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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도메인(line.co.kr)을 둘러싼 법정 싸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의 이유는?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2. 10. 11:37

이번 설 연휴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이해할 수 없는 뉴스가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도메인을 둘러싼 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결인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차선 사업을 하는 A씨는 2010년 4월, www.line.co.kr 이라는 도메인을 등록하여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라인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2014년 1월 A씨의 www.line.co.kr 도메인을 말소해달라고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한 것. 조정위는 라인코퍼레이션의 조정 신청을 받아들였고, 여기에 불복한 A씨가 법원에 line.co.kr 을 계속해서 사용하겠다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A씨가 도메인을 라인코퍼레이션에 넘겨줘야 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참고로 라인코퍼레이션은 2011년 6월부터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LIne)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로 네이버의 자회사다. 라인에 대한 국내 상표권은 2014년 4월에 취득했다.

 

△ 이미지 출처 : http://line.me/ko/

 

아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까? 이미 사용하고 있던 도메인을 그것도 모바일 메신저 '라인' 서비스가 생기기도 전에 등록한 것을 말소해야 한다니?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네이버와 법원이 결탁해서 힘없는 서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 아닌가? 영화 베테랑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2016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니!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번 판결은 거대 자본과 권력층이 결탁해서 만들어낸 것일까? 그러기엔 너무나 그 '수법'이 단순하고 뻔하지 않은가? 사실 이번 판결에는 나름의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먼저, 도메인이라는 것은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물론 비어있는 주소를 찾아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사용권을 획득하는 것일 뿐, 도메인 자체는 ICANN이라는 국제기구에서 관리하는 자원이다. 그리고 ICANN은 도메인 사용에 대한 나름의 규정을 가지고 있다.

 

ICANN에서는 기본적으로 도메인 거래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만약 우리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한 50년 전에 apple.com이라는 도메인을 등록해 두었다면 지금쯤 떼부자가 되었을 텐데..."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생각은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물론 샤오미가 mi.com을 360만 달러를 주고 구입했다는 둥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돈을 받고 도메인을 파는 행위'는 ICANN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물론, 실제로는 각종 거래 사이트에서 도메인이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2010년 sex.com 이라는 인터넷 주소는 자그마치 1,30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ICANN 규정은 도메인에 관해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면 묵인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ICANN이 도메인 거래를 일일히 감시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판결의 첫 번째 핵심은 도메인 거래에 대한 시도 여부다. 누가 먼저 도메인 거래 제안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메인 거래의 조건으로 1억원 상당의 가격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금액에 대한 양 측의 합의가 이뤄져서 법원까지 가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결국 법원에서는 이 부분을 두고 ICANN의 규정과 인터넷주소자원법을 어긴 행위로 판단한 것 같다.

 

두 번째로 A씨가 www.line.co.kr을 경쟁사인 다음 카카오로 연결해 두었다고 한다. 이는 애초 도메인을 획득할 당시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로 라인 코퍼레이션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미 라인 코퍼레이션이 모바일 메신저로서 '라인(Line)'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모바일 메신저 사업을 영위하는 경쟁사에 도메인을 연결해 둔 것은 제 3자가 보았을 때, 도메인의 정상 사용범위를 넘었다고 해석되기에 조정위, 그리고 법원에서 A씨의 사용권을 박탈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가 언론 등을 통해서 드러난 판결의 이유다. 물론 네이버 홍보팀에서 급하게 작성해서 뿌린 보도자료일 수도 있고, 사실관계가 일부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보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크지 않은 돈 1억원 때문에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이 기사화되면서, 네이버는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네이버 법무팀은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1억원을 절감했지만 그로 인한 이미지 손상을 가치로 환산하면 수십 억 또는 수백 억이 될 지도 모른다.

 

흔히 강자는 악하고, 약자는 선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기 쉽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언더 도그마' 현상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킨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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