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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만든 것 같은데도 은근히 깊은 맛이 담긴 수제버거, 호주식당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5. 2. 07:41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과 스트레스, 끝나지 않는 일을 서랍속에 대충 쑤셔넣고 사무실을 나선다. 모니터 앞에 앉아있을 때에는 천근같은 눈꺼풀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이미 몸은 지칠대로 지쳐버렸지만, 집에 가는 길,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몸보다 마음이 더욱 지쳐서가 아닐까?

 

 

퇴근길에 간단하게 한 잔 하고 싶을때, 마땅한 곳을 찾는게 쉽지는 않다. 포장마차를 가자니 아저씨같고, 분위기 있는 바를 가자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호프집에 가서 노가리를 뜯는 것도 괜히 맘에 안들고 말이다. 사실, 여의도에는 그럴때 가기 좋은 (저렴한) 와인샵이 하나 있긴 했는데, 그 곳도 문을 닫은지 오래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음에 쏙 드는 가게를 하나 찾았다. 그것도 예전 그 와인샵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말이다.

 

 

여의도 직장인이라면 알만한 곳, 여의도역 사거리 아일렉스 건물 1층이다. 예전에 '와인세상'이라는 와인샵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호주식당'이라는 조금 생뚱맞은 이름의 수제버거집이 생겼다. '호주'와 '식당'이라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간판 왼쪽에 나부끼는 푸른색의 호주 국기와 반듯하게 한글로 쓰여진 메뉴 이름 역시 참 어색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래 한 번 들어가 보자!

 

 

호.주.식.당.

수제버거와 스테이크 그리고 피쉬앤칩스,

 

뭘 시켜야 할지 명확하다. 퇴근 길에 잠시 들른 거라면, 피쉬앤칩스와 맥주를 시키면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피쉬앤칩스는 돈주고 사먹는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 늘 하던대로 수제버거를 하나 시킬까 한다.

 

 

벽면에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과 맥주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래도 명색이 호주식당인데, 호주 맥주를 마셔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름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호주 맥주'에 대한 추억이 많은 편이다. 물론 어학연수 당시에 맥주만큼이나 와인도 많이 마시긴 했지만, 그 때 마셨던 와인은 싸구려 '박스와인'인지라 병에 담긴 와인은 그닥 내 취향이 아니다.

 

 

호주에 있을때 케언즈에 있었으니, 포엑스(XXXX)를 마시는 것이 인지상정. 포엑스는 퀸즈랜드 주의 대표적인 맥주다. XXXX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에는 여러가지 유래가 있는데, 그 중에서 '과거 영어를 모르는 호주 원주민들이 beer를 읽고 쓰지 못해 XXXX로 적어서 주문했다는 설'이 가장 유명하다. 참고로 이 썰은 빅토리아 주 사람들이 퍼트린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호주는 주마다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가 있고 거기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데, 퀸즈랜드의 포엑스(XXXX)의 인기를 질투한 빅토리아 주에서 퀸즈랜드 사람들을 beer도 모르는 무식이라고 놀리는 거라나? (빅토리아 주의 대표 맥주 VB(Victoria Bitter), 역시 꽤 유명한 호주 맥주 중 하나다.)

 

 

잘난 척은 그만하고 다시 음식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어렸을때 먹던 붕어빵 봉투만큼이나 볼품없어 보이는 포장지 안으로 이게 수제버거인가 싶을 정도로 성의없어 보이는 빵덩어리가 하나 들어가 있다. 이 녀석의 정체는 호주버거, 대개 가게 이름이랑 같은 메뉴를 시키면 실망은 하지 않는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데, 이건 좀 당황스럽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요리조리 살펴봤는데, 참 가관이다. 풀쪼가리 하나 없이 빵과 고기, 치즈와 케찹이 전부?

 

 

윗 쪽 빵을 살짝 들어보니 그래도 토마토는 하나 들어 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이왕 시킨 것 맛이나 보자고 한 입 베어무는데, 왠걸... 생각이상의 맛이다. 그깟 야채따위 집어던져버리라고 말하는 듯한 고기의 맛이 일품이다. 얼핏 봤을때는 볼품없고 심지어 약간 탄거 아닌가 싶었는데, 호주산 한우, 아니 쇠고기의 깊은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외모만 보고 방통을 홀대하다 그가 봉추임을 알게 되었을때, 유비가 이런 심정이었으리라. 절대 눈으로만 보고 음식을 평가하지 말자!

 

 

그치만, 버거에 비해 후렌치후라이는 그냥저냥 평범했다. 수제버거집이지 수제 후렌치후라이집은 아니니까,

 

 

전반적으로 인테리어가 젊은 감성을 가진데다 매장안이 꽤 어두침침한 관계로 혼자와서 맥주 한 잔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는 듯 하다. 적어도 여의도에서는 말이다. 매장이 좀 좁은 편이라, 점심-저녁 시간에는 꽤 오래 기다려야겠지만, 8~9시가 넘어가면 조용하게 고독을 씹을 수 있다. 다만, 예전 와인세상과 달리 여기서 버거나 스테이크를 안주로 먹다보면 아마 늘어나는 뱃살을 주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뭐, 그건 내 알 바 아니긴 하지만, ㅋ

 

아, 참고로 점심시간에는 버거세트가 20% 할인이라고 하니, 옆에 있는 버거킹을 가느니 호주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것 같다.

 


 

 종합평점(★ 3개 만점) : ★★☆ - 아일렉스 1층, 저 자리는 뭐가 있는게 분명하다.

 

 : 이게 레알 호주산 쇠고기의 맛! 후회하지 않으리라.

가격 : 버거킹 가느니 호주식당 감

분위기 점심, 저녁시간만 피한다면 조용하고 음침한게 시간때우기 딱 좋다.


 주요메뉴

 - 호주버거 : 7,500원, 멜버른버거 : 9,500원, 시드니버거 : 10,000원

 - 오늘의 스테이크 : 20,000원, 수제소시지 : 10,000원, 맥앤치즈 : 5,500원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08 아일렉스 1층

전화번호 : 02-78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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