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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초! 현직 대통령 탄핵 결정

비행청년 a.k.a. 제리™ 2017. 3. 11. 17:50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92일간의 탄핵 심리를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8인의 재판관 중 한명인 이정미 재판관은 머리 손질을 제대로 마무리할 경황도 없이 아침 일찍 출근해 탄핵 심판 결과 발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드디어 오전 11시, 8인을 재판관을 대표해서 이정미 재판관이 선고문 낭독을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조목조목 탄핵 사유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러나'를 남발하며 국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지만 어쨌든 '대통령 탄핵'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 사진출처 : JTBC 방송화면 캡쳐

 

헌법재판소는 국회 탄핵 소추위원회가 제시한 4가지 사유, ① 공무원 임용권 남용, ② 언론자유 침해, ③ 세월호 관련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④ 제 3자의 국정개입 허용 중 헌법재판소는 4번째 사유, 측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엄중히 물었다.

 

그럼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 4가지 쟁점과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자세히 알아보자.

 

 공무원 임용권 남용

탄핵 소추위 측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해임,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일괄 사표제출 등의 배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았다. 특히 이들의 해임 사유가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지원 배제에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과 국가 공무원 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유진룡 전 장관의 해임과 1급 공무원 8명의 사표를 받게 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대통령이 문화계 탄압 또는 사익 추구를 위해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는 탄핵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 자유 침해 

지난 2014년 세계일보가 청와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통령 측이 세계일보에 대해 형사 고소와 검찰 조사,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공공기관의 광고 물량을 축소하는 등 보복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탄핵 소추위 측은 언론사의 보도, 편집의 자유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침해 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도 ▶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 거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세월호 관련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킨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각종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진 만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세월호 발생 직후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자리를 비웠고, 이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탄핵 소추위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라는 대통령의 의무가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치적 무능이나 판단 착오 등은 도덕적, 정치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을지언정,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할 잘못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제 3자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비서관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대통령 순방일정을 비롯해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 자료 등 대외비 서류들을 최순실에게 전달해왔다. 최순실은 해당 문건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공직후보자 추천 등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고, 최순실의 추천으로 공직에 오른 사람들은 최순실의 이권 추구에 직, 간접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미르, K스포츠 재단이라는 이름으로 기업들로부터 486억원을 출연받았는데, 이 두 재단은 최순실의 측근들에 의해 운영되었고,광고 계약 등을 통해 최순실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대목에서 대통령이 개인(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고, 직무 상 비밀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치했다는 점에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 사진출처 : JTBC 방송화면 캡쳐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①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을 부정하거나 철저히 숨겼고 ② 검찰과 특검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일부 법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번 탄핵 결정에 대한 법리적 해석 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재판 판결 등으로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 보도 등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고,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대통령을 탄핵 시킬만한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것에 대한 이견도 많다.

 

 

사실 헌법재판소의 판결, 특히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짓는 탄핵심판은 민, 형사재판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3심은커녕 재심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또한 그 어떤 재판보다 정치적인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헌법재판소 판결은 여론조사 결과를 따라간다'는 비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국가권력에 대한 중요 사안을 심사하는 최고 기관으로서의 권위를 가진다. 법리적, 학문적 비판과는 별개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고 승복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부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프레임을 극복하고 국정 공백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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