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잠시나마 회사를 떠나 MBA 공부를 하면서,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했고, 스페인부터 남미에 터키까지... 참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다. 지난 9월 회사로 돌아와서는 그야말로 토할만큼 빡센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한 해 동안 일어났던 것일까 싶을 정도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나름 6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4개월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MBA를 핑계로 잘 놀다왔기 때문이었을까? 새로 배치받은 부서는 유난히도 '빡센' 곳 이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과 깨짐의 연속인 일상 속에서 머릿 속으로 사표를 썼다 지우기를 수차례, 지금도 회사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사직서 파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버티고 버티다가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남미를 다녀온 지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여행이라도 떠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야 할 판이다. 팀장님께 연말에 휴가를 가겠다는 한 마디를 툭 던진 후, 비행기 티켓을 덜컥 예매했다. 목적지는 터키, 이스탄불... 딱히 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지만, 나의 2016년 마지막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8박 9일 간의 터키 여행, 직장인이 떠나기엔 다소 긴 여정이다. 하지만 2015년은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금요일이라 28일(월)~31일(목)까지 4일만 휴가를 쓰면 된다. 더구나 12월 31일은 회사 전체가 권장 휴가를 사용하는 날이다. 고로 나는 딱 3일만 자리를 비우면 된다. 그런데 막상 휴가를 가려고 하니, 그것도 여간 눈치가 보이는 일이 아니다. 2015년 연차가 14일이나 남아있었는데도 말이다.
군대든 회사든, 휴가로 자리를 비우려면 일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어야 뒷탈이 없는 법! 야근이라도 해서 업무를 정리해 두려고 했지만 연말 내내 이어지는 술자리에 도저히 일을 정리할 시간이 나질 않았다. 결국 출국 당일인 25일 - 다들 아시다시피 이날은 크리스마스다. - 새벽 4시에 회사로 출근, 당장 걸려있는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서를 간단히 작성한 후에야 인천공항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여행 계획은커녕, 회사 건물 3층에 있는 은행에 환전하러 갈 시간도 낼 수가 없었다. 결국 공항에 도착해서야 부랴부랴 여행경비를 유로로 환전했다. 연말이라 그런지 인천공항은 마치 놀이동산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환전 창구에서부터 셀프 체크인, 수화물 처리, 입국 심사 등 가는 곳마다 줄! 줄! 줄의 연속이다. 밤새 단 한숨도 못 잔 상태라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데,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비몽사몽,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귓가에 울려퍼지는 파이널 콜을 듣고서야 게이트에 도착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실감나진 않지만, 여행이 시작되긴 했나보다. 이번 여행, 과연 나는 스트레스를 떨쳐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워 돌아올 수 있을까?
[프롤로그] 여행을 떠나든가, 회사를 떠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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