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고 쓰는 리뷰스토리

첫 출근길의 열정을 다시 한번,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11. 29. 05:31

 

6년 전 어느 날, 새로 맞춘 정장을 갖춰입고 설레는 마음을 안은 채, 집을 나서던 첫 출근길이 문득 떠올랐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이제 나도 직장인이라고 외치고 싶었다. 출근이라는 나의 꿈을 이룬 그 날로부터 6년 후, 지금 나의 꿈은 출근하지 않는 것이 되어 있었다.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에는 취업만 하면 모든 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제적 풍요는 물론, 새하얀 셔츠를 반 쯤 걷어올린 채, 스타벅스 커피잔을 들고 비즈니스 미팅을 주도하는 나의 모습을 그리며 잠이 들곤 했다. 그러나 회사에 입사한 이래, 6년 동안 단 한번도 내가 무언가를 주도해 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새하얀 셔츠 아래로는 배가 점점 불룩해지고, 스타벅스 커피잔에는 휘핑크림이 수북히 담겨 있을 뿐,

 

6년의 시간동안 나의 열정은 그렇게 싸늘히 식어버렸다.

 

 

비좁은 취업시장의 문을 뚫고 동명일보 연예부 수습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도라희(박보영). 지금은 당당한 커리어우먼을 꿈꾸고 있지만, 그녀의 환상이 깨지는 데에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 앞에는 그야말로 '도라희' 기질이 다분한 꼰대부장 하재관(정재영)이 버티고 있었다. 욕설과 비하, 말꼬투리 잡기가 일상인 하재관의 모습에서 누군가가 떠올랐다. 이 영화, 어쩌면 생각보다 현실적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밴 휘태커(로브트 드니로)라는 인턴이 있다면, 우리에겐 도라희(박보영)가 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수습기자, 도라희. 하지만 그녀는 열정과 운, 그리고 약간의 귀여움을 버무려 회사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간다. 그것도 기라성(?) 선베들도 해내기 힘든 특종을 연이어 빵빵 터뜨려가면서... 결국 깐깐하기로는 우리 부장님, 아니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하재관 부장도 언제부턴가 그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한낱 수습기자에 불과한 도라희의 활약상을 보면서, 문득 두어달 전에 보았던 영화 '인턴'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보였지만, 결국에는 회사를 바꿀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존재. 성별도, 나이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인턴'의 밴 휘태커와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의 도라희에게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28258)>

 

다만, 영화 '인턴'이 밴 휘태커가 본인의 장점으로 조직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회사의 일원으로 자리잡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풀어낸 반면,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는 그 과정이 통편집되어 있다. 극 중 도라희의 말마따나 그녀의 성공은 '그냥 운이 좀 좋아서' 일 뿐이다. 탄탄한 구성을 토대로 인물의 캐릭터를 빚어내는 능력에 있어 헐리우드와 충무로의 격차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분명히 오늘 처음 봤는데 낯설지 않은 캐릭터, 하재관 - 이 영화의 유일한 리얼리티

처음 봤지만, 왠지 낯이 익고 오랜 친구같은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 있다. 영화 속의 '하재관'이 딱 그렇다. 마치 6년 동안 내 곁을 지키고 있던 것만 같다. '그러니까 하기 싫다는 거지?'라며, 면박을 주는 모습까지, 내가 아는 그 분을 쏙 빼닮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28258)>

 

사람의 심장을 후벼파는 주~옥 같은 그의 대사를 듣노라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떠오르는 인물이 각자 한 두명씩 있을 것이다. 다소 엉성한 스토리 구성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한번쯤은 들어본 것도 같은' 하재관 부장의 갈굼 때문이 아닐까?

 

 

 그래, 한 번 제대로 해보자!

주눅이 들 법도 하고, 그냥 확 때려칠 법한 상황 속에서도 도라희는 꿋꿋하게 버텨가며, 결국은 큰 껀수를 올리고야 만다.(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그녀라고 해서 힘들지 않았겠는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수습사원도 사표를 써야 하는지'를 네이버에 두들기기도 했지만, 버티고 버티다 보니 결국에는 첫 출근일에 품었던 그 꿈을 이룬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28258)>

 

그 동안 그지같은 회사를 때려치고 다른 일을 알아볼까 고민을 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어딜가나 하재관 같은 윗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결국에는 자기하기 나름이니까... 그래, 그럼 나도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부장이라는 작자가 지랄 좀 하면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날 밤을 새가며 고민하면서 글을 쓰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인정을 받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영화 속, 도라희처럼 말이다.

 

이 영화를 보는, 그리고 이 포스팅을 읽는 이 시대의 직장인들이여, 첫 출근길의 각오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제대로 해보자! 혹시 아나, 도라희처럼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본인의 자아를 120% 실현할 수 있을지.

 

만에 하나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낙심하지 마시길.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 명 대사 by 하재관>

- 다시 해, 다시. 다시 해, 다시. 다시 해, 다시, 다시, 다시

- 야 열정만 있으면 못할께 뭐아 있어

- 열정 세번 외치고 가라고~ 임마!  

- 야! 아직 안끝났어. 내려~ 내려!

 

 첫 출근길의 열정을 다시 한번,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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