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모아두는 인벤토리

[잡썰] 소셜 미디어에 대한 별 쓸모없는 이야기

비행청년 a.k.a. 제리™ 2015. 2. 8. 08:00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달 가량 지났다. 처음의 열정이 조금은 서늘해 진 것을 보니, 이제는 새글이 올라오는 기간이 조금은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다이어트나 금연 결심처럼 일년에 한 두번처럼 나를 찾아오는 반가운 친구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들고...

 

몇 년전,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뽀개버리자는 책들이 서점가를 점령하던 시절에 비하면, 요즘은 SNS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엄밀히 말하면, 이제 대중들이 SNS에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가끔 타임라인에서 나이지긋한 어르신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감히 '세상 참 빠르게 변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곤 한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보다 아주 조금 빠르게, 소셜 미디어의 환경도 변하고 있다. 사람들이 SNS에 열광하게 된 것은 '나의 조그만 목소리도 세상을 울리게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목격한 사고소식을 SNS에 공유했을 뿐인데, 그 사진을 9시 뉴스에서 보게된다거나, 배낭여행을 하면서 두서없이 올린 짧은 글에 열광하는 몇 백, 몇 천명의 팬들이 생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더이상 소셜 미디어의 매력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주변에서 SNS를 통해 벼락스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혹시 나도??"라는 생각에 소셜 미디어를 시작하게 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SNS가 힘을 갖게 되면서 기업들도 하나씩 이 바닥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판이 커지면서 더이상 벼락스타가 나오기 힘든 구조가 되버린다. 이미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거나, 어느 정도 자본을 가지고 치고 들어갈 여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소셜 미디어의 장벽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높아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바라보는 기존 미디어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기존 미디어의 입장에서 봤을때,)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듣보잡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때로는 그들의 분노샘을 자극해 기존 미디어, 권력을 물어뜯기도 한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몇 일 두고나면 잠잠해질 이야기들인데, 이제는 초기에 명확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그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나마 사실에 근거한 비판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기라도 하겠지만(진짜?), 근거 없는 때로는 조작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선동'해대는 통에 이 나라의 미래까지 어두워지는 것 같다.

  

소셜 미디어의 환경보다는 아주 조금 느리지만,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들 타임라인에 친구들의 소식 대신, 갤럭시 시리즈의 최신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sponsored'라는 단어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섹시한 뇌를 가진' 듣보잡들의 이야기에서도 뭔가 목적이 분명한 답정너의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뭐 알아두면 나쁠 것 같지 않은 이야기 들이지만, 뭐랄까 내가 그들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나를 향해 밀려오는 정보의 파도 앞에서 이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만 같다.

 

 

사실, SNS로 인해 바뀐 것은 많지 않다. 사실, 빅 보이스와 스몰 보이스는 예전부터 존재하던 것들이다. SNS가 등장하기 전부터, 아니 조선시대 심지어 삼국시대에도 백성들끼리 모여서 나랏님을 욕하고 기득권 층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곤 했다(고 어딘가에 적혀있다). SNS는 절대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다만 작은 목소리에 '소셜 미디어'라는 마이크를 쥐어준 것일 뿐이다.

 

하지만 SNS와 소셜 미디어는 우리 삶을 송두리채 바꿔 놓았다. 찻잔 속 태풍에 불과했던 불만과 분노가 소셜미디어라는 확성기를 통해 사람들의 귓가에 울려퍼짐으로써, 매년 혹은 매달 어쩌면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망이, 망소이의 난'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크게 울려퍼지는 것은 분명 환영받아야 할 일이지만, 이상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는 집단 이기주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선동 등 헤쳐나가야 할 가시덤불도 많다.

 

 

특히, 출처가 불분명한 루머나 소셜 미디어를 악용하는 사례로 인해 우리가 치뤄야 할 사회적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자극적인 문구와 사진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후, 지나고 난 후 '아니면 말고'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는 경우를 종종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의 작은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미디어'로 성장함에 따라 그만큼의 책임도 함께 짊어지게 될 것이다. 특히, 루머나 어뷰징에 대해서는 트위터 등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에서도 자체적인 필터링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라고 하니, 소셜 미디어의 성장에 따른 부작용들이 조금씩 해결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그리고 리더의 유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정부와 정치인들은 쉽게 쉽게 일을 해 왔을지도 모른다. 어떤 정책을 추진한다고 했을때, 그 동안은 전문가들과 함께 사업의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며,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접하게 될 것이다. '나를 따르라'를 외치며 막무가내 식으로 일을 벌인다면, 엄청난 역풍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혹자들은 이제는 더이상 '정부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이나 중화학 공업 육성과 같은 사업들도 당시에는 많은 반대에 직면했었다며, 이제는 그런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SNS를 통해 퍼지는 엄청난 음모론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시대는 시대에 걸맞는 리더를 요구하는 법이다. 그 동안은 머리가 비상하거나 추진력이 좋은 사람들이 인정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소통에 능한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동안 말만 번지르르하다고 손가락질 해대기 바빴던 사람들도 이제는 말이라도 번지르르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잡썰] 소셜 미디어에 대한 별 쓸모없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