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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시계수리점] 저렴하고 꼼꼼한 시계수리 전문점, 시계동네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7. 25. 14:45

 

간만에, 아니 난생처음으로(?) 맘에 쏙 드는 시계를 사서 신난 마음에 포스팅까지 남겼었는데, 그만 언제 생겼는지도 모른 흠집이 났다. 기스라기보다 찍힘이라고 해야 할까? 측면에 생긴 것이라 사실 눈에 띄는 흠집은 아니지만, 처음 발견한 뒤로는 자꾸 그쪽으로 눈길이 간다.

※ 관련 포스팅 : 포르투기즈를 닮은 가성비 최강의 시계, 해밀턴 재즈마스터 마에스트로

 

 

비록 남들은 별거 아니라며,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만,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될 리가 없다. 몇 날 며칠 동안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잠을 설치다 결국 결단을 내리고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내로라하는 시계 장인들이 모여있는 종로! 내 오늘 반드시 끝장을 보고 오리라.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길가에 귀금속 가게가 즐비하다. 주말이라 1/3가량은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가게가 성업 중이다. 아무래도 대로 변은 수리보다는 판매에 강점이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계 수리의 장인이 숨어 있을 것만 같은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종묘 공원 쪽 골목은 확실히 대로변에 비해 한산한 분위기다. '야베스'라는 가게를 끼고 종묘공원쪽 골목으로 들어가 3~5분쯤 걸으면 삼정 금은보석 도매상가가 나온다. 주말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셔터를 내린 가운데 홀로 불을 밝히고 시계 수리에 몰두하고 있는 가게가 있다.

 

 

바로 명품시계 수리 전문점 '시계 동네'다. 두어 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그마한 부품을 들여다보며 시계 수리에 몰두하는 사장님의 모습은 마치 모 방송국의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해 수리를 맡긴 손님이 두어 명쯤 있었다. 오래된 시곗줄을 갈기도 하고, 뭐가 문제인지 시계를 분해해서 부품을 교체하기도 하는데, 사장님이 꽤 꼼꼼하게 신경을 써 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 간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었다.

 

 

주섬주섬 시계를 풀러 보여드리며, 민망한 표정으로 '별거 아니긴 한데, 그래도 너무 신경이 쓰여서 폴리싱이라도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라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사장님께서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시며, '시계 주인이 신경 쓰이면 지워드려야지. 근데 폴리싱은 시간이 좀 걸려요.'라고 하신다. 아마 월요일 오후 또는 화요일 오전쯤 끝날 것 같은데 괜찮겠나교 하신다. 뭐 시간이 얼마간 걸리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잘 부탁드린다'는 말만 드릴 뿐,

 

 

책상 한편에 쌓여있는 명함을 한 장 건네받았는데, 사장님 이력이 엄청 화려하시다. 각종 대회 수상은 물론 나중에는 심사위원까지 맡으셨는데, 알고 보니 시계 수리 경력이 30년쯤 되신다고 한다. 오메가, 태그호이어에 롤렉스까지 내로라하는 고급 시계들도 거뜬히 고치신다는 말에 괜스레 더 믿음이 생겼다. 마치 날고 기는 종합병원 전문의에게 아들 녀석의 치료를 맡긴 기분이랄까? 아, 물론 나는 아직 미혼이고 당연히 아들도 없다.

 

 

이틀 여의 시간이 지난 화요일 오후, 사장님께 건네받은 시계에는 지난날의 흉터가 말끔히 지워져 있었다. 사장님께서는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시계라 작은 흠집도 크게 느껴졌을 거라며, 폴리싱 작업을 할 때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셨다고 한다. 비록, 영업을 하시며 의례적으로 하시는 멘트일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감동적이고 감사한 말씀이다. 앞으로 조심이 쓰라며, 그래도 자잘한 흠집이 생기겠지만, 그러면 나중에 다시 오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깨끗해진 시계만큼이나 사장님의 넓은 마음씨와 깊은 배려에 기분이 한껏 좋아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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