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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쫄깃한 깔조네와 끊을 수 없는 마약피자의 유혹, 더 코너 키친

비행청년 a.k.a. 제리™ 2016. 1. 11. 09:00

 

학생들은 취업을 꿈꾸고, 직장인은 사업을 꿈꾼다. 학창시절에는 가면 아침마다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들고 회사로 향해 수 억짜리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당차고 능력있는 회사원을 꿈꾼다. 그러나 막상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과 잡일, 그리고 이틀에 한번씩 들려오는 잔소리에 진저리를 치며, '내 사업'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막상 사업을 하자니, 자본도 노하우도 없는 것이 현실. 그래서 수 많은 직장인들은 그저 막연하게 어디 목 좋은 곳에 카페나 근사한 레스토랑을 하나 차린 후, 세련된 옷차림과 매너를 갖추고 손님을 맞이하는 꿈을 꾸곤 한다. 물론 나 역시도 수 많은 직장인 중 하나다. 그렇게 매일 같이 꿈 속을 헤매던 어느 날, 꿈에서만 그리던 그런 사장님과 레스토랑을 만났다.

 

 

서울의 고전적인 부촌으로 알려진 평창동. 부촌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자가용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교통이 조금 불편한 동네이기도 하다. 아무튼 자가용 없이 가기는 조금 애매한 이 곳에서 꽤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름하여 '더 코너 키친(The Corner Kitchen)

 

 

더 코너 키친은 평창동의 어느 작은 빌딩 1층에 자리잡고 있다.(상세 주소는 아래에서 확인하시길) 이름의 유래가 출입문에서 온 것일까? 더 코너 키친의 출입문은 건물의 구석, 그러니까 한 쪽 코너에 자그만하게 나 있었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평창동'이라는 네임밸류에 어울리는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졌다. 뭐랄까, 레스토랑이라기보다 오히려 카페에 더욱 어울리는 듯한 인테리어다. 큼지막한 화분 옆으로 놓인 선반, 그리고 자연스헙게 세워져 있는 책들까지... 매장의 소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꽤 마음에 들었다.

 

 

무심한 듯 덩그러니 놓인 수저통(?)마저 시크한 매력을 풍기는 이 곳, 더 코너 키친이다.

 

 

드디어 주문한 샐러드가 나왔다. 난생 처음 들어본 이름, '깔조네 샐러드'다. 깔조네란 밀가루 반죽 사이에 고기, 치즈, 야채 등을 넣어서 오븐에 구운 이탈리아 요리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대형 만두'라고나 할까?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노릇한 음식이 깔조네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속이 텅텅 비어있다. 빵을 살짝 찢은 후, 샐러드로 속을 채워서 먹으면 되나보다.

 

 

근데 그냥 귀찮아서 빵을 대충 뜯은 후, 그 위에 치즈와 샐러드를 얹어서 먹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나중에는 귀찮아져서 빵 한 덩이 먹고, 샐러드 한 점 집어먹다보니, 마치 밥과 반찬을 번갈아가며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나저나, 도대체 이걸 어떻게 구워냈는지, 빵이 엄청나게 쫄깃하다. 그냥 빵만 뜯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다.

 

 

목을 좀 축이기 위해 망고레몬(8천원)과 생맥주(6천원)를 한 잔씩 주문했다. 망고레몬은 무려 Summer Drink 중 하나다. 이 곳을 방문했을 때는 1월 9일, 한파가 몰아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름도 아니었다. Summer Drink라는 문구를 보고 조심스럽게 '혹시 이거 주문되나요?'라고 물었더니, 사장님께서는 이게 사실은 'Winter Drink' 라며, 메뉴판을 바꿔야 하는데 영 게을러서 미루고만 있었다고 하시면서 멋쩍게 웃으셨다. 별거 아닌데 왠지 친근한 대화였다.

 

 

드디어, 본 게임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주문한 것는 사과와 치즈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애플브리 피자다. 애플브리는 더 코너 치킨에서 직접 개발한 메뉴인데, 사과, 브리치즈, 파스타치오 등이 피자 도우 위에 올라간다. 잠깐 사진 속 피자 중앙에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눈여겨 보자. 테이블에서 직접 피자에 럼주를 뿌린 후, 불을 붙이는 퍼포먼스가 진행되는데, 도우 위에서 타오르는(?) 불의 열기에 브리치즈가 살짝 녹으며 피자의 맛을 더욱 감칠나게 해준다. 눈과 입을 동시에 호강시키는 것이 애플브리 피자만의 매력이다.

 

 

이건 저번에 먹었던 마약 옥수수 피자의 모습! 옥수수 피자라고 하면 옥수수 알이 잔뜩 뿌려져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건 옥수수가 그야말로 통채로 들어가 있다. 포크와 칼을 이용해 옥수수 알을 썰어낸 후, 쫄깃한 도우와 함께 먹으면 된다. 처음에는 잘 썰어지지도 않고 번거로운데, 이게 한 두번 하다보면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이름도 마약 옥수수 피자인가 보다. 

 

도우를 어떻게 반죽하고 구워냈는지 몰라도 쫄깃한 식감과 간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빵 맛이 예술이니, 그 위에 무엇이 올라가든 맛있을 수 밖에... 하지만 더 코너 치킨의 가장 큰 장점은 손님을 기분좋게 만드는 사장님의 세심한 배려와 서비스다.

 

 

조촐하게 생일파티를 하려고 케이크를 준비해 갔더니, 센스있게 따로 앞접시를 준비해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케이크와 함께 마시라며 커피까지 서비스로 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매장 구석구석, 음식 하나 하나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세련된 옷차림에 손님들이 불편한 건 없는지 살피시며 중간중간 농담도 건네시는 사장님을 보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점을 차리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열정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기분이 더 좋아졌던 그런 시간이었다.

 


 종합평점(★ 3개 만점) : ★★☆ - 왜 이런 맛집은 항상 숨어있는 것일까?

 

 : 푸짐하다. 그리고 독특하다. 실험적인 메뉴부터 평범한 메뉴까지, 입맛대로 골라먹자.

가격 : 1인 1메뉴를 주문한다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느 파스타, 피자집과 비교하면 무난한 수준

분위기 : 북적이는 듯 하면서도 차분함이 느껴진다. 인테리어 때문일까? 어딘지 모르게 세련된 느낌


 주요메뉴

 - 깔죠네 샐러드 : 16,000원, 시저 샐러드 : 14,000원, 퀴노아 포카치아 : 17,000원

 - 마약 옥수수 피자 : 18,000원, 애플브리 피자 : 20,000원, 단호박 깔죠네 : 17,000원, 꽈뜨로 포르마지 : 18,000원

 - 빠네 : 18,500원, 해산물 스파게티 : 17,500원, 명란 스파게티 : 16,500원, 먹물 삐끼 : 20,500원


주소 : 서울시 종로구 평창문화로 98

전화번호 : 02) 391-2233


[평창동/★★☆] 쫄깃한 깔조네와 끊을 수 없는 마약피자의 유혹, 더 코너 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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