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기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 여쭙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를 싸게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일본에서 사오는 것' 입니다.
아이패드 미니 16GB(Wi-Fi 전용)의 국내 판매가격은 42만원이죠? 이걸 비행기 내 면세상품으로 구입하면 39만원에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회사 동료가 2~3일 전에 알려준 정보^^) 근데, 일본에서는 아이패드 미니 판매가가 28,800엔이래요. 예전엔 1,500원 정도였던 100엔당 환율이 1월 29일 현재는 1193.31원이니까, 아이패드의 일본 구매가격은 대충 34만 4천원정도 되겠네요. 혹시 일본여행 계획중이신 분들은 아이패드 몇개 사오셔서 주변에 팔아도 될 정도입니다~
'아이패드 싸게 사기'에서 알 수 있듯 엔화약세는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경제학 교과서나 신문 지면에만 등장하는 어려운 이론이 아니란 거죠. 경제에 대해 별로 아는것도 없는 제가 엔화 약세에 대한 포스팅을 결심한 이유도 '우리 생활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환율에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엔화약세 뉴스를 접하시면서, 일본여행도 계획해보고, 일본 화장품이나 의류 직구 사이트를 들락날락하셨을 겁니다. 근데, 이런건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겠죠?
아마,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할꺼 같아요. 차를 바꿔야하는 사람들은 '이참에 도요타로 바꿔볼까?' 라는 고민을 할테구요. TV를 사는 사람은 'SONY TV는 요새 얼마지?'라는 궁금증을 가질겁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일본의 50대 수출품목 중 서로 중복되는 것이 26개나 된다고 하네요. 단순계산하자면, 우리나라 수출품의 52%가 일본제품과 경쟁을 한다는 겁니다. 산업분야의 면면을 살펴보면, 석유화학, 자동자, 선박, 디스플레이, 철강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군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엔화약세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원화는 최근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으니, 국제시장에서 한국제품은 일본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엄청나게 나빠졌겠죠? 최근 국내 주가지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로 국내 주력 수출품목의 실적둔화가 불가피해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해외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은 사정이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정도 규모의 기업들은 결제통화도 달러, 유로화, 엔화 등으로 다양화시켜놓고 있는데다, 여러가지 환헷지 수단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약세의 충격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거든요. 물론, 대기업들도 일정부분 실적악화는 불가피하겠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는 중소 부품업체들 아닐까요?
앞서도 설명했듯 우리나라와 일본은 주력 품목이 대부분 겹치는 편입니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매출처 다각화차원에서 부품을 일본으로 많이 수출하고 있습니다. 규모도 작은데다 물건을 파는 입장이니, 당연히 대금은 엔화로 결제하겠죠? 그런데 엔화가치가 갑자기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회사로서는 예전엔 1,500원(100엔) 받던 물건을 이젠 1,200원(100엔) 밖에 못받으니 이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나마 이익이 줄어드는 정도면 다행이겠지만, 아시다시피 부품 하나 팔아봐야 얼마나 남겠습니까? 대부분 수출 중소기업에서는 엔화가치가 조금만 더 떨어지면 밑지고 팔아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환율의 변동은 이처럼 수출기업에게는 하나의 리스크로 작용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기도 하죠. 그런데 왜 우리기업들은 특히 중소기업들은 여기에 대비하지 않는걸까요? 아마, 2008년 키고(KIKO)사태가 하나의 트라우마처럼 작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 여기서 잠깐!! KIKO란?
키코(KIKO)란 환율의 변동성을 이용한 금융 투자상품을 말합니다. Knock-In, Knock-Out을 줄인 말인데요. 환율 변동의 상한(Knock-In)과 하한(Knock-Out)을 정해놓은 뒤, 실제 환율이 그 범위내에서 움직이면 사전에 계약한 약정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그런데 환율이 하한선을 이탈하게 되면, 계약이 무효가 되고, 상한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약정환율에 의무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상품입니다. 환율이 계약당시 정해놓은 범위내에서 움직인다면, 기업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상,하한선을 이탈하게되면 엄청난 손실을 안게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떄문에 환율 리스크를 헷지하는 상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구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떤 기업이 100만달러에 대해 약정환율 1,000원/달러에 상한 1,100원, 하한 900원인 KIKO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만기 시, 원/달러환율이 900원~1,100원 사이에서 결정된다면 기업은 이익을 얻게 됩니다. 만약 환율이 950원/달러이라면 KIKO계약에 따라 1,000원/달러을 적용받아 달러를 시장가보다 비싸게 팔 수 있구요. 환율이 1,050원/달러라면 옵션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시장에 달러를 매도해버리면 되거든요. 그런데 환율이 급격히 변동해서 900원 이하, 또는 1,100원 이상이 되면 골치가 아파집니다. 하한선을 이탈해버리면 계약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기업은 환손실을 그래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상한선(1,100원/달러) 이상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기본 계약금액 100만달러 뿐 아니라 추가금액을 시장에서 매입해서 약정환율(1,000원/달러)로 손해를 보고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KIKO는 환율이 예측가능한 범위내에서 움직일때는 기업에 이익을 줄 수 있지만, 급격한 환율변동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엄청난 금융 손실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파생상품인 KIKO에 투자한 국내 800여개 기업이 2조 2,000억원의 손실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기업은 환손실의 여파로 상장폐지되거나 사업을 접기도 할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죠. 그런 경험이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환 헷지용 금융상품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갖게 만든겁니다. 실제로 2008년 당시 14조 5,000억원에 이르던 환변동 보험 가입액이 2012년에는 1조 1,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구요.
지난해 말 무역보험공사에서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1,343원이하로 내려가면 국내 중소기업이 손실을 보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지금 환율은 100엔당 1,200원까지 내려가 있습니다. 환 헷지에 소극적인 중소기업들이 이처럼 환율변동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뭔가 정책적 대응이 나와야 하는것 아닌지;;; 염려스럽네요
환율변동은 비단 수출기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혹시 지난해 국내 화장품 기업의 주가상승률을 보셨나요? 10~20% 정도의 상승이 아니라 대부분 2배 혹은 그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국내 관광객들의 쇼핑 수요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명동 거리를 나가보면 일본,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에 있는 화장품 가게마다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런데, 엔화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일본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들겠죠?
외국인 관광객이 크케 줄어든 명동거리(자료:뉴스원) |
명동의 한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자료:뉴스원) |
사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일본인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까지는 줄곧 1위를 고수하고 있었구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1위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항상 전체 관광객 대비 30%이상을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일본 관광객이 지난해 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21%나 급감, 2011년 일본 지진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됩니다. 아마 일본인 관광객 급감의 원인도 엔화가치의 하락때문이겠죠?
당연히,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화장품 기업을 비롯해서 숙박업소, 주요 관광명소 주변 상권은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작년은 관광·내수산업의 호황기였는데요. 엔화약세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올해는 엄청난 불황이 그늘이 드리우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처럼, 엔화가치의 하락은 수출, 내수를 가리지 않고 국내 산업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칩니다. 과연 팔짱만 끼고 바라봐야하는 걸까요? 뭔가 시급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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