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고 쓰는 맛집스토리/여의맛집백서

기분따라 고르는 전경련 회관 식당 투어 - 소담뜰, 차이나플레인, 파파돈부리 맛집 삼국열전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7. 15. 14:36

 

여의도의 새로운 랜드마크, 전경련 회관 지하 1층에는 실속 있는 식당이 많다. 싸고 푸짐한 부페부터 럭셔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입맛대로 취향 따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참 다양하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딱 세 곳을 골라 여러분께 소개해보려고 한다. 소담뜰, 차이나플레인, 파파돈부리 -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각각 한, 중, 일 세 나라의 특색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식당이다. 여의도의 중심, 전경련 회관 지하에서 펼쳐지는 맛의 삼국지! 지금부터 그 치열하고 맛있는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선택은 내가 한다. 넌 그냥 먹기나 해! - 소담뜰의 밥상은 끊임없이 채워진다.

'그냥 주는 대로 처먹어라, 이놈아!' 욕쟁이 할머니의 식당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겉으로는 틱틱거려도 손님을 자식처럼 생각하면서 밥 한 공기, 반찬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인심 가득한 그 곳, 소담뜰은 한국 특유의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허름한 맛집을 닮았다.

 

 

소담뜰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메뉴 선택권이 없다. 매주 월요일, 소담뜰은 입구에 일주일간의 메뉴를 큼지막하게 붙여놓는다. 메뉴판을 붙들고 뭘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에 편하기도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이만큼 제 멋대로인 식당도 없다. 그래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을 보면, 맛은 제법 괜찮은가 보다. '그래! 주는 대로 한 번 먹어주마!' 식당 안에는 이미 카운터 앞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맨 끝으로 가서 기다리다 차례가 되면, 먼저 계산을 하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으면 된다.

 

 

어차피 메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직원과 손님이 이야기를 나눌 일이 거의 없다. 역시나 무뚝뚝한 욕쟁이 할머니를 닮았다. 하지만 물이나 반찬을 빨리 가져다 달라며 재촉하는 손님들에게 욕 대신 미소로 화답하는 직원들을 보니, 그리 겁을 먹진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의도 한식당 중에 소담뜰만큼 빠른 곳이 또 있을까? 자리에 앉자마자 밥과 찌개, 그리고 정갈한 반찬이 샤샤삭하고 테이블에 깔린다. 그날의 메뉴를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에 가능한 속도다. 오늘의 메뉴는 팔팔 끓는 된장찌개와 매콤달콤한 제육볶음, 그리고 상추쌈이다. 깍두기, 콩나물 같은 밑반찬은 기본이다. 마치 엄마가 차려준 것처럼 알찬 한 끼 식사의 가격은 7,800원. 여의도의 높은 밥상 물가를 감안하면 믿어지지 않는 가격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밥과 반찬, 이 모든 것을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필요한 것을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바로바로 리필해준다. '그냥 주는 대로 먹어라, 대신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줄테니 든든하게 먹고 가!' 욕쟁이 할머니의 거칠지만 인심 가득한 목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대륙의 호탕함이 이 한 그릇에! - 매콤고소한 차이나플레인의 차돌박이 짬뽕

과음한 다음 날,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전경련 회관 지하 1층, 차이나플레인을 찾아가 보자. 얼큰한 짬뽕 한 그릇이면 전날의 숙취가 싸~악 씻겨 내려간다. 게다가 차이나플레인의 짬뽕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동네의 흔한 중국집과는 뭔가 분위기가 다른 차이나플레인의 입구, 마치 고급 호텔의 중식당 같은 느낌도 든다. 1층 로비에서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식당이다. 음식이 깔끔한데다 위치가 워낙 좋아서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라, 특히 점심시간에는 최대한 서둘러 움직여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차이나 플레인의 메뉴는 바로 차돌박이 짬뽕! 얼큰한 짬뽕 국물에 온갖 해물과 탱탱한 면발은 물론 윤기 좔좔 흐르는 차돌박이 구이가 한가득 올려져 있다. 과음한 다음날 또는 괜스레 입맛이 없을때, 차돌박이를 한 점 집어 새빨간 국물에 살짝 적셔 입안에 넣으면 고소함과 얼큰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뭐 그 다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정신없이 차돌박이를 뚝딱 해치운 다음에 해물과 야채, 그리고 면과 국물까지 무아지경에 빠져 짬뽕을 완뽕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국물까지 호로록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속이 뻥 뚫리며 나도 모르게 호탕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마치 대륙의 왕서방처럼! 아, 볼록 튀어나온 배도 왕서방의 그것을 쏙 빼닮게 된다.

 

 

 일본 특유의 정갈함이 가득 - 파파돈부리 안심스테이크 벤또

우연한 기회에 일본 도쿄에서 약 1년간 살았던 적이 있었다. 일본 사람들만큼 아기자기하고 세심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특히 다른 사람을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래서 일본을 선진국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일본 사람들의 섬세함이 잘 드러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상차림이다. 식당은 물론 집에서 손님을 대접할 때에도 유독 격식과 모양을 중시하는 편인데, 그깟 모양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다가도 막상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가끔 일본에서의 생활, 그리고 정갈한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전경련 회관 1층의 파파돈부리를 찾는다.

 

 

요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안심스테이크 벤또' 부드러운 쇠고기 안심의 육질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달콤짭짜름한 소스하며, 옆에 나오는 미니 우동에 배가 든든해지는 메뉴 구성이다. 게다가 치킨가라아게와 전, 거기에 과일 후식까지 딱 필요한 만큼 음식이 골고루 채워진 구성을 보면, 일본에서 느꼈던 섬세하고 정갈한 상차림이 생각난다. 물론, 음식의 맛은 일본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뭐 한편으로는 파파돈부리의 맛이 오히려 한국인의 입맛에는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이 곳, 파파돈부리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로 음식의 맛을 낸다고 한다. 뭐 사실 겉으로만 저렇게 이야기하고 실제로 조미료를 쓰는지 안 쓰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대체로 음식 맛이 약간 심심한 것을 보면 완전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파파돈부리에는 안심스테이크 벤또외에도 돈까스와 라멘, 덮밥 등 다양한 메뉴가 있으니, (약간은 한국적인) 일본 음식이 생각난다면, 이 곳을 한 번 찾아가 보자.

 

 

지금까지 소개한 소담뜰, 차이나플레인, 파파돈부리 외에도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는 꽤 괜찮은 식당이 많다.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 좋은 한식 부페, 사대부집 곳간이나 음식보다 사진 촬영 명소로 더 유명한 세상의 모든 아침 등 전경련 회관 50층의 레스토랑은 이미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뭘 먹을지 고민하는 당신, 여의도 근처에 있다면 전경련 회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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