규제를 완화해서 적용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지분 보유를 얼마만큼 허용할 것인가? 혹시 최근 트렌드를 봤을 때, 금산분리는 시대에 뒤쳐지는 규제는 아닐까? 그래도 금융은 보안이 생명이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필요한데 무턱대고 규제를 완화하는게 맞는 것일까?

 


'핀테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점찍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핀테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