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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주말 오후, 따스한 햇살과 함께 늦은 점심을 - 익선동 맛집 '열두달'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9. 20. 08:00

 

언제부터였을까? 대로변의 크고 화려한 레스토랑보다 골목골목 숨은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빠져든 것이. 좁은 골목안으로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매력이 하나씩,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요즘들어 익선동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니 골목 속 보물찾기의 즐거움에 빠져든 사람이 나 하나뿐은 아닌가 보다.

 

 

평범한 주택 같은 건물에 빛바랜 작은 간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곁에 두고서도 지나칠 법한 이 곳은 익선동 최고의 핫플레이스, 열두달이다. 얼핏 봐서는 그냥 작은 레스토랑 같지만 보리햇살농장, JJ, ROOT 등 6개 브랜드가 공동으로 입점해있다고 한다.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어 조금만 손님이 몰려도 가게 앞은 북새통을 이룰 것 같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순번이'라는 웨이팅 어플로 대기 순번을 받을 수 있다. 열두달 반경 500m 이내 거리에서 접속이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그나저나 익선동 골목에 최첨단 순번 대기 어플이라니, 전통과 첨단의 조화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식당이라 마당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는데, 얼기설기 엮은 차양막으로 지붕을 만들어 두었다. 뜨거운 햇볕은 가리면서도 송글송글한 틈새로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드는데, 익선동만의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다.

 

 

메뉴판을 받아들고 무엇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대충 보면 이탈리아나 스페인 식 요리 같은데, 찬찬히 뜯어보면 한식 냄새가 나는 일종의 퓨전 요리가 대부분이다.

 

 

빠에야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저 비주얼만 보고 용기내서 주문한 흑미 해물 빠에야! 흔히 이런 비주얼이면 오징어 먹물때문에 밥알이 까맣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건 그냥 흑미로 만들어서 밥이 까만거다. 오징어 먹물 빠에야와는 전혀 다른 맛! 해물을 넣은 비빔밥 같기도 하고, 스페인에서 먹었던 빠에야 느낌도 나는 아리송한 매력을 가진 음식이다.

 

 

다음은 열무 불고기 파스타. 열무, 불고기, 파스타 -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세가지 음식의 조합인데, 진짜 이 메뉴를 개발한 셰프의 실험정신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사실 '열무'라는 단어 때문에 조금은 매콤새콤한 맛을 기대했는데, 고춧가루 양념 없이 열무를 데친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맛이 조금 달랐다. 그래도 열무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서 그리 나쁘진 않았다. 다만, 세가지 재료가 살짜쿵 따로 노는 느낌이 있는데, 한 그릇에 세가지 음식이 담겨 있는 셈이라고 좋게 생각해보자.

 

 

열두달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맥주'. 메뉴판에는 '8월의 ooo' 시리즈가 적혀 있다. 오늘은 9월인데 말이지. 매달 맥주 메뉴가 바뀌는 건가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8월에 마시는 맥주가 제일 맛있어서 저렇게 적어 놓은 건가 싶기도 하다. 한 두달쯤 있다가 다시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 어쨌든 생맥주의 맛은 일품이었다.

 

 

소박한 건물 외관만큼 맛도 가격도 소박한 열두달. 과하지 않은 정갈한 음식의 맛도 좋았지만, 휴일 오후 따스한 햇살과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점심, 저녁시간에는 사람이 몰린다고 하니,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피크타임을 피하도록 하다. 4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 시작되는데, 3시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이 곳을 찾으면 딱히 기다리지 않고 여유있게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종합평점(★ 3개 만점) : ★★ - 익선동 특유의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깡패


 주요메뉴

 - 열무 불고기 파스타 : 12,900원, 참나물 봉골레 파스타 : 12,900원

 - 흑미 해물 빠에야 : 12,900원, 토마토 해물 빠에야 : 12,900원

 - 수박&토마토 가스파쵸 : 4,900원, 수제햄 : 5,000원


주소 : 서울 종로구 익선동 166-54

전화번호 : 070-4449-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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